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계 최대위협은 美 그자체…11월 대선에 정치분열 심화"

유라시아그룹 8일 보고서 발간…"미국 대선, 전례없이 혼탁"
"전현직 대통령 모두 부적격 후보…트럼프 당선시 동맹 균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020년 10월 테네시주 내슈빌 벨몬트대에서 열린 대선 최종 토론회에 참석한 모습. 2020.10.22.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올 한해 전세계를 위협하는 최대 요인은 미국이란 분석이 제기됐다. 오는 11월 치러지는 대선에서 미국 전현직 대통령의 격돌이 예상되는 가운데 미국 사회가 벌써부터 극심한 정치적 분열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둘 중 누가 당선되더라도 '두 개의 전쟁'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미국 정치위험 분석업체 유라시아그룹은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유라시아그룹은 보고서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언급하면서도 "2024년을 위협하는 가장 큰 도전은 미국 대 미국의 싸움"이라며 "전례 없이 혼탁한 미 대선이 전세계 경제·안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군사력과 경제력은 매우 강력하지만, 정치 시스템은 현재 다른 선진 민주·산업 국가들보다 더 큰 기능적 결함을 앓고 있다"면서 "대선은 정치적 분열을 더욱 심화시켜 미국 민주주의를 시험하고 글로벌 무대에서의 신뢰도를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한 여야 유력 경선 후보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모두 "대통령직에 부적합한 인물"이라고 꼬집었다. 유라시아그룹은 공화당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범죄 혐의만 수십건 받고 있으며 이중 상당수가 대통령 임기 도중 취한 조치와 관련돼 있다"고 했다. 또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선 "두번째 임기가 끝날 때 86세의 나이가 된다"면서 꼬리표처럼 따라 붙었던 고령 논란을 거론했다.

그러면서도 이들 중 미국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데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대선 패배 시 감옥행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트럼프 전 대통령도 알고 있는 만큼 선거운동 내내 온라인 연설로 자신을 기소한 사법 체계를 공격하고 지지자들을 상대로 선거 당국에 압력울 행사하도록 유도할 거라는 게 분석팀의 예상이다.

유라시아그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백악관에 재입성하면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미 의회에서 더욱 강한 역풍에 직면하고, 대서양 동맹은 약화돼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유럽국들이 혼란에 빠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그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에 일방적 지지를 보낸 만큼 전선을 더욱 강화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반대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배하면 "합법적이든 불법적이든 모든 수단을 동원해 선거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고 선거 과정의 절차적 정당성을 문제 삼을 것"이라며 미국 사회가 심각한 대선 후유증을 겪을 것으로 전망했다. 민주당이 대선에 불복할 가능성은 비교적 낮지만, 일부 민주당 강세 주(州)에서 당국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경선 출마자격을 박탈하는 결정을 내릴 만큼 비토 정서가 강해 이를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고 평가했다.

유라시아그룹은 이번 보고서에서 벼랑 끝에 선 중동 정세를 두번째 위험으로 꼽았다. 이스라엘이 레바논 내 친(親)이란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공습을 감행한 상황이라 이란이 개입할 가능성이 커진 데다 예멘의 후티 반군이 하마스 지지를 표명하면서 홍해 지역에서 잇달아 무력 도발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세번째 위험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가 현재 전장 주도권을 쥐고 있어 미국의 지원이 밀리면 우크라이나 내 점령지가 러시아에 강제 할양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통제를 벗어난 인공지능(AI)의 출연 △러시아·북한·이란 등 이른바 '불량 국가'의 결속 강화 △중국 경기침체 장기화 △주요광물 쟁탈전 △글로벌 인플레이션 △기후위기 △미국 내 문화전쟁 등이 위험으로 거론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