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웃으면 세상은 확 바뀐다…11월 美 대선에 전세계가 주시

[2024 글로벌뷰②]"모든 상품에 10% 관세" 예고…中과 갈등 불가피
'안보 무임승차' 언급하며 나토 탈퇴 가능성 커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레노 지역에 모인 지지자들 앞에서 연설을 펼치고 있다. 2023.12.1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전 세계 60여개국에서 전국 단위 선거가 치러지는 '선거의 해'가 밝았다. 최고의 관심사는 단연 11월 예정된 미국 대통령 선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간 '리턴 매치'가 뚜렷해지는 가운데 국제사회는 '트럼프 2기'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발표되는 가상 양자 대결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 자릿수로 앞선다.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3년차 국정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역대 대통령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기록하면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회를 얻고 있다.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파이브서티에잇이 지난달 15~20일 유권자 98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지지율 40%로, 바이든(36%)을 4%포인트(p) 앞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47%의 지지율을 보이며 바이든 대통령(43%)을 제쳤다.

여론 조사를 종합해 평균 지지율을 산출하는 정치 분석 전문매체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46.8%)은 바이든 대통령(44.5%)에 소폭 앞선다.

보호주의 정책을 고수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중국과의 두 번째 무역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단절,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등 과격한 정책이 제동 없이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 재집권하면 기존 관세에 10% 추가

우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집권 시 모든 상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이 때문에 중국과의 2차 관세 전쟁은 물론 동맹국들과도 멀어질 것이라는 우려뿐만 아니라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촉발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그는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수입품에 대해 '보편적 기본 관세'(universal baseline tariff)를 부과, 이 세금을 10%로 정할 것이라고 시사한 바 있다.

더군다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불공정 무역 관행을 이용해 미국 무역 적자를 초래했다고 비난하며 중국과의 전면전을 암시하기도 했다. 집권 1기에서도 중국과 경제 갈등을 빚은 트럼프는 집권 2기에는 그 수위를 높여 무역 전쟁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중국 측은 "무역 전쟁이나 관세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며 보호주의 정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고 있는 만큼, 양측의 충돌은 불가피하다.

미국의 내부적 타격도 무시할 수 없다. 일부 미국 산업은 외국 경쟁으로부터 보호받는 반면, 다른 산업은 수입 재료의 비용 상승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다시 급등하고, 수입 재료의 비용이 상품에 녹아 미국 제품의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2월1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코랄빌에서 열린 선거 행사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IRA 폐지 가능성…화석연료 생산 확대

미국의 에너지 정책도 대전환이 예상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바이든 행정부의 친환경 중심에서 벗어나 에너지 효율 우선으로 기준을 수정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풍력과 태양광 대신에 원자력과 석유, 천연가스 생산을 늘린다는 것이다.

이아 맞물려 미국에 전기차·배터리 공장을 지으면 보조금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11월 23일 트럼프 대선 캠프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트럼프가 재선되면 IRA를 폐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 경우에 미국 투자에 나섰던 국내 자동차·배터리 기업들이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미국의 나토 탈퇴 가능성…우크라 전쟁에 심대한 영향

집권 1기에서도 주한미군 철수, 미국의 나토 탈퇴 등을 요구하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2기에서도 안보 무임승차를 근거로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그는 최근 선거운동 캠페인 웹사이트에서 "우리는 나토의 목적과 임무를 근본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을 완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선택은 우크라이나에는 비극, 러시아에는 희극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러시아는 나토의 동진에 반발해 왔는데, 핀란드가 지난 4월 나토에 가입하며 나토 방위선은 러시아 턱밑까지 다가왔고, 러시아에도 큰 압박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우방국인 미국이 나토에서 탈퇴하고 우크라이나 지원을 중단한다면 푸틴 대통령은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다.

◇동북아 안보지형도 상당한 변화 겪을 전망

나토뿐만 아니라 한미일 동맹도 예외는 아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당시 한국에 기존의 5배 넘는 방위비분담금을 요구해 한미 동맹에서 긴장감을 높였다. 그는 일본에도 기존의 4배 가까운 방위비를 요구한 바 있다. 특히 한미일 정상은 지난 8월 캠프 데이비드에 모여 3국 안보협력을 강화했는데, 트럼프 2기에서는 삼각공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스콧 스나이더 한미경제연구소(KEI) 소장은 지난달 19일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온라인 대담회에서 "트럼프 정부로의 전환과 관련해 (한미일) 삼각협력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한미일 삼각협력 강화를 바이든 정부의 주요 성과로 여긴다면 삼국 공조를 해체하려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비핵화 외교도 멈춰설 전망이다. 한미는 그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북정책 기조로 삼았다. 그러나 최근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승리하면 북한 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교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핵 동결과 제재 완화는 결국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최종적으로 완성시켜주는 결과를 초래, 대북 억제력 약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