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치권 시선, 이제 사우스캐롤라이나로…헤일리 완주·바이든 첫 등판 주목

美공화 경선 중대 분수령…트럼프, 헤일리 사퇴 압박, 헤일리는 완주 의지
'뉴햄프셔 기명투표로 1위' 바이든, 사우스캐롤라이나서 첫 공식 데뷔

프라이머리가 열린 23일(현지시간)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01.2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맨체스터<뉴햄프셔>=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각당의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뉴햄프셔주(州) 프라이머리(예비선거)가 마무리되면서 미 정치권의 시선은 이제 사우스캐롤라이나로 향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간 치열한 선거전이 벌어지고 있는 공화당의 경우 내달 진행되는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 결과가 경선의 중대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여기에 비공식 경선이었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서 '기명 투표'로 여유 있는 승리를 거둔 조 바이든 대통령은 내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에 처음으로 공식 등판한다.

이에 따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치러지는 각당의 경선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주목된다.

◇美공화 경선 결과 주목…트럼프 조기 후보 확정 목표

24일(현지시간) 미 언론들에 따르면 무엇보다 관심은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치러지는 공화당 프라이머리에 쏠려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에 이어 뉴햄프셔 프라이머리까지 승리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대통령과의 본선에 집중하기 위해 조기에 대선후보로 확정되겠다는 구상이다.

당초 오는 3월5일 '슈퍼화요일' 이전을 목표로 했지만, 경선 초반 2연승을 거둔 데다 주요 경쟁자들이 모두 낙마한 상황인 만큼 그 시간표는 내달 24일 사우스캐롤라이나 이전으로 당겨진 모습이다.

그래선지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에 대한 사퇴 압박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그는 전날(23일)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승리 연설에서 "전에 무대에 올라가서 승리를 자처한 사기꾼(imposter)은 도대체 누구였느냐"며 "저는 너무 화를 내지 않는다. 저는 복수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헤일리 전 대사가 자신보다 앞선 연설에서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겠다고 다짐한 것을 거론, "그는 졌는데도 마치 자기가 이긴 것처럼 연설했다"면서 "론(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은 2위를 하고 떠났는데 그녀는 3위를 하고서도 아직 남아 있다"고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헤일리 전 대사가 선거운동을 중단해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바이든에게 돈을 쓰는 대신 계속 낭비해야 하기 때문에 그는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한 주간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도 뉴햄프셔에서 700마일(1100km) 떨어진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주시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19일 대선후보 경선에 참여했다 낙마한 사우스캐롤라이나의 팀 스콧 연방 상원의원의 지지를 이끌어 냈다. 스콧 의원은 지난 14~15일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통화가 지지 선언을 하는 데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은 전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또 지난 20일 뉴햄프셔 맨체스터에서 가진 대규모 유세에 헨리 맥매스터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등 주정부 고위 관계자, 주 상·하원 의원들을 대거 참석시켰다.

이는 확실한 세 과시를 통해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 이전에 헤일리 전 대사를 무대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전략으로 분석됐다. 스콧 의원은 헤일리 전 대사가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 재임 시절 상원의원으로 지명했고, 맥매스터 현 주지사는 당시 부지사를 지낸 인연을 갖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자신의 뒤로 공화당이 결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의 제이슨 밀러 선임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 캠프는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에 앞서 헤일리 전 대사를 낙마시키기 위한 쇼를 계획하는 데 몇 주를 보냈다고 한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전 대통령 뒤로 당이 단결하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것"이라며 "헤일리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이제 그는 경선 레이스에서 벗어날 때"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각종 사우스캐롤리아나 경선 관련 여론조사에서 30%p 이상 격차로 헤일리 전 대사에게 앞서 있다. 정치전문매체 '더힐'이 31개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트럼프 전 대통령은 61.0%를 얻어 헤일리 전 대사(27.3%)를 33.7%p의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공화당 대선 예비후보 니키 헤일리 전 유엔주재 미국대사가 미국 뉴햄프셔주 콩코드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1.23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서 이변 기대…백업 준비?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는 이같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압박에도 굴하지 않고 경선 레이스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자신이 태어난 곳이자 2011년부터 6년간 재선 주지사를 지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펼쳐지는 프라이머리에서 이변을 만들어내겠다는 각오다.

헤일리 전 대사는 전날(23일) 연설에서 "이번 경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앞으로 수십 개의 주가 남아 있다"며 "그리고 다음 경선은 저의 달콤한 사우스캐롤라이나주"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저는 투사이고 싸움을 좋아한다"면서 "이제 우리는 도널드 트럼프 옆에 서 있는 마지막 사람"이라고 '중도 낙마'를 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했다.

헤일리 전 대사는 이날 저녁 사우스캐롤라이나 찰스턴에서 유세를 가질 예정이며, 그의 캠프 관계자는 이번 주말 400만 달러짜리 TV광고를 구매하기로 결정했으며, 첫 번째 광고는 이날 방영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헤일리 전 대사의 TV광고에는 바이든 대통령에 대해 "너무 늙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선 "너무 많은 혼돈"이 뒤따른다고 비판하면서 두 사람간 리턴 매치를 "아무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러면서 광고는 "더 좋은 미국을 위한 더 나은 선택이 있다"고 강조한다.

헤일리 전 대사 캠프는 15개 주와 1개 미국령이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오는 3월5일 '슈퍼화요일' 경선이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들 중 상당수 주가 코커스가 아닌 프라이머리를 진행하는 데다 "유리한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의미있는 성적을 거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다.

실제 헤일리 전 대사는 아이오와 코커스에선 20%가량 득표에 그쳐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에 밀려 3위에 머물렀지만, 프라이머리로 치러진 뉴햄프셔에선 40%가 넘는 득표를 했다.

공화당내 중도온건파들은 물론 무당층에서 상당한 득표를 이끌어낸 결과라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헤일리 전 대사의 승리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중론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미 경선 레이스가 "거의 끝난 것 같다"고 평가했고, 폴리티코는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희미한 희망을 살렸다"면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사우스캐롤라이나 경선은 "실제로 벽돌 장벽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헤일리 전 대사가 사법리스크에 직면해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곤경에 처할 경우를 대비해 경선 레이스를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른바 '백업 플랜'이다.

딘 레이시 다트머스 대학 정치학 교수는 "헤일리 전 대사가 (경선에서) 이길 것 같진 않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백업 플랜으로 경선에 계속 머물 수 있다"고 말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버지니아주(州) 매너사스 힐턴 공연예술센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여성의 임신중지권 관련 행사에 참여해 발언하고 있다. 배경에는 "로 대 웨이드 판결(임신중지 합법화)을 복원하라"는 의미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4.01.24/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바이든, 내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서 첫 공식 등판

공화당 경선에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내달 3일 사우스캐롤라이나 민주당 프라이머리에서 처음으로 공식 등판한다.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는 주정부가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한 민주당의 결정을 무시하고 강행한 것이어서 '비공식 경선'의 성격으로 치러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결정을 따르겠다며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에 후보등록을 하지 않았음에도 지지자들의 '기명투표'로 54.8%(개표율 94% 기준)에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하며 무난하게 1위를 차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우선 오는 27일 사우스캐롤라이나를 찾아 프라이머리 대비에 나선다.

다만 재선 도전에 나선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당 후보 선출이 유력한 만큼 프라이머리보단 트럼프 전 대통령과 본선을 가정한 준비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에서 승리하자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본선 상대가 될 것이 분명해졌다고 말했고, 낙태 문제를 이슈화하는 등 본선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