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트럼프 2기 각료에 줄대기 안간힘…워싱턴에 총리보좌관 파견
이시바-트럼프 만남 불발…각료급 인사 노린 다층적 인맥 뚫기에 박차
일본과 연 있는 루비오·왈츠 등에 '눈독'…20~24일 총리 보좌관 워싱턴행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취임 전까지는 어느 나라와도 회담하지 않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선 당선인의 한마디에 일본의 조기 정상 회담 계획이 무산된 가운데, 정부 차원에서 2기 트럼프 각료들과 접촉해 인맥을 만들려고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만남이 백지화되며 신뢰 구축에 불안을 남겼다며 정권 차원에서 정상 간 관계를 보완하는 다층적 인맥 뚫기에 서두르고 있다고 20일 보도했다.
외무성이 눈여겨 보고 있는 인물은 차기 국무장관으로 지명된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이다. 아시아통인 동시에 대중 강경파인 루비오 의원은 미일 동맹의 중요성을 명언하고, 중국에 오키나와·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해 "일본 영토라고 인정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2014년, 미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동아시아·태평양 담당으로 방일한 적이 있다. 아베 신조 당시 총리와도 만났으며, 아베 총리 주변 인물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루비오 의원의 카운터파트, 이와야 다케시 외무상은 지금까지 접점은 없었지만 루비오 의원과 "조기에 만나 신뢰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고 말했다.
차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지명된 마이크 왈츠 하원의원도 일본과 연이 있다. 그는 각종 분야에서 양국의 차세대 인재 교류를 지원하는 미일재단의 '미일 리더십 프로그램' 펠로다. 일본 정계에서는 고노 다로 전 외무상과 에리 알피야 외무정무관 등이 관련돼 있다.
이시바 총리는 안보를 담당하는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 보좌관을 20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워싱턴에 파견한다. 나가시마 보좌관 등은 트럼프 캠프 안보팀과 교류할 예정인데, 이때 왈츠 의원과도 만날 가능성이 있다.
일본과의 접점이 거의 없는 각료도 있다. 폭스뉴스 진행자 출신으로 국방부 장관에 전격 지명된 피트 헤그세스가 대표적이다. 단 그가 미 육군에서 복무한 점은 육상자위대 교관 출신 나카타니 겐 방위상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요소다.
부통령으로 당선된 J.D. 밴스 상원의원과의 관계 구축도 과제다. 1기 트럼프 정권에서는 당시 부총재였던 아소 다로 자민당 최고 고문이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교섭했지만, 이시바 정권의 부총재직은 공석이다.
일각에서는 1기 트럼프 정권에서 요직을 맡았던 인물들이 미일 관계에서 일정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가 나온다. 2기 트럼프 정권에서 재무부 장관 후보로 거론되는 빌 해거티 상원의원이 그중 한 명이다.
오노데라 이쓰노리 자민당 정조회장은 지난 10일 후지테레비 방송에 출연해 해거티 의원이 "일본과 미국의 파이프가 될 것"이라 지적했다. 아소 최고고문, 스가 요시히데 전 총리 등 당 중진을 비롯한 일본 인맥의 폭이 두텁기 때문이다.
이 밖에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로 미일 무역 교섭을 맡았던 라이트 하이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한편 1기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전 국무부장관 등 쓴소리하는 인물이 포함된 것과 달리, 2기 트럼프 정권은 '충성파'들로만 꾸려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을 비판한 폼페이오를 다시 기용하지 않겠다고 못 박은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 주미 일본대사관은 대통령 선거 때부터 트럼프 캠프로 통하는 온갖 인맥을 샅샅이 뒤지고 있다.
이시바 정권은 미국과의 파이프 형성에 인재를 총동원할 태세다. 일례로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트럼프 당선인과의 첫 전화 통화에 아베 정권에서 통역을 맡았던 다카오 스나오 미일지위협정실장을 동석시켰다. 다카오 실장이 앞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리틀 프라임미니스터(작은 총리)"라 불렸던 점을 의식한 의도적 조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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