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쿨파]엔비디아 20% 폭락, 美 대중 반도체 제재 역효과만

캘리포니아주 산타 클라라에 있는 엔비디아의 본사.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의 대중 추가 반도체 제재가 미국 반도체 업체의 주가만 급락하게 하고 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생성형 인공지능(AI) 최대 수혜주 엔비디아는 전거래일보다 0.93% 하락한 407.80 달러를 기록했다.

엔비디아 일일 주가추이 - 야후 파이낸스 갈무리

이로써 시총은 1조70억 달러로 집계돼 겨우 1조 달러에 턱걸이했다. 엔비디아는 반도체 기업 최초로 시총 1조 달러를 돌파한 업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달 18일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를 발표했다. 이전 조치 때보다 사양이 낮은 AI 칩에 대해서도 수출을 금지했다.

이 같은 소식으로 엔비디아는 지난 주 중국 매출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로 급락, 시총 1조 달러가 붕괴됐었다. 그러나 이번 주 월요일(30일) 낙폭과대에 따른 반발 매수 유입으로 주가가 반등함에 따라 다시 시총 1조 달러를 회복했었다.

그러나 또다시 중국 매출이 크게 줄 것이란 예측이 나옴에 따라 이날 하락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추가 제재로 엔비디아 전체 매출이 50억 달러(약 7조) 정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로써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한 달 동안 7% 급락했으며, 지난 8월 기록했던 전고점 대비 20% 폭락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도 미국의 추가 대중 제재 발표 이후 3500포인트에서 3200포인트로 10% 정도 급락했다.

미국의 반도체 추가 제재가 미국 반도체 업체의 주가만 끌어 내리고 있는 것이다.

이에 비해 중국은 반도체 자립에 한 발 더 다가서고 있다. 앞서 중국 화웨이는 지난달 3일 3년 만에 처음으로 최신폰을 공개했다.

화웨이의 최신폰 메이트 60 프로. - 화웨이 홈피 갈무리

이 최신폰에 중국 최대 반도체 업체 SMIC의 7나노미터(㎚=10억분의 1m) 반도체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이 자체 개발한 7나노 공정 반도체를 사용, 화웨이가 최신폰을 완성함에 따라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가 무용지물이 됐다”고 평가했다.

7나노 공정이 최신 공정은 아니다. 삼성전자나 대만의 TSMC는 3나노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이들 업체에 6~7년 뒤진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7나노 공정을 독자 개발한 것은 반도체 자립의 초석을 닦은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미국의 제재가 오히려 중국의 반도체 자립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제재 전에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 기업들이 미국에서 칩을 살 수 없다면 자체 개발에 나설 것"이라며 "이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만 도와줄 뿐"이라고 경고했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자사의 GPU를 들어 보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박형기 기자

그는 특히 “미국 반도체 업체 매출 3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반도체 대중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 업체는 생산 설비 3분의 1을 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재는 중국의 빠른 반도체 자립을 도울 뿐 아니라 자국 반도체 업체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동맹을 규합해 중국을 포위하는 효과적인 전략을 구사, 중국을 국제사회에서 ‘왕따’시키고 있다.

실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사상 최악이다. 미국의 유명 여론 조사업체 퓨리서치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세계 각국의 대중 호감도는 조사 이래 최악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이 전쟁에서 이기고 있으나 일부 전투에서는 실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sin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