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억년 혜성 아이손, 태양 품에서 '장렬한 최후'
- 이준규 기자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의 태양역학관측소(SDO)가 28일(현지시간) 촬영한 태양의 대기 코로나의 모습. 사진 아래쪽에서 태양으로 접근하고 있는45억년 혜성 아이손(ISON)은 이미 절반 이상을 소실했다.© AFP=News1
</figure>내달 초 육안 관측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던 혜성 아이손(ISON)이 태양 표면에 지나치게 가까이 붙어서 비행하다가 결국 태양열에 의해 45억년의 삶을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고 AFP통신이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얼음과 돌로 구성된 아이손은 한국시간으로 29일 오전 3시30분께 태양표면 117만㎞ 상공을 비행하면서 섭씨 2700도의 고온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됐다.
대다수의 천문학자들은 아이손이 이 과정에서 초당 300만톤의 중량을 잃으면서 소멸될 것으로 예측했다.
몇몇 태양 관측소들은 아이손이 태양에 가장 가까워지는 위치인 근일점에 접근한 것을 관측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스테레오(STEREO, 태양지구간관측소)와 유럽우주국(ESA)과 나사 합동 태양계관측소(SHO)는 아이손이 이동 중 점차 희미해지는 것을 관측했다고 말했다..
나사의 태양역학관측소(SDO)는 이미 아이손을 관측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미 해군연구소의 혜성과학자 칼 바탐스는 나사에서 우주사진을 살펴본 후 "아이손이 태양을 선회하는 동안 아마 소멸될 것으로 보인다"며 "태양표면 뒤로부터 나오는 어떠한 것도 관측할 수 없는 것으로 볼 때 아이손이 소멸 중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배드애스트로노미 블로그 운영자인 필 플레이트도 "아이손이 이미 사라졌을 것 같은 강한 느낌이 든다"며 소멸에 무게를 실었다.
존스홉킨스대학 응용물리학연구소의 캐리 리스 선임연구원은 이미 3분의 2가량을 잃은 아이손을 쉽게 부서질 수 있는 '흐물흐물해진 눈 뭉치'에 비유했다.
아이손의 현재 최대 직경은 일반 혜성의 절반 수준인 약 1.2㎞로 추정된다.
한 러시아 관측팀에 의해 지난해 10월에 발견된 아이손은 45억년 전 생성된 뒤 '오르트구름'을 통해 태양계에 진입했다.
바탐스는 "우리는 오르트구름에서 태양계로 향한 혜성을 본적이 없었다"며 "아이손은 매우 역동적인 상황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리스 선임연구원은 아이손을 "행성의 생성에 대한 혜성의 역할을 알려줄 태양계의 '공룡뼈'와 같은 존재"라고 표현했다.
제임스 그린 나사 행성과학국장은 "이렇게 먼 거리에서 태양계로 유입된 아이손은 천문학자들에게 있어 매우 흥미로운 혜성"이라고 강조했다.
원거리에서 접근한 아이손을 장기간 관측한 결과 중심부인 핵은 이산화탄소 구름에 둘러싸인 것으로 밝혀졌다.
리스 선임연구원은 "아이손의 구성요소를 고려할 때 초기 태양계의 기초 물질이 일산화탄소가 아닌 이산화탄소일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아이손은 태양에 접근하면서 그 꼬리의 파동을 통해 태양풍의 패턴을 보여주고 있다. 태양풍은 평소에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손은 최근 수일 동안 환하게 빛나고 있다가 갑자기 광도가 급격하게 낮아졌다. 이에 천문학자들 사이에서는 이미 해체과정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findlove@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