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이란 민병대' 美기지 공습, 미군 3명 사망…바이든 "책임물을 것"(종합2보)

요르단 미군 기지 숙소 인근서 드론 공습…최소 34명 부상
이-팔 전쟁 이후 첫 미군 사망…중동 확전 위기 최고조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서울=뉴스1) 김현 특파원 정윤영 기자 = 요르단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4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이 약 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날 밤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북동부에 있는 미군 기지가 무인기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했다고 밝혔다.

미국의 우방인 요르단에는 통상 미군 3000여명이 주둔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폴리티코와 CNN,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최소 34명이 부상을 당했으며, 현재 부상자들은 외상성 뇌 손상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상자들은 치료를 위해 미공개 장소로 이송되고 있어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이유는 무인기 공습이 밤사이 미군 기지에서도 병사들이 취침하는 숙소 인근에서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 미군 3명 숨지고 최소 34명 부상…바이든 "'친이란 민병대' 소행"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의 전초기지 '타워 22'에서 미군이 일방적인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25명이 부상했다고 미 중부사령부는 확인했는데, 최초 발표 이후 약 한 시간여 만에 부상자 수가 9명이 늘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아직 이번 공격에 대한 사실들을 수집하고 있지만,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고 이란의 후원을 받는 극단적인 민병대가 공격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가안보팀으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이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제프 지엔츠 백악관 비서실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무한나드 알 무바이딘 요르단 정부 대변인은 공영 알맘라카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공격은 시리아 내 알-탄프 미군기지를 목표로 한 것이라며 사망한 미군 병사들이 요르단이 아닌 시리아에 있었다고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2024.1.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이-팔 전쟁 이후 첫 미군 사망…중동 정세 불안감 '고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이 약 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방공망이 드론을 요격하지 못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긴장 상태에 놓인 중동의 정세를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과의 충돌에도 중동 지역에서 전쟁에 참여 중인 것은 아니라는 공식 노선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격은 미국이 역내 혼란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더욱 갈등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격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우리는 이 싸움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테러와 싸우겠다는 그들(희생장병)의 헌신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방식으로 모든 책임있는 이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그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18일(현지시간)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과 접경한 오다이세 마을이 이스라엘군의 포격을 받아 포연에 휩싸였다. 2024.01.1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 공화당 내부서 "이란 보복해야" 압박 ↑…하마스 "역내 상황 폭발 가능성"

이번 사건 이후 공격에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거센 압박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에서는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데,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억제 정책이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이란에 대한 공습을 요구했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회 최고위원은 "우리는 이란의 목표물과 그 지도부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의 반복적인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주)은 성명에서 "이런 공격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이란의 테러 세력들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적 보복임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그 이하의 조처는 바이든이 겁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했다.

재키 로젠 공화당 상원의원(네바다주)는 "이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고,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바이든의 유화 정책 덕분에 이란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힘과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지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시온주의자들의 지속적인 공격은 역내 상황을 폭발시킬 수 있다"면서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 3명을 살해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상 (팔레스타인) 전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는 미국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10월 이후 이란 세력들은 미국과 중동의 동맹군을 158차례 공격했지만,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이후 이란을 중심으로한 레바논 헤즈볼라나 시리아, 이라크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해왔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싸움이 역내 전쟁으로 확전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다고 거듭 밝혀왔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동 분쟁이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