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민정책·아랍계', 트럼프 '사법 리스크'…역대급 비호감 대선 시작
둘 다 싫다는 '더블 헤이터' 역대급…'투표율 저조' 우려도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민주당 조 바이든(81) 대통령,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77) 전 대통령으로 일찌감치 오는 11월 미국 대선 본선의 대진표가 확정된 가운데 이번 대선은 역대급 진흙탕 대선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통상 여름께 정해지는 본선 후보군이 지난 5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16곳 동시 경선)을 거치면서 완전히 확정된 상황 속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로 장장 8개월간의 본선 레이스를 시작하며, 서로를 향해 비판의 칼날을 바짝 세워 들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일(5일) 성명을 내고 트럼프 전 대통령을 향해 "그는 미국 국민이 아닌 자신의 복수와 응징에 집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도 지지 않고 이번 대선에 대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날"이라며 "그(바이든)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최악의 대통령"이라고 비난했다.
두 사람은 앞으로 온갖 사안들로 서로를 겨냥할 예정이다.
최근 바이든 대통령은 불법 이민자 수가 사상 최대를 기록한 이민 정책을 비롯해 친(親)이스라엘 정책에 따른 아랍계·젊은층 유권자의 반발을 겪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선 과정에서 불거진 당 내외 반(反)트럼프 정서를 보듬어야 하는 동시에, 사법 리스크를 해결해야 하고 낙태권에 대한 입장도 제시해야 한다.
공통적으로 두 사람은 '고령 리스크'도 안고 있다.
당 토론회에는 참여하지 않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6일 경쟁자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의 하차로 공화당 단독 후보가 되자마자 바이든 대통령에게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고 나서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7일 국정연설을 갖는 데 대해 견제구를 날리고 나선 것이다.
양당은 광고를 통해 상대 후보를 공격하는 일에도 골몰할 전망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대선 캠페인 데이터 추적 회사 애드 임팩트를 인용해 대선 광고에 27억 달러(약 3조6000억 원)의 지출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두 사람의 진흙탕 싸움 속 유권자들의 피로도는 계속해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대선에 대해 "최근 역사상 가장 길고, 비용이 많이 들며, 가장 분열적인 대선 레이스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슈퍼 화요일 결과에 대한 두 사람의 반응(서로를 향한 공격)은 많은 사람들이 오랫동안 두려워한 2020년 대선의 재대결(2024년 대선)에서 무엇을 볼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제공했다"고 평가했다.
'두 사람 모두 택하고 싶지 않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s)는 역대급이라는 게 미 언론들의 평가다. '역대급 비호감 선거'라는 뜻이다.
대표적으로 지난달 여론조사 결과 집계 사이트인 리얼클리어폴리틱스는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합하면 82%로, 이는 사상 최저치에 가깝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하게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도 나온다.
2023년 하버드 케네디스쿨 정치연구소가 공개한 청소년 여론조사에 따르면 18~29세의 49%만이 이번 대선에 투표할 계획을 밝혔는데, 이는 2019년보다 8% 감소한 수치다.
NYT에 인용된 심리학자들은 두 사람의 재대결이 미국인들 사이에 강력한 무력감과 불안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 대선 당시 많은 유권자들이 느낀 불안과 공포를 설명하는 차원으로 '선거 스트레스 장애'(election stress disorder)라는 용어를 만들기도 했던 스티븐 스토스니 박사는 "인간의 뇌는 과거의 불쾌한 일을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이제 더 이상 (재대결을) 부정하거나 바랄 수 없게 되면서 불안과 원망이 다시 터져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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