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외교, 고위급 접촉 유지 등 4개 분야 합의…대만 문제엔 큰 간극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회담…친강 외교, 방미 합의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미국과 중국의 외교 수장이 중국 베이징에서 만나 7시간 이상 "솔직하고 실질적이며 건설적인" 회담을 갖고 고위급 접촉 유지 등 4개 분야에 합의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의 이번 방중으로 추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회담을 위한 포석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블링컨 장관은 현지시간으로 이날 오후2시30분(한국시간 3시30분)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친강 외교부장(장관)과 회담을 시작했다. 이날 회담은 당초 계획보다 훨씬 오랫동안 계속됐다.
양국 외무 장관은 만찬을 곁들이며 7시간 30분 동안 회담을 가졌다. 중국 관영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양국 외교 사령탑이 만찬을 제외하고 거의 6시간에 걸친 회담을 마쳤다고 전했다.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 발표를 종합하면 양국은 △고위급 접촉 유지 △미중 관계 이행지침에 대한 협의 진전 △현안 해결 위한 미중 워킹그룹 협의 △인적 및 교육 교류 확대 등 4가지 분야에서 합의했다.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오해와 오산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외교의 중요성과 모든 문제에 걸쳐 열린 의사소통 채널의 유지를 강조했다"면서 양측은 "미국과 중국 국민들 사이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의 중요성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중국 외교부는 "발리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 합의한 중요한 합의를 공동으로 이행하고 이견을 효과적으로 통제하며 대화 교류 및 협력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 국무부와 중국 외교부는 적절한 시기에 워싱턴을 방문하라는 블링컨 장관의 초청을 친강 부장이 수락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고위급 채널을 유지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양측에 대한 자국의 입장도 강조했다. 미 국무부는 "블링컨 장관은 미국은 항상 미국 국민의 이익과 가치를 옹호하고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협력하여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국제적인 규칙에 기초한 질서를 유지하는 세계에 대한 우리의 비전을 진전시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고 전했다.
중국 외교부는 "대만 문제와 같은 중국의 핵심 이익과 주요 관심사에 대해 엄격한 입장을 밝혔다"며 "대만 문제가 중국의 핵심 이익의 핵심이며 중미 관계의 가장 중대한 문제이자 가장 두드러진 위험이라고 지적하고, 중국은 미국 측에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것을 촉구했다"고 밝혔다.
회담에는 미국 측 대니얼 크리튼브링크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세라 베런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중국·대만 담당 선임국장, 니컬러스 번스 주중 미국 대사 등 8명과 중국 측 마자오쉬 외교부 부부장, 화춘잉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 양타오 외교부 북미대양주사(司) 사장 등 8명이 배석했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방중으로 추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양자 회담이 성사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오는 9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11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로이터는 "블링컨 장관의 방문이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의 중국 방문 가능성을 키우고, 올해 말 국제회의에서 정상회담이 이뤄질 토대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WP) 역시 "중국 관리들은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경제 관리들과의 후속 회담을 여는 데 필요한 단계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번 블링컨 장관의 방중은 미국과 중국 양측의 이익이 맞아 떨어진 결과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기업연구소(AEI)의 잭 쿠퍼 선임연구원은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미중 관계 개선보다는 제3국과의 관계 강화를 염두에 둔 방문"이라며 "중국과 대화에 나서는 모습을 연출해 미중 대립을 염려하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등에게 안도감을 주려 한다"고 전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의 추가 제재를 막기 위해 블링컨 장관의 방문을 받아들였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닛케이는 "미국 정부는 반도체 수출 규제와 함께 이달 첨단기술 관련 제품 수출을 금지하는 등 중국 기업을 대상으로 한 제재를 넓혔다"며 "중국 내 첨단 기술 개발 등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한편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은 블링컨 장관 취임 이후 처음이자,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 마이크 폼페이오 당시 국무장관이 지난 2018년 10월 다녀온 뒤 약 4년8개월 만이다. 앞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 2월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중국 스파이 풍선 사태가 터지면서 연기됐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일정에 따르면 19일에는 중국 외교 수장인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과 만날 계획이다. 시진핑 주석을 직접 만날지가 최대 관심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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