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민주화 운동가 무더기 징역형에 우려…중국 "내정 간섭 마"(종합)
홍콩 법원, 조슈아 웡 등 45명 최대 10년 징역형
국제사회 판결 규탄…美의원 "기소 관련 판사 등 제재해야"
- 정은지 특파원, 김지완 기자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김지완 기자 = 중국 홍콩의 고등법원이 조슈아 웡 등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45명에 대해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선고했다.
이를 두고 미국 등 국제사회가 우려를 표명한 가운데 중국은 "내정에 간섭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반박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정례브리핑에서 홍콩 국가보안법에 따라 민주화 운동가 등이 징역형을 받은 데 대한 중국 측 입장을 묻는 질문에 "홍콩은 법치 사회로 법을 준수해야 하며 법을 위반하면 반드시 조사해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라고 밝혔다.
린젠 대변인은 "누구든지 민주주의라는 명분으로 불법행위를 하거나 법적 제재를 벗어나려고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개별 서방 국가들이 관련 사법 절차를 통해 자국의 국가 안보를 수호하고 있다는 사실을 무시하면서 홍콩법원이 공정하게 적용한 홍콩보안법을 이유없이 비난하는 것은 법치 정신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지적했다.
린 대변인은 "중국 중앙정부는 홍콩 특별행정구가 국가안보를 수호하고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각종 활동을 법에 따라 처리하는 것을 지지하며 개별 서방국가과 관련 사법사건을 이용해 중국 내정에 간섭하고 홍콩 법치를 훼손하는 것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2021년 체포되고 기소된 조슈아 웡 등 민주화 운동가 47명 중 45명에 대해 적게는 징역 50개월에서 길게 10년까지 선고했다.
앞서 홍콩 법원은 지난 5월 47명 중 무죄를 주장한 16명 중 14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2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1명은 심리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판결은 무죄 판결을 받은 2명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14명과 유죄를 인정한 31명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법원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조슈아 웡에 대해 4년 8개월 형을 선고했다. 조슈아 웡은 지난 2014년 79일간 대규모 시위대가 센트럴 등 홍콩 도심을 점거한 이른바 '우산 혁명'을 주도했다.
10년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직 홍콩대 법학과 교수였던 베니 타이다. 타이 전 교수는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그는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과반을 차지할 수 있도록 후보 경선을 주도했다. 이후 그는 2020년 홍콩대 교수직에서 해임됐고 국가권력 전복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 외에 범민주파 후보 경선에 참여한 오웬 초우는 7년 9개월 형을, 기자 출신의 시민운동가 기네스 호와 홍콩과 호주 복수국적의 민주화 운동가인 고든 응은 7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3년 이상 수감된 상태인 일부 피고인의 형기가 수감된 기간만큼 줄어들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날 판결에 대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45명의 민주주의 옹호자와 전직 입법회 위원에 대한 판결을 규탄한다"며 "피고인들은 홍콩 기본법에 따라 보호되는 정상적인 정치 활동에 평화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격적으로 기소 및 수감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스미스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CECC) 위원장도 "홍콩 정부는 미국의 투자를 모색한 같은 주에 언론의 자유를 잔인하게 침묵시키고 민주화 지지자들을 감옥에 가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홍콩에 투자를 늘릴 것이 아니라 이번 재판 및 기소와 관련된 판사, 경찰, 검사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호주 정부는 호주 국적의 고든 응과 다른 NSL 47(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47명) 구성원에 대해 내려진 판결에 매우 우려한다"며 "호주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호주 시민을 포함해 국가보안법의 광범위한 적용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웡 장관은 이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 권고에 따라 표현과 집회, 언론, 시민사회의 자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이번 판결에 대해 "홍콩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추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일국양제의 비현실성을 더욱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며 "대만은 계속 홍콩과 연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민주 진영이 홍콩 상황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사라 브룩스 중국 담당 국장은 "건강한 시민 토론, 공적 담론의 공간, 시민 사회와 정부 간의 정상적인 상호작용과 때때로 있는 마찰이 더 이상 (홍콩에서) 용납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탄했다.
ejj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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