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 떨어져 있는데 살인 '누명'…25년만 석방

(서울=뉴스1) 이혜림 기자 = <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어머니와 법정에서 나온 조나단 프레밍©출처 CNN= News1

</figure>사건 현장에서 1,600km나 떨어진 곳에 있었지만 강압 수사에 살인 누명을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미국 남성이 25년만에 풀려났다.

미 브루클린 지방법원은 지난 8일(현지시간) 살인 혐의로 복역 중이던 조나단 플레밍(51)이 주장한 알리바이를 증거로 받아들여 그를 석방했다. 그가 사건 현장에서 1,600km 떨어진 플로리다에서 결제한 영수증이 발견됐고 그를 범인으로 몰고 간 목격자의 증언이 거짓으로 판명났기 때문이다.

24년 8개월 동안 감옥에서 지내야 했던 플레밍은 판결 직후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며 법정에서 눈물을 흘렸다.

조나단 플레밍은 1989년 8월 15일 오전 친구 대릴 러쉬를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에서 살해한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금전적인 문제로 말다툼을 벌이다 그가 러쉬를 향해 총을 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플레밍은 러쉬가 살해당할 때 자신은 브루클린에서 약1,600km 떨어진 플로리다 디즈니랜드에 가족과 휴가를 간 상태였다고 주장했다. 항공표, 플로리다에서 찍은 사진과 홈 비디오 등이 증거로 제출됐다.

그러나 그가 제출한 사진과 항공표 등은 증거로 채택되지 못했다. 사건 현장에 있었던 목격자는 플레밍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결국 그는 유죄를 선고받았고 약 25년간 철창 속에 갇혀 있었다.

억울한 옥살이를 하고 있던 플레밍은 지난해 지방 검사에게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그는 사건이 일어나기 전날 밤 플로리다 호텔에서 전화 통화 서비스를 결제했다고 주장했다. 그가 체포당할 때 입었던 바지 호주머니에 호텔 영수증이 있다고 전했다.

플레밍의 요구를 받아들인 검사의 재조사 결과, 경찰 기록에서 그가 말한 영수증이 발견됐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영수증에는 그가 사건 발생 4시간 전 플로리다의 한 호텔에서 전화 통화를 한 시간과 날짜가 찍혀 있었다.

플레밍의 전 여자친구의 증언도 나왔다. 그는 자신이 그 당시 플로리다 호텔에 있던 플로밍과 통화를 한 사람이라고 주장했다. 그의 전화 통화기록이 이를 뒷받침해줬다.

당시 유일한 목격자도 증언을 번복했다. 1990년 플레밍이 유죄를 선고받자 그를 범인으로 지목한 목격자는 경찰의 강압적인 요구로 위증을 했다고 밝혔다. 목격자는 가석방 상태에서 사건 당일 절도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람이었다. 경찰은 죄를 감량해주는 조건으로 플레밍의 주장에 반하는 증언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목격자가 위증을 하고 몇 시간 뒤 그의 절도 혐의 기록이 삭제됐다고 CNN이 전했다.

그러나 당시 재판부는 목격자의 증언 번복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전의 증언을 뒤집을 만한 증거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번 사건을 재조사한 켄 탐슨 지방 검사와 플레밍의 변호사 측은 브루클린 재판부에 유죄 선고를 무효화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재판부는 유일한 목격자의 진술이 번복됐고 그의 알리바이를 보여주는 증거가 나와 플레밍의 석방을 선고했다.

지난 8일 어머니와 함께 법정을 나온 플레밍은 앞으로의 계획을 묻는 질문에 “집에서 가족들과 식사를 할 예정이다. 그리고 남은 삶을 살 것이다”라고 답했다.

한편 이번 사건을 재검토한 탐슨 브루클린 신임 검사는 지난 2월에도 DNA를 재검토해 살인죄로 복역중인 두 명의 '무혐의'를 밝혀내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