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안보 위험' 조사 지시…규제 수순(종합)

상무부, 중국산 자동차 소프트웨어도 조사에 포함
1월 대선 앞두고 자동차 노조 표심도 고려…관세 인상도 검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지난 2022년 9월4일(현지시간)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북미 오토쇼'에 참석해 매리 바라 GM CEO와 쉐보레의 실버라도 EV를 살펴 보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해킹 가능이 제기된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의 미국 시장 진출을 막기 위한 조치를 마련하는 수순에 들어갔다.

바이든 대통령은 29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오늘 저는 중국과 같은 우려국가에서 온 자동차들이 미국 도로에서 우리의 국가안보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전례없는 조치를 발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저는 (지나 러몬도) 상무부 장관에게 우려 국가의 기술이 적용된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조사를 수행하고, 위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지시했다"고 말했다.

커넥티드 차량은 무선 네트워크로 주변과 정보를 주고받으며 내비게이션, 자율주행, 운전자 보조 시스템 등의 기능을 제공하는, 이른바 '스마트카'다.

그간 미국내 일각에선 이같은 커넥티드 차량이 네트워크에 연결돼 있다 보니 해킹 위험이 있고, 라이다 같은 센서 장비는 중국산을 쓸 경우 장비에 기록된 데이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해 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스마트카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표현하면서 "요즘 대부분의 자동차는 '커넥티드'"라며 "이 자동차들은 우리의 전화기, 내비게이션 시스템, 핵심 인프라 시설, 그것들을 만든 회사들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은 우리 시민들과 인프라 시설에 대한 민감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 데이터를 중국으로 다시 보낼 수 있다"면서 "이 차량들은 원격으로 접속하거나 쓸 수 없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상무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사용된 기술로 인한 위협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상무부는 외국 정부가 차량의 시스템이나 데이터에 접근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취약성과 위협을 조사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중국산 자동차 소프트웨어가 포함돼 있는데, 해당 소프트웨어는 미국인들이 어디에서 운전하고 차량을 충전했는지, 심지어 길에서 어떤 음악이나 팟캐스트를 들었는지 추적할 수 있다고 바이든 행정부 당국자들은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시한 상무부 조사는 2019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발표한 행정명령에 따라 만들어진 새로운 권한을 처음 사용한 것이라고 NYT는 전했다.

이번 조사를 통해 중국산 소프트웨어에 의존하는 차량에 대한 새로운 규제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이번 조사를 통해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내 특정 부품 사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보도했다.

상무부는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의 위험과 관련해 산업계와 대중의 의견을 청취하고 해당 위험을 완화할 규제를 검토할 계획이다.

상무부는 이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은 결과를 최소화하도록 업계는 물론이며 미국의 동맹과 파트너 등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현재 미국에서 판매되는 자동차가 중국에서 생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고,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에 기반을 둔 기업들이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어 당장의 위협은 제한적이라는 게 미 자동차 업계의 평가다.

미국이 정의하는 우려국가에는 통상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으로, 미국에 자동차를 수출할 능력이 있는 국가는 중국뿐이라는 점에서 이번 조치는 중국을 겨냥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도 성명에서 "역동적인 자동차 산업은 미국 경제에 필수적"이라고 전제한 뒤 "중국은 불공정 관행을 사용하는 것을 포함해 자동차 시장의 미래를 지배하겠다고 벼르고 있다"며 "중국의 정책은 국가 안보에 위험을 제기하면서 (자동차) 시장에 중국산 자동차가 넘쳐날 수 있다. 저는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내버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중국은 중국에서 운용하는 미국과 다른 나라의 자동차에 제한을 가한다"며 "그런데 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은 우리나라에서 안전장치 없이 운용되도록 허용해야 하느냐"라고 했다.

하지만 '우려국가의 기술'을 조사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중국산 라이다 등 중국 기술과 부품을 사용한 다른 나라의 자동차도 규제 대상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동차 산업 노동자들의 표심을 잡기 위한 측면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바이든 행정부는 낮은 가격을 앞세운 중국산 차량의 수입을 어렵게 하기 위해 다른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데, 여기엔 전기차를 포함해 중국산 차량에 대해 현재 27.5%(일반 수입 관세 2.5%에 추가 관세 25%)인 관세를 인상하는 방안이 포함될 수 있다고 NYT는 전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최대 전기차 판매업체로 등극한 중국의 BYD가 북미 지역 진출을 겨냥해 멕시코에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우리는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노동자들이 세계에서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분명히 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들을 계속 살펴볼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번 조사와 다른 조치를 통해 자동차 산업의 미래가 여기 미국에서 미국 노동자에 의해 만들어지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을 자제했지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인 브리핑에서 미국이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