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우크라 지원 시급" vs 하원의장 "국경 안보가 우선"(종합)

바이든, 여야 지도부와 예산안 처리 관련 회동…이견 보이며 논의 공전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 오벌오피스에서 맨 왼쪽부터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조 바이든 대통령,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가 앉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2024.02.2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권진영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연방의회의 여야 지도부와 만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을 막고 우크라이나를 돕기 위한 예산안 처리를 호소했다.

그러나 예산안 처리의 키를 쥐고 있는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은 '국경 안보' 문제의 우선 해결을 강조하면서 이번 회동은 일단 빈손으로 마무리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함께 여야 지도부를 만났다. 회동에는 공화당 소속 존슨 하원의장과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상원의 척 슈머 민주당 및 미치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가 참석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해야 할 일이 많다. 우리는 어떻게 (연방)정부에 자금을 계속 지원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는 우리가 찾아야 할 중요한 문제이자 해결책"이라면서 "저는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지원의 필요성이 시급하다. 저는 우리가 그 점에 대해 대화할 수 있길 바란다"면서 "우크라이나에 매일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의 결과가 끔찍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문제는 물론 이스라엘 방공망 보완 문제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는 것이 의회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그 일을 시작해야 한다. 셧다운은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고, 저는 우리 모두가 그것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초당적인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단체 회동 후 존슨 의장과 비공개로 일대일 면담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백악관은 회동 후 성명을 내고 "바이든 대통령은 의회가 정부에 자금을 지원하고 셧다운을 막기 위해 신속한 조처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했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또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잔혹한 침략에 맞서 매일 스스로 방어를 하고 있는 만큼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지해야 할 긴급한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고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마이크 존슨 미 하원의장이 바이든 대통령 및 여야 지도부가 참여한 비공개 회의를 마친 후 기자들에게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2024.02.27/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지난달 의회에서 통과된 연방정부 임시 예산은 각각 내달 1일과 8일 만료된다. 이에 따라 미 의회는 임시 예산 만료 이전에 2024회계연도(2023년 10월∼2024년 9월) 정식 예산안을 처리하거나, 추가적인 임시예산안을 마련하는 등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미 의회는 지출 규모와 우선순위 등을 둘러싼 이견으로 2024회계연도 예산안에 합의하지 못한 채 지난해 9월 이후 3차례의 단기적인 임시 예산을 처리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해 왔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을 둘러싸고도 미 의회는 이견을 보이고 있다.

상원은 지난 13일 우크라이나 지원 관련 601억 달러(약 80조원)를 포함한 총 950억 달러(약 127조원) 규모의 '안보 패키지 예산안'을 처리했지만, 하원 공화당 지도부가 국경안보를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노력 없인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하원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존슨 의장은 이날에도 '국경 안보' 문제의 선(先) 해결을 주장하면서 뚜렷한 입장차를 보였다.

백악관 출입기자단에 따르면 존슨 의장은 회동 후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먼저 미국의 요구를 처리해야 한다"면서 "국경에서의 재앙이 모든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고, 그러한 이유로 모든 미국인은 (국경 문제를) 가장 우선적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단체 회동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과의 일대일 면담에서도 국경안보 문제를 반복적으로 제기했다며 "저는 그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우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의 최우선 순위는 국경(문제)이며 그것의 안보를 확실히 하는 것"이라면서 "저는 대통령이 그것을 바꾸기 위해 지금 당장 행정부의 권한을 사용할 수 있다고 믿는다. 이제는 행동을 취해야 할 때"이라고 강조했다.

존슨 의장은 다만 회동에서 셧다운을 피하고 싶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폴리티코는 전했다.

존슨 의장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내달 1일까지 연방정부 셧다운을 피할 것이라는 점에 "매우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난 수개월과 수주, 수일 동안 말 그대로 매일 24시간 내내 이 일을 완수하기 위해 성실하게 노력해 왔다"며 "우리는 매우 낙관적"이라고 밝혔다.

여당 지도부는 존슨 의장이 신속하게 예산안을 처리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슈머 상원 원내대표는 미국의 지원이 조속히 보충되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한달, 2달, 3달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말했다.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 역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신속히 더 많은 무기를 얻지 못한다면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질 것이라는 게 회동에서 일치된 의견이었다고 전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