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반도체 불공정무역 조사 미국에 "보조금 주는 美의 자기모순"(상보)
바이든, 퇴임 앞두고 범용 반도체 대상 조사
중국 "반도체 공급망 교란 및 왜곡…필요한 조치 취할 것"
- 정은지 특파원, 신기림 기자
(서울·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신기림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행정부가 퇴임 한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구형 중국산 레거시(legacy, 범용) 반도체에 대한 무역 조사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자동차부터 세탁기, 통신장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일상용품에 사용되는 중국산 반도체에 관세를 추가 부가하려는 조치의 하나로 보인다.
이에 중국은 미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명백한 모순"이라고 반발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 (USTR)대표는 이번 조사에 대해 중국이 대규모 국가주도로 미국 칩 공급을 늘리는 데에 따른 대응이라며 미국 반도체 생산업체를 보호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1월 20일 취임하기 4주 전에 시작된 '무역법 301조' 조사는 내년 1월 완료되도록 트럼프 행정부에 넘겨질 것이라고 바이든 행정부 관리들은 말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1974년 무역법 301조는 트럼프가 2018년과 2019년에 약 37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기 위해 발동한 불공정 무역 관행 법령과 동일한 법안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무역 조사는 트럼프가 중국 수입품에 대해 위협한 60%의 막대한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할 수 있는 준비된 길을 제공할 수 있다고 로이터는 평가했다.
퇴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올해 1월 1일부터 중국 반도체에 50%의 관세를 부과했다. 또한 첨단 인공 지능과 메모리 칩 및 칩 제조 장비에 대한 수출을 더 많이 제약하는 조치를 취했다.
레거시 칩은 10년 이상 전에 도입된 구형 제조 공정을 사용하며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이나 정교한 마이크로프로세서에 사용되는 칩보다 훨씬 단순한 경우가 많다.
지나 라이몬도 상무부 장관은 칩을 사용하는 미국 제품의 3분의 2에 중국 레거시 칩이 포함되어 있다며 방위 산업의 일부를 포함하여 미국 기업의 절반이 사용하는 칩의 출처를 불분명하다는 “상당히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타이 USTR 대표는 중국이 반도체 산업을 글로벌 지배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증거를 발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중국 기업들이 생산 능력을 빠르게 확장하고 인위적으로 낮은 가격의 칩을 제공함으로써 시장 지향적 경쟁을 크게 해치고 잠재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위협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중국은 "강한 불만과 단호한 반대를 표한다"며 반발했다.
중국 상무부 대변인은 "미국은 중국을 탄압하고 국내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새로운 301조 조사를 시작했다"며 "이는 글로벌 반도체 산업 공급망을 교란하고 왜곡할 뿐 아니라 미국 기업과 소비자의 이익을 해칠 것"이라고 밝혔다.
상무부는 "미국은 '반도체 및 과학법'을 통해 자국 반도체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제공하고 있고 미국 기업이 세계 반도체 시장의 거의 절반을 점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국이 소위 '비시장적 관행'이라고 비난하며 중국 산업의 위협을 과장하는 것은 명백한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상무부는 미국 상무부 보고서를 인용해 "중국산 반도체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1.3%에 불과하고 중국 반도체의 대미 수출은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것보다 훨씬 낮다"며 "미국이 잘못된 관행을 즉각 중단하길 촉구하며 중국은 조사 진행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해 권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는 1월 6일부터 조사에 대한 공개 의견 접수를 시작할 예정이며, 이번 조사는 1년 이내에 완료를 목표로 한다. 연방 관보 공지에 따르면 3월 11~12일 공청회를 계획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미국 기술 부문을 대표하는 무역 단체인 정보기술산업협의회는 이번 조사가 세계 경제와 공급망에 복잡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USTR에 “결과를 예단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제이슨 옥스먼 회장은 성명에서 "대통령 교체기에 조사가 시작되는 것에 대해 우려스럽다"며 "현 행정부와 차기 행정부의 관리들이 객관적이고 협력적인 방식으로 조사를 수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미국산 스마트폰, 노트북 컴퓨터, 비디오 게임 콘솔 및 기타 가전제품은 여전히 중국에서 수입되고 있다.
바이든 행정부 관계자는 수입 칩 자체의 영향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군수품, 자동차 제품 및 의료 기기를 포함한 주요 산업을 위한 다운 스트림(하위) 구성품 및 최종 사용 제품에 대한 통합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국의 반도체 제조용 실리콘 카바이드 기판과 웨이퍼 생산도 조사 대상에 포함된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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