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산업 규모 120조원대·기업은 4500개…미국과 AI G2 굳히는 중국

[AI Korea]② 중국 "2030년까지 AI혁신 중심 국가 도약" 목표
올해 중국 내 AI 폭발적 성장 예상…미국 규제 등으로 한계 봉착 예상

편집자주 ...시곗바늘이 멈췄다. 지난해 연말 벌어진 계엄사태 이후 국가 신인도는 위협을 받고 있고 정국 불안에 따른 경제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AI 경쟁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하는 점도 불안 요소 중 하나다. 손을 놓고 있다간 성장 대열에서 빠르게 탈락할 수밖에 없다. 생존의 문제다. 국가 존립을 위해서라도 AI와 기술 산업 부문에서만은 멈춘 시곗바늘을 움직여야 할 때다.

중국 영화감독 자장커가 콰이서우의 커링AI 1.6을 통해 만든 단편영화 '수확'의 일부분.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도시에서 회사 생활을 하는 주인공 왕리는 부모님과 영상통화를 마친 후 휴머노이드 로봇을 만난다. 왕리로부터 임무를 부여받은 로봇은 "당신의 명령을 접수했으며, 안심하십시오"라고 말한다. 이 로봇은 목적지인 산시성 펀양시로 가는 길에 다른 로봇과 만나 하이파이브를 하거나 자신이 탑승하고 있던 무인 자율주행자동차에서 내려 휠체어를 탄 노인을 돕기도 한다. 목적지에 도착해서는 펀양시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구사하며 부모님을 도와 벼를 수확한다.

이는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자인 자장커 감독이 중국 콰이서우의 동영상 생성 AI인 커링을 이용해 만든 영화 '수확'의 일부분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여행기를 담고 있는 약 6분짜리의 이 영상은 감독의 연출 의도에 따라 커링을 적용해 만든 영화다. 다소 부자연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적지 않은 호평이 이어졌다.

자장커 감독은 해당 영화를 제작하면서 "전통적 영화 촬영 기법과 화면 전환 방식을 채택했고, AI 기술을 접목해 더 많은 응용 장면을 만들었다"며 "AI가 공간의 전환과 인물들을 표현할 수 있다는 데 놀라웠다"고 말했다.

◇ AI 로드맵 2단계 일부 조기 달성…정부 투자·14억 인구로 美 추격

기술 패권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분야 주도권을 둘러싼 주요국의 경쟁이 본격화한 가운데 중국이 AI 굴기에 나서고 있다.

ⓒ News1 DB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AI 산업은 미국이 종합적으로 앞서고 있지만 중국도 이를 주도하는 형태를 나타내고 있으며 중국 내에서는 중국의 AI 발전 속도가 미국과 비슷하거나 일부 분야에서는 미국을 뛰어넘었다는 자신감도 엿보인다.

중국은 일찌감치 정부 주도로 AI 발전을 위한 계획을 마련해 이를 시행 중이다. 중국 국무원은 지난 2017년 '차세대 AI 발전계획'을 발표하고 3단계의 발전 로드맵을 제시했다.

1단계는 2020년까지 AI의 전반적 기술과 응용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고 AI 산업을 새로운 동력으로 육성하고 2단계는 2025년까지 AI 기초이론 분야에서 중대한 돌파구를 마련하고 일부 응용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며 AI 핵심산업 규모를 4000억 위안 이상으로 키워내는 것을 골자로 한다. 3단계는 2030년까지 AI 이론, 응용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하고 세계 주요 AI혁신 중심 국가로 도약하며 AI 핵심 산업 규모를 1조위안 이상으로 키워내는 것이 목표다.

2단계 로드맵 시행 막바지에 접어든 현재, 중국은 자신들이 제시한 목표를 일부 조기 달성했다. 양야쥔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국장은 지난해 말 열린 중국 국제 서비스 무역 박람회에서 중국의 핵심 인공지능 산업 규모가 6000억 위안(약 119조 원)을 넘어섰고 관련 기업수도 4500개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반도체, 알고리즘, 데이터, 플랫폼, 응용프로그램에 이르는 전체 AI 산업망을 포괄하는 생태계를 구축했음을 의미한다.

이처럼 중국이 AI 분야에서 빠르게 미국을 쫓아갈 수 있었던 것은 14억이 넘는 인구와 기술 인프라, 정부 주도의 규제 완화를 바탕으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원동력이 됐다. 실제 현재 중국에서 출시된 생성형AI 서비스 모델은 200여 개로 파악되는데, 여기에 등록된 사용자만 하더라도 6억명을 넘어선다.

정부 주도로 자본이 AI 산업에 몰리는 것도 긍정적이다. 실제 상하이 국유자본투자유한공사는 총 100억 위안 규모의 AI 생태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는데, 초기 투자액만 30억위안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외에 광둥성 선전시는 AI 산업화를 위해 10억 위안 규모의 AI 특별기금을 설립했고, 쓰촨성 청두시도 50억 위안 규모의 기금을 현지의 AI 프로젝트에 우선 투자하는 등 힘을 싣고 있다.

종합적인 AI 기술력 측면에선 미국과 여전히 격차가 있지만 인공지능 발명 특허 출원 건수만 보면 미국을 이미 추월했다. 한중과학기술협력센터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중국의 인공지능 발명 특허 출원 건수는 전년 대비 17.4% 증가한 10만 2000건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생성형AI 분야서 선전하는 중국…美 제재·검열로 '국내용' 전락 우려도

생성형AI 관련 특허는 이미 미국을 크게 넘어섰다. 2014년부터 10년간 출원된 생성형AI 관련 특허 5만 4000여 건 가운데 중국에서 출원된 특허는 약 70%에 해당하는 3만 8210건에 달한다. 현재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AI 생태계 속에서 특허 건수로만 놓고 봤을 때는 미국(6276건)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위치한 텐센트 본사 모습. 2022.07.10 ⓒ AFP=뉴스1 ⓒ News1 정은지 특파원

생성형AI 모델 중에서도 오픈AI의 챗GPT와 유사한 형태의 대표적인 플랫폼은 바이두의 원신이옌(어니봇), 알리바바의 퉁이첸원, 텐센트의 훈위안, 문샷AI의 키미챗, 지푸AI의 칭양 등이다. 이 가운데 바이두는 이미 3억 명이 넘는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고, 텐센트는 지난해 9월 기존 제품 대비 효율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한 훈위안 터보 모델을 발표하며 중국 생성형AI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리옌훙 바이두 CEO는 연초 직원들에게 보낸 서신에서 "현재까지 슈퍼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하지 않았으나 AI의 실제 침투율은 낮지 않으며 올해에는 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영상 생성형AI 시장에서도 중국의 성과가 두드러지고 있다. 오픈AI는 지난해 2월 동영상 생성 AI인 소라(SORA)를 공개한 후 10개월 만인 지난 12월 소라를 정식 출시했는데, 그 사이 중국에서도 콰이셔우의 커링, 바이트댄스의 지멍, 미니맥스의 하이뤄 등이 동영상 생성 AI가 정식 공개됐다.

미니드라마·웹드라마·애니메이션·영화 제작 분야에서 이 기술이 적용돼 상업화도 이뤄진 상태다. 일례로 콰이셔우의 커링은 현재 1.6 버전까지 공개가 됐는데, 지난달 자장커, 리샤오훙 등 중국 유명 감독 9명이 참여해 커링AI를 활용한 단편 영화 9편을 공개해 화제를 모았다.

장디 콰이셔우 부사장은 "국내 기업들이 대규모 영상 생성 모델을 적극적으로 출시해 영상 콘텐츠 생산의 효율성을 향상시켜 제작 산업을 재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디 부사장은 챗봇과 달리 영상 생성 AI의 비즈니스 모델이 상대적으로 개방적이라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원격의료, 안면·음성 인식, 스마트리테일 등 분야에서도 AI 기술이 광범위하게 활용되고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원격의료 분야에선 AI의사에게 증상을 얘기하고 이를 기반으로 원거리에 있는 의사가 복용약을 추천해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식이다.

AI 패권 경쟁에서 미국과 함께 선두그룹을 형성한 중국은 이제 표준화 구축과 같은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지난해 12월 내년도(2025년) 경제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신기술, 신제품, 새로운 시나리오에 대한 대규모 실증 조치를 수행하고 미래 산업 육성을 위해 '인공지능+'를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만 중국 AI 산업의 한계점도 분명하게 존재한다는 평가다. 미국의 고강도 대중국 첨단산업 제재와 정부의 강도 높은 검열 등으로 '국내용'으로 전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준연 한중과기협력센터장은 "현재 중국의 AI 기술력은 독보적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라면서도 "미국의 대중국 규제로 엔비디아의 GPU 칩을 확보할 수 없고 문화적 다양성과 포괄하는 범위 측면에서 중국 이외의 지역에서는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