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시리아 내 이란 연계시설 공습…짙어지는 중동 전운
F-15E 전투기 2대로 시리아 동부 무기 저장시설 타격
미국, 확전 가능성 우려해 정밀한 공격 준비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미군이 시리아 내 이란 연계 군사시설을 타격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이 한 달째 지속되는 상황에서 중동 지역의 전운이 짙어지는 모양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성명을 내고 미군 전투기들이 시리아 동부의 이란 혁명수비대(IRGC)와 그 대리 세력의 시설을 공습했다고 발표했다.
오스틴 장관은 "이번 공격은 자위 차원에서 이뤄졌으며 이라크와 시리아 주둔 미군을 상대로 한 IRGC 쿠드스군의 잇따른 공격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군 F-15E 전투기 2대가 시리아 데이르알주르주의 무기 저장시설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번 공습은 미군 무인기 MQ-9 리퍼가 예멘 영해 상공에서 이란의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에 의해 격추된 사실이 확인된 가운데 이뤄졌다.
미군은 이라크에서 2500명, 시리아에서 900명의 병력을 운용한다. 대부분은 이슬람국가(IS) 잔당에 대항하는 현지 군인들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주둔한다.
현재 이란 연계 세력들은 이들을 집중적으로 노리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17일 이후 이라크와 시리아 내 미군 주둔 기지가 공격받은 횟수가 최소 41건에 달하며 미군 46명이 부상을 입고 이 중 25명이 외상성 뇌 손상을 입었다고 발표했다.
NYT는 미국이 이란 연계 세력의 공격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체로 번질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확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미국은 대응 작전을 펼칠 때도 상당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NYT에 따르면 미국 관리들은 공격 목표물을 설정하기 위한 회의에서 각각의 공격이 어떤 반응을 초래할지 예측하려고 노력한다.
익명을 요구한 미국 관리 3명은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이 더 큰 갈등을 촉발하지 않으면서 이란이 지원하는 시아파 민병대의 미군 공격을 막는 방법을 계산하려고 노력해 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라크와 시리아에서의 갈등을 관리하기 위해 러시아도 창구로 활용하고 있다고 두 미국 관리는 NYT에 귀띔했다. 러시아는 이란과 가까우면서도 이라크와 시리아에 각각 군대를 두고 있다. 미국이 시리아를 공습하기 전에 러시아에 사전 정보를 전달해 그 정보가 이란에도 전해지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이후 이란을 중심으로 예멘의 후티 반군과 레바논의 헤즈볼라, 가자지구의 하마스, 시리아 정부군 및 이라크의 친이란 무장단체들은 똘똘 뭉치고 있다. 이들은 이스라엘에 맞서는 '저항의 축'을 자처한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이스라엘을 파괴하고 중동에서 미군을 격퇴하겠다며 공격적인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나, 아직까지 미국 관리들은 이 '저항의 축' 세력들이 확전을 추구하지는 않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크리스틴 아비자이드 미국 국가대테러센터장은 "우리는 이란과 헤즈볼라, 그리고 그들의 대리 세력들이 정교하게 계산된 접근법을 취하려 한다고 본다"며 "그들은 미국이나 이스라엘과의 2차 전선 형성을 피하면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past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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