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확전 위기 최고조…'친이란 세력' 미군 기지 공습, 3명 숨지고 30여명 중태(종합)

요르단 미군 기지 숙소 인근서 드론 공습…미군 3명 사망·34명 부상
이-팔 전쟁 이후 첫 미군 사망…공화당 "이란 보복해야" 압박

3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비해 미국 공수부대원들이 노스캐롤라이나주 육군 기지 포트 브래그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수송기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요르단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격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34명이 부상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이 약 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폴리티코와 CNN, 로이터통신을 종합하면 28일(현지시간)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 미군 기지에서 친이란 민병대의 드론 공습에 미군 3명이 숨지고 최소 34명이 부상했다.

현재 부상자들은 외상성 뇌 손상 증상을 보이며 치료를 위해 미공개 장소로 이송되고 있는데,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미 당국자들은 우려했다.

사상자가 대규모로 발생한 이유는 드론 공습이 밤 사이 미군 기지에서도 병사들이 취침하는 숙소 인근에서 발생했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 미군 3명 숨지고 34명 부상…바이든 "'친이란 민병대' 소행"

앞서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시리아 국경 인근 요르단의 전초기지 '타워 22'에서 미군이 일방적인 드론 공격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 공습으로 미군 3명이 사망하고 최소 25명이 부상했다고 미 중부사령부는 확인했는데, 최초 발표 이후 약 한 시간여 만에 부상자 수가 9명이나 늘었다.

이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공격이 이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친이란 무장세력에 의해 감행됐을 것이라며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이번 공격에 대한 정보를 계속 수집하고는 있지만, 이란의 지원을 받아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활동하는 무장세력이 이번 소행을 저질렀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선택한 시간과 방식으로 모든 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것이다. 우리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한 약속을 계속해서 이어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8일 (현지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방문을 위해 워싱턴 백악관을 나서면서 취재진을 만나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반군 후티에 대한 공격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히고 있다. 2024.1.19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 이-팔 전쟁 이후 첫 미군 사망…중동 정세 불안감 '고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이 약 4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군이 중동에서 숨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 방공망이 드론을 요격하지 못한 이유는 불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공격은 지난해 10월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공격으로 가자지구에서 전쟁이 발발한 이후 긴장 상태에 놓인 중동의 정세를 크게 확대시키는 것"이라면서 "미국은 홍해에서 예멘 후티 반군과의 충돌에도 중동 지역에서 전쟁에 참여 중인 것은 아니라는 공식 노선을 유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공격은 미국이 역내 혼란을 피하려고 노력하는 상황에서 미국을 더욱 갈등으로 끌어들일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존 파이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 등이 관련 브리핑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 공화당 내부서 "이란 보복해야" 압박 ↑…하마스 "역내 상황 폭발 가능성"

이번 사건 이후 공격에 책임 있는 이들을 처벌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내외에서 거센 압박과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화당에서는 이란에 대한 직접 공격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는데,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주)는 바이든 대통령의 억제 정책이 '비참하게 실패했다'며 이란에 대한 공습을 요구했다.

로저 위커 공화당 상원 군사위원회 최고위원은 "우리는 이란의 목표물과 그 지도부를 직접 공격함으로써 이란과 그 대리 세력들의 반복적인 공격에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톰 코튼 공화당 상원의원(아칸소주)은 성명에서 "이런 공격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이란의 테러 세력들에 대한 파괴적인 군사적 보복을 내리는 것"이라면서 "그 이하의 조처는 바이든이 겁쟁이라는 것을 확인시켜줄 뿐"이라고 했다.

재키 로젠 공화당 상원의원(네바다주)는 "이란에 책임을 물어야한다"고 했고, 릭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플로리다)은 "바이든의 유화 정책 덕분에 이란은 노골적으로 미국의 힘과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 이는 중단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하마스 고위 관리인 사미 아부 주흐리는 이번 공격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전쟁과 직접적으로 연관지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가자지구에 대한 미국-시온주의자들의 지속적인 공격은 역내 상황을 폭발시킬 수 있다"면서 "(친이란 민병대가) 미군 3명을 살해한 것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무고한 사람들을 살해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는 이상 (팔레스타인) 전 국민을 상대해야 한다는 미국 행정부에 대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21일(현지시간)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인한 검은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 2024.01.21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한편 지난해 10월 이후 이란 세력들은 미국과 중동의 동맹군을 158차례 공격했지만, 미군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 이후 이란을 중심으로한 레바논 헤즈볼라나 시리아, 이라크 무장세력, 예멘 후티 반군 등 '저항의 축'이 이스라엘과 미국을 위협해왔지만 미국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싸움이 역내 전쟁으로 확전하는 상황을 원하지 않다고 거듭 밝혀왔다.

찰스 브라운 미 합참의장은 이날 ABC방송과의 사전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그들을 저지하는 것이다. 우리는 중동 분쟁이 광범위한 분쟁으로 이어지는 길로 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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