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민간최초' 달착륙 성공했지만…수평으로 누워 달탐사 '난항'(종합)

착륙 과정서 발 걸려 넘어져…안테나·태양광 패널 일부 미작동
통신 불량으로 사진도 못받아…항법장치 이상에 나사 제품 대체

스티브 알테무스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경영자(CEO)가 23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휴스턴 본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진행한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에서 자사의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 모형을 활용해 오디세우스가 전날 착륙 과정에서 발이 표면에 걸려 달에 수평으로 눕게됐다고 설명했다. 2024.2.2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김예슬 기자 = 미국 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무인 달 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전 세계 민간 최초로 달에 착륙했지만 기존 발표와 달리 현재 수평으로 누운 것으로 확인됐다. 사측은 '탐사선은 멀쩡하다'며 에둘러 포장했지만 교신에 차질을 빚고 있는 데다 태양광 패널마저 불안정해 7일간 예정된 오디세우스의 달 남극 탐사는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미국 텍사스 휴스턴에 위치한 인튜이티브 머신스는 달 착륙 이튿날인 23일(현지시간) 홈페이지 성명을 통해 "오디세우스는 현재 살아있고 건강하다"며 "과학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휴스턴 본사에서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과 공동으로 진행한 온라인 기자회견에서는 여러 결함이 속속 공개됐다.

스티브 알테무스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오디세우스 모형을 손으로 만지며 "달 남극에 착륙하기 위해 시속 6마일(약 9㎞/h)로 수직 하강한 뒤 시속 2마일(약 3㎞/h)로 수평 이동하며 착륙하려 했지만, 달 표면에 발이 걸리는 바람에 착륙선이 이렇게(수평으로) 기울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측은 전날 달 착륙을 알린 지 2시간 만에 착륙선이 '수직으로 서서 데이터를 전송하고 있다'고 밝혔는데, 불과 하루 사이에 이를 번복한 셈이다. 알테무스 CEO는 "착륙 직전 측정한 오디세우스와 달 표면 사이의 거리를 토대로 수직 착륙에 성공한 것으로 단정했다"며 "이는 잘못된 결론이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알테무스 CEO는 오디세우스가 당초 계획된 달 남극 인근 말라퍼트 A 분화구 일대에 착지했으며 안정적인 상태라고 항변했다. 이어 "착륙선과 통신 중"이라면서 지상 관측소가 "착륙 지점에서 달 표면을 촬영한 첫 번째 사진을 수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수평 착륙의 여파로 오디세우스는 현재 지상 교신과 태양광 발전 모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당장 착륙 직후 받기로 했던 사진이 24시간 넘게 도달하지 못하는 것만 봐도 신호 송신 상태가 얼마나 불량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당초 오디세우스는 착륙 직전 카메라(eagle cam·이글 캠)를 쏘아 올려 착륙 전후 동체 상태를 3인칭 시점으로 촬영하고 동시에 지상으로 사진을 전송할 예정이었다.

알테무스 CEO는 "착륙선 안테나 2개가 달 표면을 향하고 있어 통신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화물로 실은 나사의 탐사장비 6개 중 1개만 제외하면 모두 외부에 노출된 채 통신을 수신할 수 있다면서 "우리는 상업용 탑재체의 모든 요구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태양광 발전과 관련해선 "착륙선 상단의 태양광 패널이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어 기능의 정상 작동 여부가 불확실하다"면서도 "착륙선 측면에 부착된 패널은 일단 정상 작동하는 것으로 보이며 착륙선의 기존 배터리는 완충된 상태"라고 강조했다.

착륙 과정에서 쓰이는 오디세우스의 항법장치가 완전히 잠긴 채 지난 15일 발사됐다는 사실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알테무스 CEO는 "이륙 전 항법장치의 잠금장치를 해제한다는 걸 기술진이 까먹는 바람에 오디세우스의 항법장치가 켜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실수는 발사 일주일 뒤 달 궤도에 안착한 오디세우스가 하강을 시도하기 불과 몇시간 전 우연히 발견됐다.

문제의 항법장치는 착륙 5분 전 작동해 오디세우스와 달 표면의 거리를 측정하기 때문에 하강 속도를 조절하는 연착륙에 필수적이었다. 이날 팀 크레인 인튜이티브 머신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잠금장치를 무시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오자 긴장감이 감돌았다"면서 나사의 레이저 거리측정(라이더) 장치(NDL)를 대체 투입했다고 전했다. NDL은 착륙 이후 실험 목적으로 나사 화물로 실렸는데, 이게 없었다면 착륙 자체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앞으로 7일간 착륙 지점이었던 달 남극을 누비며 달의 지형과 자원, 잠재적 위험 등을 면밀히 조사할 예정이었다. 달은 낮과 밤이 14일 주기로 바뀌는데, 밤이 되는 30일부터는 착륙선의 태양열 집열판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그 전에 임무를 마쳐야 한다. 달 남극엔 연료와 식수로 사용 가능한 얼음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직 나사 과학임무국 부국장 토마스 쥐르비헨은 전날 로이터와의 전화 통화에서 "착륙 성공은 중요한 중간 목표이지만, 결국엔 탐사 임무를 수행하고 관련 사진을 지상으로 전송하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오디세우스는 나사의 달-화성 탐사 프로젝트 '아르테미스'와 연계된 민간 달 탑재체 수송 서비스(CLPS)의 일환으로 발사돼 처음으로 달 착륙에 성공했다. 나사는 2026년 유인 달 탐사에 사용할 장비 배송 업무를 맡기고자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총 1억1800만 달러(약 1500억 원)를 지불했다. 현재 오디세우스에는 나사의 탐사장비 6개가 실렸다.

미국 항공우주기업 인튜이티브 머신스가 제작한 무인 달착륙선 '오디세우스'(Odysseus)가 한국시간으로 지난 22일 달 궤도에 안착한 모습(인튜이티브 머신스 제공).. 2024.2.22.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