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 "너무 빨리 착륙 시도…충돌 없었으면 많이 살았다"

"충돌 직전 조종사 판단 파악하는 게 핵심"
"활주로에 착륙은 잘 돼"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전날 제주항공 여객기와의 충돌 여파로 파손돼 있다. 국토교통부는 제주항공 여객기 사고의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지적되는 활주로 인근의 콘크리트 재질 둔덕과 관련해 "다른 국내 공항에도 설치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지난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와 관련해 해외 전문가들은 사고기가 너무 빨리 착륙했기 때문에 조종사가 충돌 직전 어떤 판단을 했는지 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퇴한 조종사 더그 모스는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항공기 통제 실패인지 조종사의 실수인지는 조사관들이 판단할 몫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모스는 "조종사의 훈련과 충돌 전 행동을 이해하는 게 핵심"이라며 "그들은 너무 빨리 착륙했다. 체크리스트를 검토할 시간이 충분치 않았다"고 분석했다.

여러 해외 전문가는 사고기와 충돌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이 구조물은 흙으로 덮은 콘크리트 둔덕 위에 여객기 착륙을 돕는 안테나의 일종인 로컬라이저가 설치돼 있는 형태다. 높이는 4m 정도다.

해당 구조물은 활주로에 있는 만큼 충격에 쉽게 부서지는 더 가벼운 재료로 만들어졌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48년 경력의 조종사로 사고기와 동일 기종인 보잉 737-800을 운항한 경험이 있는 크리스 킹우드는 BBC 방송에 "활주로에서 일정 범위 내 있는 장애물은 부서지기 쉬워야 한다"며 "딱딱한 소재로 만든 게 이상하다. 확실히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연방항공청(FAA) 규정에도 활주로 끝에서 100피트(약 305m) 구역 내 모든 구조물은 부서지기 쉽게 만들어져야 한다고 나와 있다. 치명적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또한 활주로 끝에서 약 180~300m 범위를 표준 완충 구역으로 권장한다. 무안공항 측은 이 구조물이 활주로 끝에서 약 250m 떨어져 있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왜 높은 둔덕에 단단한 콘크리트 구조물을 만들어 로컬라이저를 세웠는지, 이 구조물이 규정을 어긴 게 아닌지 면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보잉 737기종의 안전 문제를 연구해 온 미 서던캘리포니아대 나즈메딘 메슈카티 교수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로컬라이저가 더 일반적인 금속이나 철탑이 아닌 단단한 콘크리트 위에 설치됐다는 사실에 조사관들이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메슈카티 교수는 "이런 견고한 구조물은 항공기가 충격을 가했을 때 재앙적인 결과를 낳는 것으로 판명됐다"며 "빈번한 활주로 이탈의 영향을 완화하기 위해 전 세계 공항의 활주로 끝부분에는 무른 소재의 구조물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30일 오전 전남 무안국제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현장에서 대기하는 소방대원 뒤로 여객기와의 충돌로 콘크리트 재질 방위각 시설이 파손돼 있다. 2024.12.30/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25년간 조종사로 근무한 뒤 지금은 항공기 추락사고 관련 컨설턴트인 존 콕스는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활주로 끝에 콘크리트 구조물이 사고 원인은 아니었으나 벽과의 충돌이 더 치명적인 사고를 유발했다"고 평가했다.

콕스는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미끄러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을 보면 조종사들이 어느 정도 통제력을 유지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활주로에 착륙은 무사히 잘 됐지만(They land on that runway beautifully), 구조물이 없었다면 비행기가 안전하게 정지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이 있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미국 비정부기구 세계비행안전재단(FSF)의 대표 하산 샤히디는 콘크리트 구조물의 배치가 국제 표준을 준수한 일인지 조사관들이 알아보려 할 것이라면서 "활주로 근처의 물체는 충돌 발생 시 부서지기 쉬운 것으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항공 안전 전문가인 데이비드 리어마운트는 BBC 방송 인터뷰에서 "장애물"이 없었다면 탑승자들 대부분이 살아 있는 채로 사고기가 정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리어마운트는 "날개나 기수를 보면 동체 착륙만큼은 아주 잘 됐고 비행기가 활주로를 따라 미끄러질 때도 큰 손상이 없었다"며 "그렇게 많은 사람이 사망한 건 착륙 자체가 아니라 항공기가 활주로 끝 바로 너머의 매우 단단한 장애물과 충돌했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독일 루프트한자 조종사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가리켜 "특이하다"며 "보통 공항 활주로 끝에 벽이 있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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