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에 계엄이라니…대통령 하야 요구 봇물 터질 듯[시나쿨파]
- 박형기 기자
(서울=뉴스1) 박형기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계엄령을 깜짝 선포함에 따라 원화는 물론 암호화폐(가상화폐)가 일제히 급락하는 등 세계 자본 시장이 크게 출렁거렸다.
다행히 국회가 계엄령에 반대하는 의결을 곧바로 채택함에 따라 계엄령은 6시간 만에 공식 해제됐다. 이에 따라 국제 자본시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다.
외신들도 아시아 민주주의 모범, 한국에서 계엄령이 선포된 것에 비상한 관심을 표명하며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영국 BBC는 '윤 대통령이 궁지에 몰려 오판했다'고 보도했고, 미국의 워싱턴포스트(WP)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민주주의를 뒤집으려 했으나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CNN은 '계엄령이 실패함에 따라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 가장 눈길이 가는 것은 월스트리터저널(WSJ)의 기사다. WSJ은 한국 전문가인 ‘브뤼셀 거버넌스 스쿨’의 한국 의장인 마론 파체코 파르도를 인용, "윤 대통령이 중대한 실수를 저질렀다"고 보도했다.
파르도는 “윤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것은 야당과 함께 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음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이자 자신의 진영에서도 고립되고 있다는 명백한 신호”라며 “한국 국민과 정치권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향후 윤 대통령이 자신의 행동에 대해 신속하게 자세한 설명을 내놓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고립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 대통령은 이미 고립되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 힘 대표는 계엄령 소식이 알려진 직후 '반헌법적 계엄'이라고 규정한 뒤 윤 대통령이 상황을 직접 설명하고, 국방장관을 해임할 것을 요구했다.
야당은 즉각 하야를 촉구했다. 만약 하야하지 않으면 탄핵을 추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윤 대통령이 계엄령으로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으나 오히려 더욱 궁지에 몰린 것이다.
한국에서 계엄이 선포된 것은 지난 1980년 이후 44년 만이다. 당시 전두환을 필두로 한 신군부 세력은 1979년 12월 12일 군사 반란을 일으켜 서울 일원에 계엄을 선포한 뒤 1980년 5월 17일을 기해 비상계엄을 전국으로 확대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이에 맞섰고, 그 결과, '5.18 광주학살'이라는 한국 현대사 최대의 비극이 발생했다.
당시 광주 시민들은 조금만 버티면 다른 지역에서도 봉기가 일어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그러나 광주는 고립돼 있었다. 신군부가 통신과 교통 인프라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은 SNS 등 통신이 너무 발달해 있다. 그리고 민주주의 근간도 더욱 단단해졌다. 국회가 곧바로 반대를 의결함에 따라 윤 대통령의 시도는 2시간 30분 만에 좌절됐다.
특히 군부가 성숙한 모습을 보였다. 국회 본관 창문을 깨고 진입했던 계엄군이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이 가결되자 44분 만에 철수했다.
윤 대통령은 가만히 있었으면 진영 논리를 동원, 당분간 정권을 유지할 수는 있었을 터이다. 그러나 무모한 계엄을 시도함으로써 민주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이는 보수 진영도 묵과하지 못할 중대 사안이다.
21세기에 계엄령이라니…대통령 하야 또는 탄핵 요구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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