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유엔 안보리서 러시아에 "흑해 곡물협정 무기화 그만해라"
러시아 흑해 곡물협정 파기 후 전보다 곡물 가격 15% 뛰어
"식량의 전쟁 무기화를 비난하는 공동 성명" 발표 예정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에서 지난달 흑해 곡물협정을 파기한 러시아에 "기아를 무기화해서는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3일(현지시간) 식량 안보 관련 회의가 진행됐다. 블링컨 장관이 의장을 맡았다.
블링컨 장관은 러시아를 콕 집어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이 세계 식량 체계를 "위협"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을 파기한 것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블링컨 장관은 "모든 안보리 회원국, 모든 유엔 회원국은 러시아에 흑해 곡물협정으로 협박하는 일은 그만하라고 말해야 한다"고 행동을 촉구했다.
러시아는 국제사회가 러시아의 곡물과 비료를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도록 보장하지 않았다며 지난 7월17일 협정을 깼다.
그간 유엔과 함께 협정을 중재해 온 튀르키예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협정이 파기된 후 2주 동안 곡물 가격이 15% 뛰었다고 했다. 블링컨 국무장관은 8% 이상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Q)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레바논·이집트·파키스탄은 밀 공급량의 80%가량을, 소말리아는 90%가량을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산에 의존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블링컨 장관은 "세계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들을 지렛대로 삼는 것은 (지금까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에 드미트리 폴얀스키 유엔 주재 러시아 차석 대사는 서방의 제재가 러시아 식량과 비료 수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는 회의에서 "러시아의 농산물 공급 능력에 영향을 주는 서방의 인위적·불법적 장애물이 제거되지 않는 한 공급망이 정상 기능을 회복하고 세계 식량 안보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한편 블링컨 장관은 이미 91개국이 서명한 "식량의 전쟁 무기화를 비난하는 공동 성명"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ABC뉴스에 말했다.
또 아프리카 12개국과 아이티의 식량 불안정 및 영양실조를 퇴치하기 위한 자금 3억6200만 달러(약 4706억 원)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AFP는 79개국에서 약 3억4500만 명이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식품을 구매하거나 섭취할 수 없어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realk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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