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파월의 매파 의지 믿지 않는다…금리인하 베팅"-WSJ

"1년 전에도 형편없는 전망…불신 키운다"
애크먼, 차라리 물가목표 높여라…군드라흐 "침체확률 75%"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 ⓒ AFP=뉴스1

(서울=뉴스1) 신기림 기자 =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연준)가 14일(현지시간) 강력한 물가 안정의지를 다지며 내년에도 금리를 올리겠다고 공언했다. 연준의 매파 본색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 회견에서 더 많이 드러났다.

파월 의장은 앞으로 물가가 계속 추가로 오를 위험으로 기울어져 있다며 더 갈 길이 남았다고 밝혔다. 연준이 강력한 매파 의지를 다졌지만 시장은 거의 꿈쩍도 하지 않았다.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회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금리를 0.5%p 올리고 내년 최종 금리전망도 같은 폭으로 상향했지만 시장은 내년 하반기 금리인하 전망을 유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선물시장은 연준이 내년초 금리를 0.5% 올리고 이후 연말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을 가격에 계속해서 반영했다. 이날 뉴욕증시의 3대 지수들 역시 낙폭을 2%대에서 1% 미만으로 축소했다. 블룸버그는 "파월이 더 높은 금리가 더 오래될 것으로 전망하지만 시장은 믿지 않는다"고 전했다.

스티펠니콜라우스의 린지 피에그자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연준이 매파적 기조를 강화할 것이라고 시장은 믿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연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둔화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시장의 불신은 연준이 꼬박 1년 전에도 형편없는 전망으로 전혀 다른 길을 제시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FOMC는 올 한해 전체 금리가 0.75%p 인상될 것이라며 금리 목표 중간값을 0.875%로 제시했다. 하지만 연준은 올해 마지막 금리결정을 내렸고 금리를 4.25~4.5%로 높여놨다. 1년 전 금리 전망과 실제 금리는 무려 4%p 가까운 격차가 난다.

연준이 물가와의 전쟁에서 진짜 승리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것이 목표였다면 경제를 더 비관하는 전망을 내놨어야 했다고 WSJ는 지적했다.연준이 금리전망을 높여 제시한 것을 시장은 믿지도 않고 신뢰도 개선에도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WSJ는 꼬집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 빌 애크먼은 "일자리를 파괴하는 깊은 침체" 없이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 2%를 달성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애크먼은 " 인플레 +/-3%를 받아 들이는 것이 장기적으로 강력한 경제와 고용 성장에 더 나은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파월 연준 의장이 기자회견까지 매파적 발언을 서슴치 않은 이유는 뭘까. 지난달 FOMC 회의 이후 증시는 상당히 올랐고 금융환경도 매우 느슨해졌기 때문이다.

지난달까지 연준은 금리를 4연속으로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강행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으로 경제가 침체가 빠질 것이라는 전망에 더욱 힘이 실렸다. 14일 신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는 리세션(침체)이 오고 있다며 그 확률은 75% 이상이라고 예상했다. 군드라흐는 침체를 가리키는 분명한 지표들이 많다며 경기 호황이 거의 끝나는 단계에 접어 들었다고 진단했다.

결국 연준이 침체로 인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밖에 없다는 예상으로 이어지며 그동안 증시는 상승세를 달렸다. 지난달 연준의 금리결정 이후 뉴욕증시의 간판지수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은 이달 13일까지 거의 7% 가까이 올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FOMC 회의 사이 기간 가운데 상승률은 2020년 6월 이후 최대다.

이에 연준은 증시의 완화 기대감을 낮춰야했고 내년 금리 전망을 상향하며 추가 인상을 압박했다. 리차드번스타인고문의 댄 스즈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에 "성장은 둔화하지만 금리는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며 "지금 시장에 더 큰 불확실성은 연준이 아니라 성장"이라고 말했다.

shinkir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