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계엄령 선포, 법적 남용이자 정치적 오산…韓 경제·안보에 위험"-BBC

"미국 의사당 난입보다 한국 명성에 더 피해"

윤석열 대통령이 3일 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긴급 대국민 특별 담화를 하고 있다. (KTV 캡쳐) 2024.12.3/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영국 BBC방송이 윤석열 대통령의 3일(현지시간) 밤 계엄령 발동에 대해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여러 가지로 궁지에 몰린 자신의 상황에서 성급하게 일으킨 것이라고 분석했다. BBC는 대통령이 '포위된 것처럼 필사적으로 행동했다'는 관측자들의 말을 인용해 그의 정치적 위기감이 이번 사태를 불렀다고 설명했다.

4일 BBC는 '왜 한국 대통령은 갑자기 계엄령을 선포했나'라는 제목의 분석 기사에서 "한국 대통령은 화요일 밤 거의 50년 만에 처음으로 아시아 민주주의에 계엄령을 선포해 온 나라를 충격에 빠뜨렸다"고 썼다.

BBC는 "심야 TV 방송을 통해 발표된 윤석열의 과감한 조치에는 '반국가세력'과 북한의 위협이 언급됐다"고 전하면서 "그러나 그것이 외부의 위협이 아니라 그 자신의 절박한 정치적 문제에 의해 촉발되었다는 것이 곧 분명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윤은 포위된 대통령처럼 필사적으로 행동했다고 관측자들은 말한다"고 전했다.

BBC는 한국에서 마지막 계엄령은 1979년이고 1987년 의회민주주의 국가가 된 이후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다면서 하지만 "이날 윤 대통령이 증거제시 없이 야당을 북한 동조자로 묘사"하면서 "계엄령의 방아쇠를 당겼다"고 표현했다.

윤 대통령의 성급한 행동은 독재 시절부터 지금까지 번영을 누린 스스로를 현대 민주주의 국가라고 생각하는 한국을 확실히 놀라게 했다면서 "이는 수십 년 만에 민주 사회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간주되고 있다"고도 했다.

BBC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이번 사건이 1월 6일 미국에서 발생한 폭동보다 민주주의 국가로서 한국의 명성에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화대학교 국제학부 교수인 레이프 에릭 이슬리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한국의 경제와 안보를 불필요하게 위험에 빠뜨리는 법적 남용이자 정치적 오산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점점 더 심해질 가능성이 높은 스캔들과 제도적 방해, 탄핵 요구에 필사적으로 맞서는 포위된 정치인처럼 행동했다"고 밝혔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