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으로 역경 이긴 모레노 에콰도르 대통령 당선인
1998년 40대 중반에 총격으로 하반신 마비
'웃음치료' 의지해 4년만에 외부활동 재개
- 최종일 기자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 = 에콰도르에서 2일(현지시간) 치러진 대선 결선투표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레닌 모레노 후보(63)는 절망의 끝에서 희망이 시작됨을 몸소 보여준 인물이다. 그의 역경 극복과 소외 계층 지원 활동은 에콰도르 국민들의 사랑을 받게 된 배경이 됐다.
모레노는 1953년 페루 국경 지역에 있는 소도시에서 태어났다. 레닌이란 이름은 초등학교 교사로서 러시아 혁명가 블라디미르 레닌을 존경했던 부친이 붙였다.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1976년 취업했고 마케팅 분야에서 성공적인 경력을 쌓았다.
공직 진출을 원해 이직한 관광부에서도 탄탄대로를 걸었다. 그러다 1998년 40대 중반에 수도 키토에 있는 쇼핑몰 주차장에서 강도로부터 등에 총격을 당했다. 이 사건으로 하반신이 마비돼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됐다. 극심한 통증에 일 년간 누워 지냈고 절망 속에 하루하루를 보냈다.
의사들이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에서 모레노는 '웃음 치료법'에 대한 책을 읽고 깨달음을 얻었다. 농담을 외우고 코미디를 봤다. 4년 만에 그는 휠체어를 타고 움직일 수 있게 됐다. 웃음을 통해 총격 사건의 정신적, 육체적 트라우마를 점차 이겨냈다.
이때부터 모레노는 웃음에 관한 책을 저술하고, 희망전도사(motivational speaker)로 활동했다. 또 공직에 복귀했고, 2007년에는 부통령에 올랐다. 장애인을 외계인, 이방인 취급하던 당시에 부통령에 오른 그는 장애인들을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에콰도르 장애인의 실태를 처음으로 조사했다. 또 장애인 지원 예산을 대폭 확충하고, 전문적 지원을 위해 재단을 설립했다. 7년 임기 동안, 에콰도르는 중남미에서 장애인 복지가 가장 잘돼 있는 나라로 변모했다. 에콰도르의 정책은 파라과이, 페루, 과테말라, 칠레 등도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장애인 지원 운동으로 모레노는 2012년 노벨평화상 후보에 지명되기도 했다. 또 부통령에서 물러난 뒤에는 장애인 담당 유엔특사를 맡았다. 모레노는 대선에 도전하면서 장애인과 청소년, 미혼모, 노인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내세웠고 국민들의 지지를 받았다.
에콰도르 선관위는 이날 모레노 후보가 기예르모 라소 후보(61)를 간소한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출구조사 결과로 승리를 주장했던 라소 후보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재검표를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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