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가짜 지지자' 존재하나…여론조사보다 낮은 실제 득표율

헤일리에 매번 압승 거뒀지만 여론조사 틀리는 경우도
FT "텃밭 유권자들도 트럼프 행동에 투표 패턴 변화"

5일(현지시간) 미국 '슈퍼 화요일'에 치러진 공화당 경선에서 승리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자택에서 지지자들과 경선 결과를 보며 웃고 있다. 2024.03.05 ⓒ 로이터=뉴스1 ⓒ News1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공화당 경선에서의 실제 득표율이 여론조사보다 낮게 나오는 흐름이 관측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가짜 지지자'(secret non-Trump voters)의 존재가 주목된다.

말 그대로 마음속으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나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고 밝히고, 실제 투표장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지 않는다는 것이다.

2016년 대선 당시, 각종 여론조사를 통해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당선될 것으로 예측됐으나 '샤이 트럼프'로 불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숨은 지지자들이 그에게 표를 몰아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최종 당선됐던 상황과 반대인 셈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시작된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에게 거의 매번 압승을 거뒀으나 이는 여론조사와 비교해서는 다소 차이가 났다.

6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뉴햄프셔주(州) 여론조사에서는 거의 18%포인트(p) 차로 헤일리 전 대사를 이기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로는 11%p 차였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도 여론조사에서는 28%p로 헤일리 전 대사를 앞섰지만, 현실은 20%p 차였다. 미시간에서도 여론조사는 57%p 차이였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42%p 차로 승리했다.

'슈퍼 화요일'(16곳 동시 경선)에 속하는 버지니아주 또한 여론조사에서는 지속적으로 약 60%p를 헤일리 전 대사에게 앞섰지만, 실제 차이는 28%p였다.

더군다나 버몬트주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61%, 헤일리 전 대사가 31%로 30%p나 차이가 났지만, 실제로는 헤일리 전 대사(50.2%)가 트럼프 전 대통령(45.9%)을 누르고 승리했다.

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서 슈퍼화요일을 맞아 열린 기념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기념 모자가 비치되어 있다. 2024.03.0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FT는 사실 이런 '가짜 지지자'의 존재가 놀라운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2022년 중간선거 때도 공화당의 압승이 예상됐던 것과는 다르게 실제로는 하원에서 의석을 늘리는 정도에 그쳤기 때문이다.

FT는 그러면서 이 같은 '가짜 지지자'가 전통적인 공화당 텃밭인 부유한 교외 지역에 모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낮은 세금과 규제 완화를 원하는 미국 교외 지역은 공화당의 당연한 선거구였지만, 트럼프의 별난(erratic) 행동과 민주주의 규범에 대한 경멸은 이들의 투표 패턴에 주목할 만한 변화를 일으켰다"고 전했다.

지난 2022년 연방 대법원의 낙태권 폐기 판결 탓에 공화당 성향이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는 여성 유권자들도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FT는 전했다.

각 주가 낙태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면서 공화당의 텃밭 선거구에서마저 기본적인 산부인과 진료를 받는 것에 대해 여성들이 두려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FT는 "2024년 선거 승패는 교외 지역"이라며 "한때 견고했던 애틀랜타, 필라델피아, 피닉스의 외곽 지역 사회는 (공화당에) 더 이상 견고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한편 일부 외신에선 '가짜 트럼프 지지자'를 '샤이 반(反)트럼프 유권자'(shy anti-Trump voter)라고 쓰기도 한다.

이 용어는 1990년대 만들어진 '샤이 토리 효과'(Shy Tory Effect)에서 유래됐는데, 영국 보수당이 실제 투표에서 예상보다 많은 표를 얻는 현상을 뜻한다.

'토리 유권자들'은 정치적 분열이 고조된 민감한 시기에 자신의 지지 정당을 공개적으로 표현하길 꺼려서, 여론조사와 실제 투표 결과 사이에 격차를 만들기도 했다.

cho1175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