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다카' 폐지…트럼프 '공화당 자중지란' 노림수?
공화당 "세제·예산·부채한도 등 현안 산적한데…"
"트럼프, 공약이행 과시·책임은 의회에 떠념겨"
- 김윤정 기자
(서울=뉴스1) 김윤정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청년 불법체류자 추방 유예 프로그램 '다카'(DACA·Deferred Action for Childhood Arrivals)를 폐지하기로 결정하면서 80만 명의 '드리머'(Dreamer), 불법체류자의 자녀인 청년들이 내쫓길 위기에 몰렸다.
트럼프 행정부가 의회에 6개월의 입법 준비 기간을 주며 '다카 폐지입법'을 촉구했다. 하지만 여당인 공화당에선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4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등 미 언론은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문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심하느라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날 트럼프 행정부는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의 성명을 통해 다카 프로그램을 공식 폐지했다. 세션스 장관은 "다카가 위헌이며 수십만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규 노동허가증 신청 및 발급 절차는 10월 5일부터 중단되며 기존 다카 프로그램 적용자들은 6개월의 유예기간을 갖게 된다. 세션스 장관은 "의회에 입법 기간을 주는 것"이라며 다카 폐지 입법을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트위터를 통해 "의회, 일할 준비 하라-DACA!"라고 올렸다.
하지만 공화당은 당장 의회에서 다카 폐지를 논의할 생각이 없다. 세법 개정, 내년도 예산안, 부채한도 증액안 등 복잡하고 민감한 현안이 산적해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상원 '2인자' 존 코닌(텍사스) 의원도 "이번 달엔 논의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이 문제를 두고 오바마케어 폐지 과정에서 드러났던 공화당 내부 분열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자칫 공화당에 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은 "(이번 법안은) 공화당에 결정적 순간(defining moment)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공화당 의원 대부분은 다카 프로그램의 폐지 혹은 축소에 동의한다. 하지만 반대 여론도 만만치 않다. 존 매케인(애리조나) 상원의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함께 무너진 이민 시스템을 개혁하고 국경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결정은 잘못된 접근"이라고 비판했다.
제프 플레이크 상원의원, 폴 라이언 하원의장, 미치 매코넬 상원 원내대표 등도 민주당과 협력해 이민법을 개선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할 뿐 선뜻 트럼프의 폐지 계획에 찬성 의사를 밝히지 않고 있다.
사실상 의회에 6개월이라는 시한을 통보한 트럼프 행정부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은 "나는 오랫동안 자신의 잘못 없이 이 나라에 불법 입국한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을 지지했다"며 "백악관은 대통령이 어떤 법안에 서명할 것인지 분명히 밝히는 게 중요하다. 우리는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꼬집었다.
◇ "트럼프의 영리한 결정이다"
이번 결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의 '절묘한 수'라는 평가도 있다.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은 공화당 지도부와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시카고트리뷴은 "트럼프의 결정은 영리하다. 그는 공약을 이행했다고 과시할 수 있고, 다카가 폐지되지 않는다 해도 의회에 책임을 떠넘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트럼프가 6개월이라는 시한(3월 5일)을 내걸었는데, 이는 내년 11월 중간선거를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을 시기다. 그 이전에 의회가 처리해야 할 현안도 산적한데, 모두 이민법보다 중요하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가 이민법 개혁에 성공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이를 의회에 떠넘긴 것이란 분석이다. 동시에 트럼프는 의회를 공격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할 무기를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에 짐을 떠안긴 꼴이 되자 민주당은 내심 반색하는 모습이다. 민주당 하원 원내총무 스테니 호이어(메릴랜드) 의원은 "이 시점에서 최대한 건조한(객관적인)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공화당의 움직임을 보고 싶기 때문에 당분간은 뛰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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