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명 자녀 둔 억만장자…프랑스서 체포 '텔레그램 창업' 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 출생…포브스 추산 재산 20조원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린 테크계 '혜성'

메신저 앱 텔레그램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 15.09.21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제 목적은 부자가 아니라 자유로워지는 것입니다. 제 인생의 사명은 다른 사람들도 자유로울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온라인 메신저 '텔레그램' 창업자로 '러시아의 마크 저커버그'로 불리는 파벨 두로프(39)가 프랑스에서 체포되면서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미 경제잡지 포브스 추산 재산이 155억 달러(약 20조 6000억 원)에 달하는 억만장자기도 하다.

24일(현지시간) TF1 TV와 BFM TV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이날 저녁 프랑스 파리 외곽 르 부르제 공항에서 체포됐다. 텔레그램이 돈세탁이나 마약 밀매 등 각종 범죄에 악용되고 있는데도 별다른 조처를 취하지 않은 혐의다.

두로프는 유명한 '자유주의자'다. 그의 '자유'를 향한 맹목성이 결국 '방관'으로 이어지며 텔레그램이 각종 범죄의 온상이 됐다는 지적이다.

두로프는 1984년 러시아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형인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수학 천재로 불렸다고 한다. 또 코딩에도 재능을 보였다. 이후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대학교에 진학했다.

두로프가 정보기술(IT) 업계에 혜성처럼 떠오르게 된 건 대학을 갓 졸업한 2006년부터다. 그는 2006년 러시아에서 SNS 플랫폼 프콘탁테(VKontakte·VK)를 설립했다. 이에 '러시아의 저커버그'로 불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두로프는 러시아 정부와 갈등을 빚으면서 그의 고국을 떠나게 된다. 2014년 러시아 정부가 VK의 야당 커뮤니티를 폐쇄하고, 앱 사용자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제공하라고 요구하면서다. 그는 러시아 정부의 요구에 불응했다.

이후 그는 2013년 자신의 형 니콜라이 두로프와 함께 텔레그램을 창업했다. 자유주의자답게 높은 보안성과 익명성을 보장했다.

이같은 장점에 힘입어 텔레그램은 전 세계적인 SNS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텔레그램은 전 세계적으로 9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 중이다. 특히 검열이 심한 일부 지역에서 반정부 민주화 운동 세력의 소통 도구로 이용됐다.

두로프는 텔레그램을 만든 이후 "정부 당국자를 포함한 제3자에게 단 1바이트(byte·컴퓨터가 처리하는 정보의 기본 단위)의 이용자 데이터도 공개하지 않았다"고 2015년 밝혔다.

그는 최근엔 "100명이 넘는 생물학적 아이가 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영국 데일리메일 등에 따르면 두로프는 지금까지 12개국 수십 쌍의 부부에게 대량으로 정자를 기부해 100명 이상의 유전적 자손을 낳았다.

두로프는 "정자를 기증하는 것이 '시민적 의무' 중 하나라고 느꼈다"면서 "내 생물학적 자녀들이 서로를 더 쉽게 찾을 수 있도록 DNA를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싶다. 물론 위험도 있지만, 기부자로 나선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 CNN은 두로프에 대해 "마크 저커버그의 천재성, 잭 도시와 일론 머스크의 기괴한 생활 습관, 자유주의적 성향의 모습을 보여준다"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