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시크교 분리주의 미국인 암살시도 배후에 인도 정부 관리"-美정부

청부살인 혐의 적용돼 유죄판결 나오면 최대 징역 20년형

25일(현지시간) 캐나다 국적 시크교도들이 브리티시컬럼비아주 밴쿠버의 인도 총영사관 앞에서 지난 6월 밴쿠버에서 발생한 시크교 지도자 살해 사건 배후로 지목된 인도 정부를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2023.9.2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국 국적을 지닌 인도계 시크교도 분리주의자에 대한 암살 계획 배후에 인도 정부 관리가 있었다고 미국 법무부가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피의자 니킬 굽타가 인도 정부 관리의 지령을 받고 미국 시민권자 쿠르파완 싱 파눈을 암살하려 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파눈은 북부 펀자브주의 분리 독립을 주장하는 인물이다.

데미언 윌리엄스 맨해튼 연방검사는 "피고인은 인도 출신으로 시크교도들을 위한 주권국가 수립을 공개적으로 주장해 온 미국 시민권자에 대한 암살을 공모했다"고 밝혔다.

소장에는 니킬 굽타가 인도 정부 보안 요원으로부터 암살 계획과 관련해 구체적인 지령을 받고 움직였다는 내용이 나와 있다.

소장에 따르면 굽타는 파눈을 암살하기 위해 지난 6월 살인청부업자로 위장한 미국 정부 요원에게 10만달러(약 1억3000만원)을 지불했다.

이후 굽타는 암살 시도에 실패한 뒤 체코에서 체포된 상태다. 그에게는 청부 살인 혐의가 적용됐으며 유죄 판결이 나올 경우 최대 징역 20년형에 처해질 수 있다.

25일(현지시간) 캐나다 국적 시크교도들은 쥐스탱 트뤼도 총리가 지난 6월 발생한 밴쿠버에서 발생한 시크교 지도자 살해 사건 배후로 인도 정부의 개입 가능성을 제기한 지 1주 만에 인도 총영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23.9.16 ⓒ 로이터=뉴스1 ⓒ News1 김기성 기자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기간에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하면서 이 문제를 언급하며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 관계자는 "당시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인도와 미국 양자 관계에 잠재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또한 인도 측과 이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장(DNI) 또한 인도를 방문해 조사를 지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 문제는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를 위해 인도와 더 긴밀한 관계를 꾀하고 있는 가운데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작용하고 있다.

에이드리언 왓슨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피고인이 인도 정부 관리의 지시를 받은 것과 관련해 "우리는 이 정보를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우려를 표명하기 위해 인도 정부와 직접적인 최고위급 대화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왓슨 대변인은 "인도 정부는 그들이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를 조사하겠다는 뜻을 우리에게 분명히 밝혀 왔다"며 "인도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인도 정부가 이 일을 계속 책임질 것을 계속 기대하겠다"고 덧붙였다.

인도 정부는 캐나다와 미국을 포함해 해외에 위치한 시크교도 분리주의 단체들을 끊임없이 견제해 왔다. 이 단체들은 인도로부터 시크교 지역을 독립시키기 위한 '칼리스탄 운동'을 조직하기도 했다.

인도는 이들의 움직임을 안보 위협으로 간주한다. 지난 1985년 캐나다에서 인도로 향하던 에어인디아 보잉747 여객기가 폭발해 탑승자 329명 전원을 사망케 한 사건의 배후에는 시크교 분리주의 무장세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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