트럼프 복귀 땐 세계질서 요동…동맹보다 '美우선주의' 전면에
[트럼프 2.0 진단 ① 외교] 권위주의 통치자들도 껴안아…국제무대 나설 틈 마련해줘
트럼프의 고립주의 대외전략, 국제사회 긴장감만 키워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2일 공화당 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지명될 수 있는 대의원 과반을 확보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11월 '리턴 매치'가 확정됐다.
사업가 출신으로 상업주의적 안보관을 가진 그가 복귀한다면 세계 경찰을 자처해 온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 근간은 또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더' 미국 중심의 '덜' 협력적인 방향을 가리키는 그의 외교 정책들은 다양한 발언을 통해 구체화하고 있다.
◇정책 기저엔 '미국 우선주의'
트럼프 1기에서 워싱턴의 정치 비평가들은 그를 미국을 위험에 빠뜨리는 '광대', 혹은 아무것도 모르는 포퓰리스트로 표현했지만, 트럼프의 발언과 정책들에는 나름의 논리가 존재한다.
그 기저에는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가 있다. 이 가치는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정치 슬로건은 물론 각종 대외 정책에서도 잘 드러난다.
미국은 소련 붕괴 이후 민주주의와 자본주의 시스템을 바탕으로 패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 왔는데, 9.11과 경제위기를 거치며 단일패권국의 위상도 흔들렸다. 이에 대한 트럼프의 대응 방식은 달랐다.
민주주의, 인권 등 가치와 규범을 중시하고 동맹 및 우방국들과의 협력 강화에 힘을 써온 바이든과 달리 트럼프는 거래적 국제관계관을 갖고 명분보다는 실리 확보에 집중했다. 이를 통해 '강한 미국'을 세우고자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 자명하다.
트럼프는 "미국이 세계의 경찰 노릇을 계속할 수는 없다"며 방위비 전쟁에 불을 댕긴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거나, 러시아가 나토 동맹을 공격해도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며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기둥 역할을 하는 나토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였다.
트럼프 행정부 시절 백악관 비서실장을 지낸 존 켈리, 국가안보보좌관이었던 존 볼턴 등 전직 관료들은 지난달 CNN에 "트럼프는 나토 동맹의 존재 의미를 전혀 인식하지 못한다"며 "재선하면 나토 탈퇴를 공식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권위주의 통치자들도 껴안아…국제무대 나설 틈 마련해줘
미국 우선주의는 외교 정책에서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이어졌다. 그는 집권 1기(2016~2022년) 동안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관계에서 드러나듯 미국의 이익에 부합한다면 독재자와 대화하는 것도 거리끼지 않았다. 집권 당시 그는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에겐 유화적인 태도를 보였다.
도이치벨레(DW)는 트럼프 1기의 결과를 두고 "독재적인 통치자들이 세계 무대에서 대담해졌다"고 평가했다. 이어 "트럼프는 (독재적 통치자들에게) 비판적이지 않은 것부터 그들을 존경하는 것까지, 통치 스타일을 잠재적으로 승인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드러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기조는 집권 2기에서도 계속될 수 있다. 트럼프는 최근 '극우 포퓰리스트'라고 평가받는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와도 조우했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도 밀월을 이어오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의 역사학 교수 마거릿 맥밀런은 DW에 "트럼프 정권하에서 그들(권위주의 독재자)은 미국으로부터 어떠한 반발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의 역외균형 전략, 국제사회 긴장감 키워
실용주의는 고립주의로 진화했다. 트럼프는 다자 관계보다는 양자 관계를 중시했다. 마음이 맞는 파트너 국가들과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취지다. 취임과 동시에 다자 간 자유무역협정(FTA)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서 탈퇴한 것이 대표적이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는 "미국은 더 이상 미국의 손을 묶고 주권을 포기하는 대규모 합의에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래서 트럼프가 재집권에 성공한다면 미국은 다자보다는 양자 관계를 중시하고, 국제 문제에서 미국의 개입이 전반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문제는 고립주의에 가까운 미국의 대외전략은 세계 곳곳에서 긴장감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우려의 목소리는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유럽 내부에서는 '전략적 자율성'은 물론, 독일에서는 핵무장 주장까지 거론되고, 푸틴 대통령은 다시금 핵전쟁 가능성을 거론했다. 특히 트럼프가 치적을 위해 북핵 동결의 대가로 대북 경제 제재를 완화할 수 있다는 보도도 나온다.
미국외교협회(CFR)는 "미국의 다자간 리더십이 없다면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미국의 주도적 역할을 맡아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하게 될 것이라고 일부 분석가들은 예측한다"고 전했다.
냉전 사학자인 메리 엘리스 사로트는 NBC뉴스에 "그 접근 방식(고립주의)은 실패했고, 미국은 바다 반대편에서 방어를 시작하는 데 전념해 왔다. 시간을 거꾸로 돌리는 것은 큰 실수가 될 것"이라며 트럼프 2기에서 고립주의로의 후퇴를 우려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바이든 행정부의 정책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에 정책적 연속성이 기대된다는 평가도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호무역주의, 이란, 아프가니스탄 철수 등 애당초 조 바이든은 트럼프에게서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고 전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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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2020년 대선 패배에 이어 2022년 중간선거 책임론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집중됐을 때만 해도 정치인으로서 그의 시간은 다 된 듯 보였다. 높은 비호감도와 잠재적 사법 리스크는 '트럼프는 끝났다'는 인식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차기 주자로 얼굴을 내밀었던 론 디샌티스와 니키 헤일리는 힘도 써보지 못했고, 그는 스멀스멀 공화당 후보 자리를 꿰찼다. 더 나아가, 역대급으로 낮은 조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고령 논란과 맞물려 퇴물로 여겨졌던 트럼프의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라는 뜻) 구호가 내년 1월 수도 워싱턴 한 복판에서 울려퍼지는 날이 올 수 있다는 예상마저 낳고 있다. 바이든이 연임에 성공한다면 미 정부 정책 기조의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명분보다 실리'를 중시하는 트럼프가 다시 백악관의 주인이 되면 1기 행정부가 그랬듯이 전세계의 기존 질서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 "돈 안내는 나토 회원국 보호 안한다"거나 "중국에 관세 60% 부과" 발언은 트럼프 2.0의 예고편이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의 외교 및 경제 정책, 한미 관계, 참여 가능한 참모 등을 4편에 걸쳐 진단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