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팔이가 박수쳐도 불법"…올해 이그노벨 평화상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의 유머 과학잡지 '애널스 오브 임프로버블 리서치(AIR)'가 과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웃기면서도 기발한 연구를 대상으로 하는 시상이다.

노벨상을 풍자한 이그노벨상은 가공인물인 이그나시우스 노벨(Ignacius Nobel)에서 이름을 본 땄으며 '품위없다'는 뜻의 영어단어 이그노블(ignoble)과도 유사하다.

이그노벨상은 실제 노벨상 수상자들을 초청해 의도치 않게 웃음을 선사한 연구 성과를 선정하도록 하는 등 진지한 과정을 통해 진행된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공공장소에서 박수를 금지해 이그노벨 평화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된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 벨라루스 경찰.

루카셴코 대통령은 지난 2011년 일어난 반정부 시위에서 손뼉을 치는 항의 방법이 등장하자 박수를 법으로 금지시켰다.

그런데 벨라루스 경찰이 한 손 밖에 없어 박수를 칠 수 없는 남성을 이 법령에 의해 체포하는 웃지 못 할 일이 발생하면서 이그노벨상을 공동으로 수상하게 됐다.

12일 밤에 열릴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그노벨상 시상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예정이다.

이그노벨상의 설계자이자 AIR의 편집인인 마크 에이브러햄스는 "루카셴코 대통령과 직접 접촉할 수는 없었다"면서도 "충분한 정보를 접한 바 이 상을 받기에 충분하다고 판단돼 수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주목할만한 수상자는 성기가 절단된 남성들을 전문으로 치료해 공공보건상을 수상한 의료팀이다.

에이브러햄스는 "태국에서는 술 취한 남편들이 분노한 부인들에게 종종 성기를 절단당하고 있으며 다수의 피해남성들은 이 병원으로 후송된다"며 "수상자들은 자신들의 시술법을 적극 추천하고 있지만 잘린 성기의 일부분이 이미 오리에 의해 먹힌 경우에는 손 쓸 방도가 없다"고 말했다.

태국에는 오리 서식 지역에 지어진 수상가옥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다수 있다.

고고학상은 설치류의 뼈 중 어느 부분이 인간의 소화기관에 의해 소화되는 지를 연구한 미국과 캐나다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들 연구진은 뒤쥐를 끓는 물에 살짝 익혀 씹지 않고 삼켰다가 배설한 후 남은 뼈를 찾는, 다소 엽기적인 방식의 실험을 진행했다.

심리학상은 술에 취한 사람들은 자신을 더 매력적으로 느낀다는 미국과 프랑스 연구진이 수상했으며 물리학상은 어떤 사람들은 달에 연못이 있을 경우 빠지지 않고 물위를 걸어갈 수 있다는 것을 연구한 연구진이 차지했다.

오래 누워있던 소 일수록 더 빨리 일어나며 일단 소가 서면 언제 다시 누울지 예측이 어렵다는 연구를 진행한 영국·네덜란드·캐나다 연구진은 개연성상을, 개똥벌레가 길을 잃었을 경우 은하수를 바라봄으로써 다시 올바른 길을 찾아간다는 연구를 한 스웨덴·호부·독일·영국 연구진은 생물학과 천문학상을 함께 수상했다.

비행기 납치범을 낙하산 패키지에 집어넣어 경찰에 인도하는 시스템을 고안해 안전공학상을 수상한 미국인 구스타노 피조와 양파를 깠을 때 눈물이 나는 현상이 기존에 밝혀진 것보다 더 '복잡한' 과정에 의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일본·독일 연구진도 눈에 띄었다.

올해로 23회를 맞는 이그노벨상 시상식은 미 보스턴의 하버드 대학에서 매년 개최된다.

올해 시상식에는 1999년 이 상을 수상한 조지와 샬럿 블론스키 부부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은 미니 오페라 '블론스키 장치'가 초연된다.

블론스키 부부는 당시 회전 테이블에 임산부를 묶어놓고 높은 속도로 이를 회전시켜 분만을 돕는 장비를 발명했다.

이그노벨상 주최 측은 앞서 올해 부문별 상금 규모를 10조달러(약 1경860조원)로 정했다고 말해 이목을 끌었으나 곧 기준 화폐가 미 달러가 아닌 짐바브웨 달러라고 밝혀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짐바브웨 달러는 무가베 짐바브웨 대통령의 경제개혁 실패로 인한 2억3100만%의 살인적인 물가 상승률 때문에 100조달러가 발행되는 등 화폐가치가 폭락했다. 지난 2009년 사용이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화는 우리 돈 4000원 정도면 구매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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