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공화 첫 경선서 트럼프 압승, 미국인은 왜 그에게 열광하나[딥포커스]
경제·국경·전쟁 등 전 세계적 '불안의 시기'
보호주의 무역에 "안보 무임승차 없다"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공화당 첫 경선인 아이오와주 코커스(당원대회)에서 2위 후보와 30%포인트(p) 차이를 벌리며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미국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불안의 시기'가 공화당 첫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승을 이끌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미국 동부표준시로 오후 11시40분(한국시간 16일 오후 1시40분) 개표 완료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51.0%의 득표율로 압도적인 선두를 달렸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3%,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19.1%로 뒤를 이으며 치열한 2위 싸움을 벌이는 가운데 NYT와 AP통신 등은 디샌티스 주지사가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디샌티스 주지사가 2위를 차지할 경우,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보다 약 30%p 앞선 수치로 1위를 확보하게 된다.
이는 공화당 역대 경선 중 가장 큰 득표 차다. 지난 1988년 아이오와주에서 봅 돌 당시 상원의원이 팻 로버트슨을 12.8%p 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는데, 이때가 공화당 경선 역사상 가장 큰 1, 2위 간 격차였다.
◇경제·국경·전쟁 등 영향…보호주의 무역에 기대감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은 경제, 남부 국경 문제, 글로벌 불안정을 지지 배경 요인으로 꼽는다.
유권자 통계 전문 AP보트캐스트(VoteCast)에 따르면 아이오와 공화당 유권자의 약 4분의 1은 이민을 미국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로 꼽았고, 3분의 1은 경제를 가장 큰 관심사로 꼽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는 일련의 사건들, 즉 자신의 능숙한 선거운동, 경쟁자들의 실수, 그리고 자신에게 일어난 우연한 사건들로부터 이익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전쟁, 물가 상승으로 인해 일부 유권자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임 시절을 호의적으로 회고하게 됐다는 게 WSJ의 설명이다.
WSJ은 "남부 국경의 혼란스러운 상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아들 헌터를 둘러싼 법적 문제와 특검 조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를 흐릿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부연했다.
인디애놀라에서 건설업을 운영하는 수지 모건(63)은 WSJ에 "나는 그가 실제로 이 나라를 바로잡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 정치 주간지 뉴스테이츠맨 역시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전쟁, 대만해협 위협 고조, 미국 내 약물 문제, 인공지능(AI)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등이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는 오히려 '호재'로 다가왔다고 평가했다.
매체는 "트럼프는 제럴드 포드(재임 1974~1977년)와 지미 카터(재임 1977~1981년) 이후 전쟁을 시작하거나 확대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라고 설명했다.
집권 1기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나토 탈퇴 등을 요구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도 안보 무임승차를 근거로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잇따른 충돌로 전쟁에 염증을 느끼는 미국인들에게는 매혹적인 선택지일 수밖에 없다.
아울러 뉴스테이츠맨은 "세계 자유 무역은 미국의 제조 기반을 아웃소싱하고 수백만 명의 숙련된 생산직 일자리를 파괴했다"며 "중국 전체를 적대적인 외국 세력으로부터의 수입에 과도하게 의존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도 같은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재집권 시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또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용해 미국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고 비난하며 중국과의 전면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에서도 중국과 경제 갈등을 빚은 트럼프는 집권 2기에는 그 수위를 높여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뉴스테이츠맨은 "지정학적 고립주의와 보호주의를 연결하는 것은 국내외에서 미국에 대한 존경심을 회복하려는 트럼프의 노력의 일부"라고 평가했다.
◇사법리스크, 정치 공작으로 규정…'마이웨이' 성격도 매력 포인트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독이 아닌 '약'이 됐다는 평가도 이어졌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선거를 조작하기 위해 관련 고위 당국자를 협박한 혐의 등 총 91개 혐의를 받아 4차례 기소된 상태다.
아울러 콜로라도 대법원은 지난달 19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 폭동을 독려한 행위가 반란(insurrection)에 해당한다며 그의 콜로라도주 대선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일련의 사법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그는 공화당 내에서 60%의 지지율을 확보하며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이 같은 압도적인 지지에는 기소를 '정치 공작'으로 규정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공화당 유권자 6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에는 '정치적 동기'가 작용했다고 봤다. 심지어 응답자의 48%는 "기소 이후 2024년 트럼프에게 투표할 가능성이 더 커졌다"고 답했다.
뉴욕타임스(NYT)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민·형사 소송을 마녀사냥으로 여기도록 공화당 지지층에 불을 붙일 가능성이 높다"며 "공화당 유권자들 사이에서 그의 입지는 형사 고발 이후 더 높아졌다"고 전했다.
아이오와 코커스 전날인 14일 집회에는 '애국자는 절대 항복하지 않는다(PATRIOTS NEVER SURRENDER)'는 문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머그샷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은 수많은 지지자들을 볼 수 있었다.
AP보트캐스트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4분의 3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소송으로 인해 미국 사법 시스템에 회의가 생겼다고 말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는 그가 직면한 91건의 중범죄가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트럼프의 주장에 동의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독설을 서슴지 않고 '마이웨이'를 택하는 그의 성격도 지지율 결집에 한몫했다.
WSJ은 "이미 상당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는 공화당 TV토론에 참석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선두 주자가 없으면 논쟁은 마이너 리그 문제였고, 트럼프의 경쟁자들은 트럼프를 쫓기보다는 주로 서로를 공격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反)트럼프 중 어느 것도 트럼프의 인기를 훼손하지 않았다"며 "오히려 공화당 유권자들에게 트럼프의 매력을 강화했다"고 덧붙였다.
뉴스테이츠맨 역시 "트럼프의 선동적인 수사는 일반 미국 유권자들에게 계속해서 심금을 울리고 있다"며 "특히 세계화가 일상 생활에 대한 위협으로 여겨지는 러스트 벨트 지역에서 더욱 그렇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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