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D-3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美공화는 열기…'경선지 변경' 민주 냉랭

뉴햄프셔行 비행기에 프라이머리 취재 나선 언론인들 상당수
뉴햄프셔 유권자들도 들썩…'트럼프-헤일리' 맞대결에 관심 집중

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권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사흘 앞둔 20일(현지시간) 남뉴햄프셔대(SNHU) 아레나'에서 유세 행사를 개최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유세 현장에 들어가기 위해 SNHU 아레나 앞에서 줄을 서 있다.

(맨체스터·린지<뉴햄프셔주>=뉴스1) 김현 특파원 = 오는 11월 미국 대통령선거에 나설 공화당 후보를 선출하는 2차 경선지인 뉴햄프셔주(州)는 23일(현지시간) 열리는 프라이머리(예비선거)를 앞두고 분위기가 가열되고 있는 모습이었다.

프라이머리를 사흘 앞둔 20일 뉴스1이 찾은 뉴햄프셔는 섭씨 영하 8도(체감온도 영하 20도)의 추위와 전날 내린 폭설이 도시들을 뒤덮고 있었지만, 프라이머리에 대한 열기는 확연해 보였다.

워싱턴DC에서 뉴햄프셔 맨체스터 공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는 대부분 프라이머리 현장을 취재하는 언론인들이 대다수였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초대 백악관 대변인에서 MSNBC 방송 진행자로 자리를 옮긴 젠 사키 전 대변인도 이 비행기에 함께 했다.

30대 여성인 한 미국 언론인은 "다들 이번 프라이머리 결과에 관심이 많아 뉴햄프셔로 가는 것"이라며 "공화당에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이길 가능성이 높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는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이변을 일으킬지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맨체스터 공항 인근의 한 호텔에서 만난 여성 직원은 "다음 주에 프라이머리라서 정말 많은 기자들이 뉴햄프셔로 오고 있는 것 같다. 여기도 요즘 매일 기자들이 입·퇴실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취재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하면서 뉴햄프셔 유권자들도 서서히 들썩이는 모습이다.

20대로 보이는 렌터카 회사 직원은 '날씨가 춥다'고 하자 "원래는 영하 10도 정도가 정상이라 따뜻한 편"이라며 "지금은 (프라이머리) 투표하기 좋은 시기"라고 했다.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교에서 만난 한 40대 남성은 뉴스1에 어디서 왔는지 관심을 보이면서 "지금은 역시 프라이머리 주간"이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유세장에서 만난 20대 제프 로버츠는 공화당원인 부모님을 따라 왔다면서 "이번이 제 첫 (프라이머리) 투표다. 후보들의 얘기와 정책을 보고 나서 누구를 찍을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츠는 "부모님과 다른 후보에게 투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 출마한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의 지지자인 조이·모니카 그린베르그 부부가 20일(현지시간) 헤일리 전 대사의 유세가 열린 프랭클린 피어스 대학교의 한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공화당의 경우, 현재 각종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관련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간 치열한 승부를 벌이고 있다.

특히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의 압도적 승리를 계기로 '대세론'을 굳히려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뉴햄프셔에서 '반전의 토대'를 마련하려는 헤일리 전 대사간 날선 신경전도 진행되고 있다.

그래선지 뉴스1이 만난 뉴햄프셔 유권자들은 공화당 프라이머리 결과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는지 먼저 묻는 등 관심이 쏠려 있는 분위기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의 지지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양측 지지자들은 각각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가 뚜렷하게 갈렸다. 지지자들의 성향과 기반 역시 확연하게 엇갈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강경 보수 성향의 전통적인 공화당원, 헤일리 전 대사는 중도보수 성향의 공화당원 및 무당층 등으로부터 지지가 높은 상황이다.

63세의 로이 프레드씨는 "현재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 미국을 바로 잡을 수 있는 지도자는 트럼프 전 대통령밖에 없다"며 "또한 헤일리 등 다른 후보들은 리더십이 약해 시진핑(중국 국가주석),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등과 상대하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40대 중국계 미국인인 마이크 왕씨는 "현재 많은 불법 이민자들로 인해 미국에서 우리의 일자리를 잃고 있다. 저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법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장벽을 세우는 것을 지지한다"면서 "헤일리 등 다른 후보들도 국경 문제에 적극 대처할 것이라고 보지만,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 지지율이 높지 않다"고 '대세론'을 강조했다.

참전 군인 출신이라고 밝힌 70대의 한 남성은 "아이오와에서도 드러났지만, 뉴햄프셔에서 (대선후보) 경선은 사실상 끝날 것"이라면서 헤일리 전 대사에게 "더 이상의 기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달리 60대 공화당원인 조이 그린베르그씨는 "헤일리 전 대사가 미국을 위한 최고의 비전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두 번의 대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지금은 확신이 서지 않는다. 그는 국방에 강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린베르그씨는 "뉴햄프셔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 정말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많은 공화당원들이 (그간) 누구에게 투표를 해야 할지 몰라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투표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헤일리 전 대사가 뉴햄프셔에서 잘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무당층이라고 밝힌 50대 부부는 "우리는 헤일리(전 대사)가 좋은 선택지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비해) 헤일리 전 대사가 더 온건한 것 같다"고 밝혔다.

보스턴에서 온 공화당원인 72세의 페기 머그와이어씨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에 대해 "부끄러운 일"이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정직이다. 아무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뉴햄프셔주 프라이머리를 사흘 앞둔 20일(현지시간) 뉴햄프셔 린지 인근의 한 도로에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조 바이든 대통령과 딘 필립스 하원의원의 팻말이 꽂혀 있다.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첫 번째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한 민주당의 경우엔 상대적으로 프라이머리 열기가 높지 않아 보였다.

민주당은 오랜 기간 아이오와에서 첫 코커스를, 뉴햄프셔에서 첫 프라이머리를 치러왔다. 하지만 아이오와와 뉴햄프셔 유권자의 90% 이상이 백인이라 인종의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첫 경선지를 사우스캐롤라이나로 변경했다.

여기엔 지난 2020년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바이든의 경험이 반영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경선 때 아이오와주에서 4위를 한 데 이어 뉴햄프셔주에서 5위를 하면서 초반 대세론에 상당한 타격을 입은 바 있다. 반면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선 1위를 차지했다.

아이오와주와 달리 뉴햄프셔 주정부는 주법에 규정된 전통을 버릴 수 없다며 민주당 전국위의 결정에 반발해 23일 민주당 프라이머리 개최를 강행, 비공식 경선이 진행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후보 등록조차 하지 않아 해당 투표용지에 이름이 빠져 있는 상황이다.

뉴햄프셔 유권자 사이에선 이같은 결정에 비판적인 시선도 적지 않았다. 트럼프 전 대통령 유세 현장에서 만난 40대의 여성은 "저는 원래 민주당원이었지만, 이번엔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을 것"이라며 "민주당과 바이든(대통령)이 경선지를 바꾼 결정은 비겁했고, 뉴햄프셔를 버린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