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장관 시주석 면담 불발, 양국 팽팽히 맞서고 있다는 증거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미국 고위급 인사의 방중 성공 여부는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났느냐에 따라 판가름 난다.
중국의 권력이 공산당 총서기에 집중돼 있고, 공산당 총서기를 겸임하고 있는 시 주석은 3연임에 성공하는 등 종신 집권을 추구하고 있어 여느 공산당 총서기보다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특히 그렇다.
시 주석은 미국 외교사령탑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만났지만 이번에 경제 사령탑 재닛 옐런 장관은 만나지 않았다.
이는 미중이 경제분야에서 기존의 입장만 재확인 했다는 증거다.
시 주석은 지난달 블링컨 장관이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블링컨 장관을 직접 만났다.
그는 지난달 19일 블링컨 장관과 회담 이후 “미국과 중국이 양자 관계를 안정시키는 데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그는 블링컨 장관에게 "이번 방문을 통해 중미 관계 안정화에 더 긍정적인 기여를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또 "양측은 진전을 이루었고 몇 가지 특정 문제에 대해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매우 훌륭하다"고 덧붙였다.
블링컨 장관도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세계의 이익에 부합한다"며 "중국 고위 관리들과 대화가 솔직하고 생산적이었다"고 화답했다.
중화권의 대표 영자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블링컨 장관의 방중이 미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를 마련하지는 못했지만 양국 관계 안정화의 기틀을 마련하는 등 비교적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양국 정상의 정상회담 초석도 마련됐다. 블링컨 장관이 시진핑 주석과 관계 안정화에 합의 함에 따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이 조만간 열릴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옐런 장관의 방중에서 양국 경제관료들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 어떤 타결점도 못찾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 주석이 직접 옐런 장관을 만나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때부터 부과되고 있는 관세 철폐와 미국의 대중 반도체 수출 제한 철폐 등을 원했었다.
현재 미국은 반도체 수출 제한뿐만 아니라 미국 투자자들이 중국 기술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치도 고려 중이다.
시 주석이 옐런 장관을 직접 만나지 않은 것은 이 부분에서 미국의 양보가 전혀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옐런 장관은 중국을 떠나며 한 기자회견에서 "중국 고위 관리들과의 10시간에 걸친 양자 회담이 직접적이고 실질적이며 생산적이었고 흔들리는 양국 관계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상당한 이견이 있었고, 이러한 이견이 명확하고 직접적으로 전달됐다"고 덧붙였다.
미중이 경제 현안에 대해 팽팽하게 맞서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그는 "한 번의 방문으로 우리의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이번 방문이 중국의 새 경제팀과 탄력적이고 생산적인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는 양국이 민감한 부분에서 입장 차이를 못 좁혔음을 시인한 것으로 새로 구성된 경제 라인과 소통 채널을 확보한 것에 애써 만족하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양국이 긴장관계를 풀 돌파구를 마련치 못했음을 시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양국간 경제적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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