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폭동 사태 3주년, 美 여전히 내전 상태…11월 대선 최대 변수
진상조사·가담자 처벌 현재 진행형…트럼프, 대선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
美 정치적 양극화는 더욱 심화…당사자격인 '바이든-트럼프' 리턴매치 유력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 민주주의의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냈던 1·6 의사당 폭동 사태가 6일(현지시간)로 3주년을 맞는다.
미국 사회는 지난 3년간 1·6 폭동 사태에 대한 진상규명 및 가담자 처벌에 나섰지만, 오히려 이를 둘러싼 정치적 갈등과 양극화만 더욱 심화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올해 치러지는 대선이 1·6 사태의 당사자들격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간 '리턴 매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사회가 사실상 '내전 상태'에 돌입해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대선 불복' 트럼프 지지자들, 美 역사상 최악의 미 의회 폭동 사태
5일(현지시간) 미 언론 등에 따르면 1·6 의사당 폭동 사태는 지난 2021년 1월6일 미 의회가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2020년 대선 결과를 인증하는 상·하원 합동회의를 앞두고 이를 막기 위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렬 지지자 등이 의사당에 난입한 사건이다. 미국 의회가 이같은 공격을 받은 것은 미국과 영국이 전쟁을 벌이던 지난 1814년 영국군이 의사당을 점령해 불태운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대선 결과에 불복해 온 트럼프 전 대통령은 당일 오전 11시 백악관 앞에 모인 수 천명의 지지자들에게 "대선 결과에 절대 승복하지 않겠다"는 자신의 입장을 재확인시켰고, 나아가 "지옥처럼 싸워라"라고 시위대를 부추겼다.
시위대는 합동회의가 예정됐던 오후 1시쯤 의회로 향했고, 끝내 바리케이드 등 경찰 저지선을 넘어 민의의 전당인 미 의회에 난입했다. 폭도들은 상원의장석을 점거하고, 하원의장실을 유린했다.
의회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시위대 4명이 사망했고, 경찰 140여명이 부상했다. 1·6 사태 직후 1명의 경찰이 사망했으며, 4명의 경찰이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1·6 사태와 관련해 최소 7명이 사망했다.
당시 당선 인증을 앞두고 있던 바이든 대통령은 "이것은 시위가 아니라 반란"이라고 강도높게 비판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오히려 폭도들을 "위대한 애국자들"이라고 치켜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주 방위군과 연방경찰이 뒤늦게 투입됐고 난입 사태는 4시간 만에 정리됐다. 난입 사태 당시 피신했던 미 연방의원들은 폭력에 굴복할 수 없다며 6시간 만인 오후 8시에 회의를 속개했고, 날짜를 넘긴 7일에야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을 인증했다.
◇3년 지났지만, 진상조사·가담자 처벌은 현재 진행형
1·6 사태 직후 민주당은 폭동을 선동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절차에 착수했지만, 하원을 통과한 탄핵소추안은 상원에서 '유죄 57표 대 무죄 43표'로 의결정족수(3분의 2이상, 67표)를 확보하지 못해 무산됐다.
민주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던 하원은 트럼프 탄핵이 무산되자 공화당의 반대 속에도 난입 사태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조사위원회를 출범시켰다.
1·6 사태가 3년이 지났지만, 진상규명과 가담자 처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수사당국은 의사당 폭력 행위로 수배 중인 80명 이상의 신원을 식별하고, 1·6 사태 전날 공화당 및 민주당 전국위 사무실 밖에 파이프 폭탄을 설치한 범인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 언론들에 따르면 1·6 사태로 1230명 이상의 사람들이 경범죄에서부터 중범죄에 이르기까지 기소됐다.
이들 중 약 730명의 피고인들이 혐의를 인정했고, 다른 약 170명은 판사나 배심원단이 결정한 재판에서 적어도 1건의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모든 혐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 피고인은 단 2명 뿐이었다.
선고가 확정된 약 750명의 피고인 중 3분의2가량이 징역형을 받았는데, 징역형의 범위는 수일간 구금에서 22년까지 다양하다. 폭동을 주도한 극우 단체 '프라우드 보이스(Proud Boys)'의 전 리더인 엔리케 타리오가 지난해 9월 1심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아 현재까진 가장 무거운 형량을 받았다.
◇트럼프, 1·6 사태 관련 기소됐지만 실제 처벌 여부는 불투명
지난 3년간 미국 사회의 관심은 1·6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 및 실제 처벌 여부에 쏠렸다.
지난 2020년 9월 민주당 주도로 출범한 미 하원 1·6 사태 특별조사위원회는 2022년 12월 최종보고서를 통해 "그(트럼프 전 대통령)가 없었다면 1·6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책임론을 명시했다.
결국 1·6 사태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수사를 진행해 왔던 잭 스미스 특검은 지난해 8월 트럼프 전 대통령을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에 개입한 혐의와 관련해 기소했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선 오는 3월4일 첫 재판이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해당 사건의 재판은 상당히 지연될 가능성이 높아 올해 대선 전까지 결론이 나오긴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관련 재판에서 재임시 발생한 범죄 혐의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면책특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이와 관련, 워싱턴DC 연방지방법원은 의회 경찰 2명과 민주당 의원 10여명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폭동 촉발로 피해를 봤다며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1·6 사태를 부추긴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연설은 "대통령 후보라는 개인 자격"으로 행동한 것이어서 면책특권이 없다고 판단하고, 재판을 계속 진행하도록 했다.
그러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 결정에 대해 항고하면서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법정 절차를 모두 보류해줄 것을 요청했다.
해당 결정에 대한 항고가 항소법원을 거쳐 연방대법원까지 이어질 경우 재판 지연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를 우려한 스미스 특검은 연방대법원에 직접 면책특권 보유 여부를 판단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연방대법원은 특검의 요청을 거부해 통상적인 절차대로 진행될 예정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이 2024년 대선에서 재집권할 경우 1·6 사태 관련자들에 대한 '사면'을 공언하고 있다. 자신에 대한 '셀프 사면'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실제 처벌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내전 상태" 美분열상은 여전…미국인 3분의1 이상 "바이든 당선 부적법"
1·6 사태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분열상은 3년이 지난 지금도 그대로다. 특히 올해 치러지는 대선이 1·6 사태 당사자들격인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리턴 매치' 구도가 될 가능성이 높아 미국 사회의 "내전 상태"는 더 심화할 전망이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와 관련한 혐의로 기소됐음에도 미국 성인의 3분의 1 이상이 바이든 대통령이 적법하게 대통령직에 당선되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가 메릴랜드대와 공동으로 지난달 14~18일 유권자 10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일(현지시간)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적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62%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이는 2년 전 실시했던 조사(69%)보다 7%포인트(p)나 감소한 수치다.
공화당 지지자 가운데에선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적법했다는 응답은 2년 전(39%)보다 8%p나 감소한 31%에 그쳤고, 1·6 폭동 사태가 '대부분 폭력적이었다'는 답변도 감소(2021년 54%→50%)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자들은 2년 전 26%에서 18%로 크게 줄었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이 1.6 의사당 폭동에 책임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53%(2021년 60%)만 그렇다고 답변했다. 공화당 지지층에선 '그렇다'는 답변은 14%(2021년 27%)에 불과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대선 결과 뒤집기 시도 혐의로 기소된 것과 관련해 유죄인지를 묻는 항목에선 전체 응답자 중 유죄라는 답변은 56%, 무죄는 33%였다. 공화당 지지자 중에선 유죄라는 답변은 18%에 그쳤고, 68%는 무죄라고 응답했다.
오히려 미국인 4명 중 1명(25%)은 1·6 사태에 연방수사국(FBI)이 관여했다는 가짜 뉴스를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美대선 1·6 사태 최대 변수…연방대법원, 트럼프 대선후보 자격 여부 결정 주목
올해 미국 대선은 돌발 변수가 없는 한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간 재대결 가능성이 유력하다. 이에 따라 이번 11월 대선은 '1·6 사태'가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당장 1·6 사태를 부추긴 혐의를 받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콜로라도주(州) 대법원과 메인주 정부 등 일부 주에선 최근 반란에 가담한 공직자들의 공직을 금지한 수정헌법 조항을 근거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을 박탈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에 반발해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자격 여부는 '보수 우위' 구도의 연방대법원의 결정으로 최종 확정될 것으로 보여 연방대법원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다만, WP여론조사에선 과반 이상이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에 대해 유죄라고 응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를 2024년 대선에서 후보 자격을 박탈해야 한다는 답변은 절반을 밑도는 46%에 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선 뒤집기 시도 등 4건의 형사 기소를 당했지만, 오히려 지지층이 결집하면서 당내 경선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특히 '복수'라는 키워드를 은근히 내세우면 지지층의 결집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에 맞서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1·6 사태를 적극 활용하려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3주년을 앞둔 이날 독립전쟁의 유적지인 펜실베이니아주 밸리 포지에서 연설을 하며 '민주주의 수호'를 강조할 예정이다.
미 정치권에선 대선 일정과 맞물려 진행되는 1·6 사태 관련 등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판이 중도층과 무당층의 표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하고 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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