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뛰었는데…한국, 미국보다 먼저 쿠바와 외교정상화 속도 낸다
[한-쿠바 수교] 2016년쯤 한미 모두 관계 개선 움직임
오바마 때 관계 풀렸다가 트럼프 때 분위기 바뀌어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한국이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북한 형제국'으로 칭해지는 쿠바와 공식 외교관계를 맺었다고 깜짝 발표함에 따라 쿠바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쿠바는 1946년에 대한민국을 정식 국가로 승인했지만, 1959년 피델 카스트로의 사회주의 혁명 후 양국 교류는 단절됐던 터다. 2000년 김대중 정부 당시 쿠바에 수교 제안을 했고 2024년에 결실을 맺었으니 양국 수교까진 20년이 넘는 세월이 걸렸다.
이렇게 긴 세월이 걸린 데에는 양국 체제 및 북한과의 관계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진다. 한국은 미국과 동맹 체제인 데다 북한과의 관계가 전반적으로 껄끄러운 반면, 미주 대륙의 유일한 공산국가이자, 반미(反美) 기조를 중심으로 북한과 가까웠던 쿠바는 서로가 밀접한 관계가 되기에는 어려움이 존재했다.
흥미로운 것은 이번 수교에 대한 미국의 반응이다. 같은 날 미국의 소리(VOA)에 따르면 미측 정부 관리는 "국가들은 자국 외교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주권적 권리가 있다"며 "미한 동맹은 여전히 철통같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도 "우리는 자국 외교관계의 성격을 결정할 한국의 주권적 권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는 유엔이 양국 수교에 대해 "환영한다"는 표현을 쓴 것과 비교된다. '철통 같은 동맹'을 언급한 점도 눈에 띈다.
특히 한국과 미국 모두 2016년께 쿠바에 대한 적극적인 관계 개선 움직임이 있었는데, 이번 수교로 인해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골'을 넣은 셈이 됐다. 당시 박근혜 정부의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쿠바 외교장관과 회담을 갖고 강력한 양국 수교 의사를 전달했다.
미국도 쿠바와의 관계 개선에 애써왔다. 쿠바가 미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바로 밑에 위치한 국가인 만큼 미국으로선 쿠바가 '목에 걸린 가시'와 같았다.
양국은 1902년에 수교했으나 1959년 쿠바의 공산 혁명 이후 관계가 악화해 1961년 단교했다. 2000년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 들어와서야 개선의 여지가 보였다. 2014년 12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라울 카스트로(피델 카스트로 동생) 국가평의회 의장과 양국 적대관계 청산 및 국교 정상화를 선언했고 이듬해 7월 이를 백악관에서 공식 발표했다.
이후 오바마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미국인의 쿠바 여행 자유화, 기업들의 쿠바 진출 허용, 양국 정기항로 개설 등 쿠바에 대한 제재 조치들의 단계적 해제에 들어갔다. 2016년 3월 오바마 대통령은 90여 년 만에 현직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하기도 했다.
그러나 모든 것이 완벽히 정리되지 않은 채 정권이 바뀌었고, 이러한 조치들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손바닥 뒤집듯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이 쿠바 측에 유리하게 맞춰졌다고 보고 오바마 대통령 시대의 화해 분위기를 뒤바꿨다. 그는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 다시 포함시키는 것은 물론 여행 또한 제한했고 금융·은행 규제 또한 확대했다.
미국과 쿠바 간 관계 개선은 당분간 요원해 보인다. 지난 5일 월드폴리틱스리뷰(WPR)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바마 행정부 때 부통령으로 있었던 만큼 쿠바와의 관계 또한 정상화 과정으로 돌아갈 것으로 예상됐다"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정책 검토를 진행하면서 트럼프 때의 (쿠바에 대한) 제재를 그대로 유지한 채 쿠바와의 문제가 시급한 우선순위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 또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간 재대결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누가 승리하든 쿠바와의 관계 진전을 이루기에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지난해 11월 유엔이 회원국 총회 안건에 미국의 대(對)쿠바 제재 규탄 성명서를 채택, 31년 연속 미국에 대쿠바 제재 해제를 요구함에 따라 상대적으로 외교 문제에 귀를 기울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야 이를 눈여겨볼 것으로 보인다.
cho11757@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