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나토 동맹 강화로 러시아 이어 중국 견제 압박
블링컨 美국무 "中 견제 관련 서방 접근 수렴중"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미국이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외교장관 회의를 통해 러시아에 이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연대강화에 나섰다.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외교장관 회의 후 기자들에게 "중국이 도전하는 분야를 조사하고 그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오늘 우리가 이야기한 것은 도전에 대처하기 위해 구체적인 방법으로 대응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그러면서 "중국이 제기하는 도전에 대한 접근법에 있어 (서방이) 점점 더 수렴한다고 오늘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미국은 나토 동맹을 통해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유럽내 군사력을 증강해 러시아를 압박했다. 그리고 이제 나토 동맹국들이 대중 접근법을 미국의 방식과 유사하게 조정하도록 미국이 압박하고 있다고 FT는 관측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직전까지 유럽연합(EU)은 미·중 전략 경쟁 심화에 따른 대외 정책 방향을 미국과 별개로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번 전쟁으로 서방과 중·러간 '신(新)냉전' 구도가 펼쳐지면서 대중국 정책도 묘하게 미국 쪽으로 한 걸음 다가간 측면이 있다.
이를 여실히 보여준 사례가 바로 지난 10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가 발표한 5쪽 분량의 외교 전략 문서다. EU는 2019년부터 중국을 '파트너'인 동시에 '강력한 경제적 경쟁자'이자 '체제 경쟁자'로 간주했다. 하지만 보렐 대표는 지난 10월 외교전략 문서를 공개하면서 "이제 경쟁자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EU는 중국에 경제적 의존도를 줄이고 현실적이고 강력한 관여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바이든 미 행정부가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과 방향을 같이 한 것이다. 미 행정부는 NSS에서 중국을 '국제질서 재편을 꾀하는 유일한 경쟁국'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10월 중국이 첨단 반도체를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수출 통제 정책을 발표했다. 군사적 활용을 막는 안보를 이유로 들었지만, 중국의 빠른 부상을 견제한 행보라는 분석이 많다.
미국은 현재 기술 동맹국들, 특히 일본과 네덜란드를 설득해 중국의 반도체칩 고도화 기술 획득에 추가적인 제한을 가하는 '3자 협정' 체결도 추진 중이라고 FT는 전했다.
전략 물자의 대중국 공급망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도 미국의 우선 과제로 꼽힌다. 이에 대한 나토의 협조 사례로 캐나다는 최근 자국 핵심 광물 채굴에 관여하는 기업에 투자한 중국 기업들에 투자 회수를 명령하기도 했다.
나토 30개국 사이에는 이견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날 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한 2명의 소식통은 FT에 "독일처럼 중국과 경제적 유대가 강한 나라도 있다"며 "헝가리는 블링컨의 제안에 저항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안토니오 타자니 이탈리아 외무장관은 "중국에 유럽 인프라 구매를 허용하는 건 실수"라며 "인도·태평양에서 더 강력한 관여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 안보를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유럽 국가들은 장기적인 대중국 전략은 논의를 회피하고 있다. 일단 러시아의 침공 속 우크라이나 지원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러 단일대오가 흐트러지지 않길 바라기 때문이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이 신냉전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나토는 중국의 허위 정보 사용과 군사력 증강, 러시아와의 협력을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것은 나토를 아시아로 데려가자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저 중국이 지역 내에서 제기하는 몇 가지 도전에 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나토는 이미 아시아로 바짝 다가오는 모습이다. 지난 9월 나토는 대만 문제 관련 첫 토론회를 열고 잠재적인 양안 충돌이 유럽·대서양 안보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우리가 깊이 반대하는 중국의 행동을 인식해야 한다"며 "이는 나토 동맹 안에서 전체적으로 잘 이해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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