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중심에 선 연방대법원…트럼프 백악관行 막을까
상고 받아들이겠지만 당파 논란 벗어나긴 힘들 듯
보수 6대 진보 3 구도서 보수적 판결 잇따라 내놔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 연방대법원이 2024년 대통령 선거의 중심에 섰다. 콜로라도주(州)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대선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 상고 의사를 밝히며 공이 대법원에 넘어가면서다.
20일(현지시간) 외신을 종합하면 콜로라도 대법원은 전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2021년 1월6일 의회의사당 폭동을 독려한 행위가 반란(insurrection)에 해당한다며 그의 콜로라도주 대선 예비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했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수정헌법 14조3항을 근거로, 취임 선서 등을 통해 헌법을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인물이 반란에 참여할 경우 다시 직무를 맡는 것이 금지된다고 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 측에서는 즉시 상고 의사를 내비쳤다. 콜로라도 대법원은 내달 4일부터 이번 판결을 발효하겠다고 밝혔는데, 트럼프 측이 이전에 상고하면 연방대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 판결 발효가 유보된다.
연방대법원은 우선 상고를 받아들일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 예정된 빽빽한 정치 일정으로 조속한 판결에 대한 압력을 받을 전망이다.
로스앤젤레스 로욜라 로스쿨의 선거법 교수인 제시카 레빈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이 사건은 연방대법원의 해결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법원은 주 대법원이 단편적인 결정을 내리도록 할 수 없다. 그들(연방대법원)은 행동하고 신속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콜로라도주 공화당 경선 투표는 내년 3월5일 치러질 예정이며, 관련 소송이 계류 중인 버지니아·텍사스·버몬트주 등에서도 같은 날 예비 선거를 치른다.
NBC뉴스는 "대법원이 사건을 심리하기로 결정하더라도, 판결을 내리는 데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결국 대법원의 결정이 예비선거가 아닌 대선에 적용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연방대법원으로서는 피하고 싶은 민감한 정치적 상황에 놓이게 됐다. 노트르담 로스쿨의 선거법 교수인 데릭 T. 뮬러는 WSJ에 "이 사건은 법원에 큰 압력을 가하고 있다"며 "이 사건을 처리하려면 판사들은 가장 가시적인 정치적 덤불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변호사 엘우드 존은 NBC에 "이것은 한 세대에 한 번, 어쩌면 일생에 한 번 있을 법한 사건의 집합체"라며 "워터게이트 시대 이후 가장 큰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릭 하센 UCLA 법대 교수도 "대법원이 다시 한번 미국 대선의 중심에 들이닥치고 있다"며 이번 판결을 2000년대 부시 대(對) 고어 사건과 비교했다.
당시 민주당 대선 주자 앨 고어 후보는 전국 투표에서 조지 W. 부시 후보를 앞섰지만, 선거인단 투표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했다. 재검표가 이뤄졌으나 법원 판결로 재검표가 중단되며 선거는 부시 후보의 승리로 끝났다.
선거 혁신 및 연구 센터의 데이비드 베커 전무이사도 "현 상황에서 대법원은 부시 대 고어 사건보다 더 큰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고 뉴욕타임스(NYT)에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가 수정헌법 14조에 따라 대통령직을 맡을 수 없게 되는 반란에 가담했는지를 판가름하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대통령 면책특권 및 형사 소송 전반과 관련된 문제"라고 부연했다.
특히 연방대법원은 최근 임신중지권(낙태권)과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정책인 이른바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관련 결정으로 뭇매를 맞고 있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대법관 9명으로 구성된 연방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진보 6대 보수 3 구도로 재편됐다. 이후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폐기한 데 이어 다양성을 위해 대학에서 소수 인종을 우대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에도 위헌 결정을 내리는 등 잇따라 보수적인 판결을 내놓고 있다.
뉴욕대학교 법학 교수인 리처드 필데스는 NYT에 "대부분의 판사는 확실히 2024년 대선에서 눈에 띄지 않는 모습을 선호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매우 양극화되고 소셜 미디어를 기반으로 하는 정치 문화에서 법원이 자신이 선호하는 후보에 대해 불리한 판결을 할 경우, (어떠한 판결이든) 국가의 절반은 법원이 당파적인 방식으로 행동했다고 믿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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