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2년] 아프간·우크라·인플레 겪은 바이든…기밀유출 사태에 흔들

1·6 의사당 폭동 사태 충격 속 취임…통합 강조했지만 정치적 양극화 심화
40여년만의 최악 인플레에 지지율 최저치…의회 지형변화 국정운영 험로 예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겨울 폭풍으로 큰 피해를 입은 캘리포니아를 방문하기 위해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 합동 기지서 전용기를 타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 취임 2주년을 맞는다. 임기 4년의 반환점을 돌게 되는 셈이다.

1·6 미 의사당 폭동 사태의 충격 속에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지난 2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아프가니스탄 철군 문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40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문제 등의 잇따른 난제와 싸워 왔다.

다행히 민주당이 다수를 장악한 상·하원의 지원 속에 초당적 인프라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과학법 등 의미 있는 입법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 참패가 예상됐던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여성의 낙태권과 인권 옹호론 등을 앞세워 상원을 지켜내는 등 예상외의 선전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임기 3년차에 돌입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공화당이 장악한 하원으로 인해 향후 국정 운영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데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당시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 유출 사건이 터지면서 재선 가도에도 비상등이 켜지는 등 상당한 험로가 전망된다.

◇바이든, 1·6 사태 충격 속 취임…"통합" 강조했지만 정치적 양극화 심화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극우 성향 지지층을 중심으로 일으킨 1·6 사태의 후폭풍 속에서 취임하면서 "미국을 하나로 모으고, 우리 국민을 단합시키며, 우리나라를 통합하겠다"고 공언했다.

일부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지난 2년간은 미국 내부의 분열이 극대화되며 정치적 양극화가 더욱 심화됐다는 평가가 대체적이다.

특히 보수 우위의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을 인정하지 않는 등의 보수 성향의 판결만을 내놓으면서 정치·사회적 갈등을 더욱 부채질했다.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 추이. 사진은 파이브서티에이트 홈페이지 캡처.

이같은 정치적 양극화 심화는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도 그대로 반영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40%대 초반에 머물고 있다.

19일(현지시간) 여론조사 분석업체인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을 하루 앞둔 이날 지지율은 43.4%였고,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51.3%로 더 높았다.

취임 2주년을 즈음한 역대 대통령들의 지지율 비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37.0%)과 트럼프 전 대통령(40.0%)을 제외하고 3번째로 낮은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지 정당 성향별로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평가는 극명하게 나뉘고 있는데, 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정치적 건재를 과시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중간선거 고전을 면치 못했음에도 곧바로 2024년 대선 재도전을 공식 선언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시동을 걸고 있다.

중간선거 이후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의 부상으로 주춤하긴 했지만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들어 다시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내 차기 대선후보군 중 1위를 차지하며 정치적 입지도 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8월24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루즈벨트룸에서 아프가니스탄 철군 시한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 AFP=뉴스1 ⓒ News1 구진욱 기자

◇아프간 철군 혼란에 부정론이 긍정 추월…러 우크라 침공 막지 못해

지난 2년간 바이든 대통령을 괴롭힌 것은 '내부 균열'만이 아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혼란스러운 철군,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 회복 과정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40년만의 최악 인플레이션 등은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쳤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해인 2021년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도 미뤘던 아프가니스탄 철군을 결단했다. 그러나 철군 과정에서 이슬람국가(IS)의 공항 테러로 미군 13명이 숨지는 등 혼란스러운 모습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비판론에 휩싸였다.

파이브서티에이트에 따르면 취임 직후였던 2021년 3월22일 고점(55.1%)을 찍었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혼란스러운 철군에 대한 비판론이 고조됐던 8월말에 처음으로 부정 여론(47.5)이 긍정 여론(47.2%)을 뒤집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둘째 해인 지난해 2월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에 직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하면서 이를 막고자 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끝내 침공을 강행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미 의회는 안보 지원 242억 달러(약 30조원)를 포함,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경제·인도적 지원을 위해 500억 달러(약 62조원)를 쏟아부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간이 얼마나 걸리더라도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전쟁 장기화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되고 있는 데다 이제 하원 다수를 차지한 공화당이 "백지수표식 지원은 안 된다"며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제동을 걸 태세여서 녹록지 않은 상황에 직면할 것으로 점쳐진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22년 12월2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환영하고 있는 모습. 2022.12.2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대규모 부양책·우크라 전쟁에 40여년만에 최악 인플레…지지율 직격탄

특히 코로나 사태 이후 대규모 부양책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및 식량 가격 폭등은 미국을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경험하도록 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직격탄을 날렸다.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던 지난해 7월21일 최저치(37.5%)로 떨어졌다.

다행히 전략비축유 방출과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의 가파른 금리인상 기조로 유가 등 물가가 서서히 하락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은 회복되기 시작했다.

여기에 여성들을 중심으로 연방대법원의 낙태권 불인정 판결에 반발하는 여론이 터져나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반등의 기회를 잡았다. 초당적 인프라법, IRA, 반도체과학법 등 굵직한 입법 성과는 반등에 탄력을 붙였다.

이를 토대로 참패가 예상됐던 11·8 중간선거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하원 다수당을 공화당에 내주긴 했지만 민주당과 의석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 않고, 상원 다수당을 사수하는 등 예상 외의 선전을 거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23년 1월4일 미국 켄터키주 코빙턴의 다리 인근에서 브렌트 스펜스 다리를 홍보하는 행사에 참석해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악수를 하고 있는 모습. ⓒ 로이터=뉴스1 ⓒ News1 김현 특파원

◇공화당 하원 장악에 집권 3년차 국정운영 험로 예상…'협치' 강조

그러나 바이든 대통령의 집권 3년차는 미 의회의 지형 변화로 국정 운영에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하원 다수당인 공화당은 118대 의회가 시작되자마자 국세청(IRS) 예산삭감법과 대통령의 전략비축유 방출권한 제한법 등 바이든 행정부가 추진해 온 정책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공화당은 연방정부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사태를 막기 위한 '부채한도 상향'에도 정부 지출 감축이 우선이라며 버티고 있는 데다 수사기관 등 연방정부의 무기화, 바이든 대통령 아들 헌터의 우크라이나 스캔들 의혹, 아프간 철군 과정의 적절성 등에 대한 조사를 추진하겠다고 연일 공세를 펴고 있다.

민주당이 상원 다수당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공화당의 정책 뒤집기에도 제약이 있긴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으로선 집권 후반기 '바이든표 개혁'을 추진하기 위해서라도 공화당의 협조와 협력을 얻어내야 하는 상황이다.

그래선지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첫 일성으로 '초당적 협력', '협치'를 강조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일 새해 첫 공식일정을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와 함께 켄터키주(州)를 방문하며 '협치'에 초점을 뒀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2주년을 맞은 20일에도 백악관에 초당적 성향의 시장들을 초청해 행사를 개최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미국 구조계획, IRA, 반도체법, 초당적 인프라법 통과 등 초당적인 노력에 초점을 맞춘 연설을 할 예정이다.

15일(현지시간) 미국 델라웨어주(州) 조 바이든 대통령 사저 앞에 비밀경호국 요원들이 주차하고 있다. 지난 12일 바이든 대통령의 사저에서는 부통령 시절 취급하던 기밀 문건이 발견됐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재선 도전 선언 앞두고 터진 기밀문건 유출 파문…재선 가도에 비상등

지난 9일 불거진 부통령 재임 시절 기밀문건 유출 파문은 재선 도전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에게 대형 악재가 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은 지난해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밀문서 유출 사건 당시 강도 높게 비판했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으로부터 '내로남불'이라고 역공을 받는 등 궁색한 처지에 놓이게 됐다.

게다가 지난해 중간선거 엿새 전에 개인사무실에서 기밀문건을 발견했음에도 언론에 공개하지 않은 이유가 분명하지 않은 데다 델라웨어주 자택에서 잇따라 추가 문건들이 발견되면서 이번 사태는 더욱 확산되고 있다.

메릭 갈런드 미 법무장관은 이번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특검을 임명한 상태다. 특검 수사 상황에 따라선 바이든 대통령이 정치적 타격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이번 사건이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도전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미 트럼프 전 대통령과 디샌티스 주지사간 양강 구도가 형성된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에선 바이든 대통령이 낙마할 경우 대체할 주자가 없다는 점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사태를 극복하고 재선 도전에 나설지, 민주당이 대안 주자 찾기에 나설지가 향후 워싱턴 정가의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gayun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