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 채로 국가 정상들과 악수하기'…이시바, 일본서 여론 뭇매
APEC서 앉은 채 외국 정상 맞이하거나 팔짱에 무표정
전문가 "프로토콜 위반은 아냐…단체 사진 결석은 NG"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지난 15~16일 개최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취임 이후 처음 국제 외교 무대에 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앉은 채로 외국 정상들과 악수하는 모습을 보여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마이니치신문은 이시바 총리의 행동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물의를 빚고 있다며, 일부 "실례"라거나 "창피하다"는 글까지 올라오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 15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에서 앉은 채로 복수의 외국 정상과 악수했다. 일본 총리 관저 누리집(웹사이트)에는 그가 회의 테이블에 앉아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와 인사하는 사진이 실렸다. 세 정상은 모두 서 있는 모습이었다.
총리 관저 간부는 "회의가 시작되기 전이었기 때문에 외교 예절상 문제없다"며 "(회의) 개시를 알리는 종이 울리기 직전에 각국 정상이 서둘러 인사하러 오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SNS에는 "일본의 리더로서 부끄럽지 않은 매너와 예의를 (지켜주기를) 부탁한다"는 비판이 쇄도했다. 여기에 정상회의 개최 환영 행사에서 유일하게 이시바 총리만 팔짱을 끼고 있는 영상,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는 영상이 덩달아 확산돼 "실례"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총리 지명선거가 이뤄지는 국회에서 감기약 복용 후 조는 모습이 여론의 뭇매를 맞은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 것이다.
20대 한 여성은 FNN에 "일본을 짊어지고 최전선에서 정치를 하는 분이 그런 태도를 취하는 것은 별로 좋지 않다"며 자신이라면 "같은 눈높이에 서서 악수하겠다"고 했다.
반면 한 60대 행인은 "분명 뭔가 사정이 있었을 것"이라며 이해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회의 자체의 성과나 각국 정상과의 관계 구축에 (이시바 총리의 태도가) 영향을 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감쌌다. 단, 교통 정체로 단체 사진에 참석하지 못한 것은 "매우 유감"이라고 했다.
전 주미대사 스기야마 신스케 와세다대학 특명교수는 "이시바 총리는 프로토콜에 어긋나는 행동은 하지 않았다. 정상이 수십 명 모이는 회의 전에는 처음 만나는 정상의 자리에 인사가 쇄도하기 마련"이라며 앉은 채로 인사했다고 상대 국가의 마음이 상할 것이라 보기 어렵다고 했다.
단체 사진 결석에 대해서는 "공식 행사이므로 어떤 일이 있어도 늦어서는 안 된다. 세계 어디서도 (교통) 정체는 일어날 수 있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정부 수송 담당자의 책임으며 재발 방지를 강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니시야마 마모루 오비린대학 준교수는 "이시바 총리 자체의 문제도 있겠지만 (정치가) 최근 비방의 대상이 되기 쉬워졌다. (총리로서) 성과가 없는 가운데 외교의 장에서 이런 태도를 보이는 것은 매우 놀림당하기 좋은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G20 정상회의에서는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앉은 자세로 윤석열 한국 대통령의 인사를 받거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가초 홍콩 행정장관과 기념 공연 중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이 포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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