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절정이지만 문제는 돈…트럼프, 수억 달러 벌금에 자금난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2.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오는 11월 미국 대선의 공화당 유력 경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2024.2.14.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잇단 벌금 판결에 재정적 위기에 처했다. 소송을 계속하려면 공탁금을 내야 하는데 본인의 현금으로 내든 5억 달러 규모의 유가증권을 발행하든 녹록치 않은 형편이다.

2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 16일 뉴욕 맨해튼 지방법원 아서 엔고론 판사는 트럼프가 대출을 위해 기관에 허위 데이터를 제출한 혐의에 대해 3억 5500만 달러(약 4725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 금액을 내지 않아 매일 누적되는 11만2000달러의 이자, 그리고 지난달에 역시 뉴욕에서 작가인 E. 진 캐럴이 제기한 명예훼손 사건으로 8330만달러를 주라는 평결을 받아 트럼프는 현재 뉴욕주에만 4억5400억달러의 빚을 지고 있다.

트럼프는 두 사건 모두 항소하겠다고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판결 금액에 해당하는 공탁금을 현금이나 유가증권으로 내야 한다. 일반적으로 피고는 원고가 채권을 추심하는 것을 막기 위해 최종 판결 후 30일 이내에 이를 내야 한다. 하지만 현금이든 유가증권이든 이를 지불하려면 트럼프의 사업체가 흔들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트럼프의 재산 대부분은 부동산에 묶여 있고, 그가 현재 이 돈을 감당할 만큼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다. 자신이 가진 돈으로 공탁금을 낼 경우 그가 하고 있는 사업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제3자가 지불을 보장하는 유가증권을 내는 경우도 녹록치 않다. 트럼프의 가족 회사인 트럼프기업의 주인이 바뀌기 전에 이를 신속히 결정해야 한다.

트럼프 변호사들은 뉴욕주 판결금이 너무 커서 여러 보증보험 회사들이 증권을 나눠 제공할 수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유가증권 발행 회사들에게 트럼프는 받고싶지 않은 고객이다.

증권 발행 회사들은 고객이 항소에서 패소했는데 돈을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 자사가 부채를 지게 된다. 그래서 채권 발행 전에 이들 기업들은 고객에게 담보를 요구한다. 문제는 트럼프에게 필요한 유가증권과 담보 규모도 어마어마할 뿐 아니라 미래에 대통령이 될 그로부터 돈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것이 너무 부담스럽다. 또한 자신의 자산 가치를 부풀려 제출한 것이 소송당한 이유인만큼 이들 유가증권 발행 회사들은 트럼프가 자신들에게도 가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그래서 유가증권 발행인들은 트럼프에게 담보를 전액 또는 거의 현금으로 요구할 수 있다. 한편 채권 발행 수수료도 발행인에게 내야 해 이 경우 트럼프에게 필요한 돈의 규모는 더 늘어난다.

트럼프 사기 사건에 대한 지난해 4월 증언에서 자신이 현금을 4억 달러 이상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8월 정부윤리실에 제출한 재무공개서에서 수백 개의 은행 및 투자 계좌를 기재했는데, 워싱턴포스트 분석에 따르면 이들 계좌 속 돈의 총 가치는 2억5200만~9억2400만 달러 사이였다.

하지만 트럼프에게 필요한 현금이 벌금 뿐은 아니다. 은행 전문가들에 따르면 트럼프는 골프장이나 호텔 등 자신의 부동산 유지 관리나 운영하기 위해 일부 현금을 보유해야 한다고 한다.

자신이 보유한 은행 대출을 계속 유지하려면 일정 금액의 현금과 특정 순자산을 유지해야 할 수도 있다. 트럼프에게는 최소 4억달러에 달하는 기존 은행 대출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필요한 막대한 현금을 마련하려면 트럼프가 자신의 부동산 중 일부를 팔아야 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말했다. 이 말대로 재정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 트럼프는 최근 부동산 두 개를 매각했다.

하지만 자산을 현금화하거나 대출을 받는 일은 가족 기업인 트럼프기업의 리더십 교체로 여전히 쉽지 않아보인다. 뉴욕 법원의 엔고론 판사는 막대한 벌금 뿐 아니라 트럼프가 3년 동안, 성인이 된 아들들이 2년 동안 트럼프기업을 운영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이다.

다만 트럼프는 자신이 만든 소셜미디어 회사인 트루스소셜로부터 재정적 횡재를 기대하고 있을 수도 있다. 특수 목적 인수 회사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은 최근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트럼프의 트루스소셜과의 합병 관련 중요한 승인을 얻었다. 최근 주가를 기준으로 트럼프의 주식 지분은 거의 40억 달러 상당에 해당한다. 합병 후 6개월간은 주식을 팔 수 없을지 모르지만 그는 이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는 있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