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녀 납치, 일가족 사망…이·팔 전쟁에 시카고 곳곳 상흔[통신One]
유대인 주민 이스라엘 귀국해 참전도…시의회 입장차·찬반시위 격화
(시카고=뉴스1) 박영주 통신원 =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시카고에서도 주민의 현지 사망, 납치 등 피해가 잇따라 보고되고 있다. 시카고 거주 유대인 경우 귀국해 조국 전쟁에 참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2,800명 이상의 이스라엘인과 팔레스타인인이 이번 전투로 사망했으며, 이 중에는 최소 27명의 미국인이 포함된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마스에 인질로 잡혀 있는 사람 중에는 미국인도 있다고 확인했다.
시카고 서버브 에반스턴에서 17년 이상 살아온 모녀가 하마스에 억류된 150여 명의 인질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에반스턴의 한 유대교 회당은 격렬한 전투 속에서 이스라엘에서 실종된 나탈리 라난과 그녀의 어머니 주디스를 위해 기도를 요청했다.
두 사람은 유대 안식일을 맞아 가족을 방문하기 위해 이스라엘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말 동안 무장 세력 공격을 받은 가자지구 인근 이스라엘 남부의 키부츠인 나할 오즈에 머물렀다. 두 사람은 하마스 공격 이후 연락이 끊겼다.
WGN-TV는 가자지구에서 태어나 1990년대 시카고로 이주한 한 시카고 경찰관의 가족 10여 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시카고 경찰국의 모하마드 다라바이는 지난 9일 사촌으로부터 친척 10명이 가자지구에서 살해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WGN에 말했다. 희생자 중에는 처남의 여동생과 남편, 자녀들도 포함돼 있다.
그는 "여동생과 남편, 그리고 온 가족이 폭격당해 모두 죽었다"며 "살아남은 두 살짜리 쌍둥이는 이제 고아가 됐고 다른 두 아이는 아직 살아있지만, 중상을 입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역시 가자지구 공습으로 친척을 잃은 압둘라 엘 아가는 "이는 우리가 수십 년 동안 겪어온 악몽"이라며 "가자지구에서 테러와 침략에 대한 소식을 듣는 것은 가자지구 출신인 우리에게는 전혀 새로운 일이 아니다"고 ABC7에 토로했다.
글렌브룩 노스 고등학교를 졸업한 노스브룩 주민인 서른 살 조니 암람은 하마스에 맞서 싸우는 조국의 전쟁에 참전했다. 그는 이스라엘 전쟁에 참전한 약 36만 명 예비군 중 한 명이다.
현재 암람은 폐허가 된 건물에 살아 있을지 모르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는 일을 수행하고 있다. 숨어 있던 두 가족, 두 명의 여성을 찾아냈다고 그는 ABC7에 전했다.
암람은 "거리를 걷다 보면 건물이 불타고 온통 총알구멍이 뚫려 있고 완전히 부서진 자동차를 볼 수 있다"며 "죽은 민간인 시신이 비닐봉지에 싸여 구급대원들에 의해 정착촌 밖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참혹한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유대계인 일리노이 주지사 J.B. 프리츠커는 지난 10일 이스라엘 연대 행사에서 하마스를 "테러 조직이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살인자 군대"라고 부르며 이스라엘에 대한 자신과 일리노이주의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하마스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일리노이주는 하마스 공격을 끝내기 위한 싸움에 분명하게 함께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국민 모두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시카고 선타임스는 이스라엘을 한목소리로 지지하는 데 주저하는 시카고 시의회 분위기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유일한 유대인 시의원인 데우라 실버스타인(민주)이 13일 내놓을 결의안 초안에 대해 모든 의원이 동의하지 않아 결과가 주목된다. 초안에는 하마스 공격을 규탄하고 이스라엘과의 연대를 표명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같은 당 소속 로드리게스-산체스 의원은 "팔레스타인 민간인도 살해당하고 난민이 되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견뎌온 억압과 점령, 폭력의 역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비양심적인 일이다"고 X(옛 트위터)에 썼다.
악시오스 시카고는 "시의원 간 마찰은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인구가 가장 많고 유대인 인구가 7번째로 많은 주에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대한 대중의 분열이 더 커졌음을 반영한다"고 분석했다.
시카고 도심에서는 연일 각각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사람들 시위가 벌어져 일부 충돌도 우려되고 있다.
yjpark@kaka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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