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법원, 조슈아 웡 등 민주화운동가 45명에 징역형…국제사회 반발(상보)

홍콩 범민주파 후보경선 주도한 전 교수에 10년형…웡은 4년 8개월
미 "판결 규탄"…자국민에 유죄 판결 내려진 호주도 "매우 우려"

19일 중국 홍콩 법원에서 2019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선고받은 헨드릭 루이의 어머니 엘사 우가 아들의 징역형 선고에 항의하다 경찰에 의해 끌려나오고 있다. 그는 "의인은 살고 악인은 죽는다"라고 쓰여진 피켓을 들고 있었다. 2024.11.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김지완 기자 = 중국 홍콩의 고등법원이 조슈아 웡 등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에 참여한 45명에 대해 징역형을 선고했다.

로이터통신,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9일 홍콩 고등법원은 지난 2021년 체포되고 기소된 민주화 운동가 47명 중 45명에 대해 적게는 징역 50개월에서 길게 10년까지 선고했다.

앞서 홍콩 법원은 지난 5월 47명 중 무죄를 주장한 16명 중 14명에 대해 유죄 판결을 내리고 2명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렸다. 나머지 31명은 심리 과정에서 유죄를 인정했다. 이날 판결은 무죄 판결을 받은 2명을 제외하고 유죄 판결을 받은 14명과 유죄를 인정한 31명에 대한 형량을 선고한 것이다.

법원은 홍콩 민주화 운동을 이끈 조슈아 웡에 대해 4년 8개월 형을 선고했다. 조슈아 웡은 지난 2014년 79일간 대규모 시위대가 센트럴 등 홍콩 도심을 점거한 이른바 '우산 혁명'을 주도했다.

이후 웡은 데모시스토당을 창당했지만, 당국에 의해 선거 출마 자격을 박탈당했다. 웡은 2015년 포춘지 '세계 최고의 지도자' 중 1명으로 뽑혔고 2017년에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지명되기도 했다. 그는 2019년 홍콩의 송환법 반대 시위도 주도했다.

10년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전직 홍콩대 법학과 교수였던 베니 타이다. 타이 전 교수는 우산 혁명을 주도했고,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당시 그는 2020년 홍콩 입법회 선거에서 범민주파가 과반을 차지할 수 있도록 후보 경선을 주도했다. 이후 그는 2020년 홍콩대 교수직에서 해임됐고 국가권력 전복 모의 혐의로 기소됐다.

그 외에 범민주파 후보 경선에 참여한 오웬 초우는 7년 9개월 형을, 기자 출신의 시민운동가 기네스 호와 홍콩과 호주 복수국적의 민주화 운동가인 고든 응은 7년 형을 선고받았다.

이미 3년 이상 수감된 상태인 일부 피고인의 형기가 수감된 기간만큼 줄어들지 여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재판에 앞서 수백 명의 시민들은 법원 밖에서 재판을 방청하기 위해 기다렸다. 이날 홍콩 당국은 웨스트카우룬 법원 주변에 경찰 병력과 장갑차, 경광등이 달린 차량 등을 배치해 삼엄한 경계를 펼쳤고, 일부 시민들이 수색이나 심문을 받았다.

재판 과정에서 4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은 사회복지사 헨드릭 루이의 어머니 엘사 우는 법정 밖으로 끌려갔다. 그는 아들에 대해 "좋은 사람"이라며 "그는 정치범이 아닌데 왜 감옥에 가야 하느냐"고 외쳤다.

17일부터 재판을 기다려 왔다는 마거릿이라는 이름을 댄 한 여성은 "(사람들이) 이런 불의를 목격해야 한다"며 "나는 이 사건에 오랫동안 주목해 왔다. 그들(범민주파)은 여전히 대중의 지지를 받는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에 대해 홍콩 주재 미국 총영사관 대변인은 "미국은 45명의 민주주의 옹호자와 전직 입법회 위원에 대한 판결을 규탄한다"며 "피고인들은 홍콩 기본법에 따라 보호되는 정상적인 정치 활동에 평화적으로 참여했다는 이유로 공격적으로 기소 및 수감됐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소속의 크리스 스미스 미국 의회 중국위원회(CECC) 위원장도 "홍콩 정부는 미국의 투자를 모색한 같은 주에 언론의 자유를 잔인하게 침묵시키고 민주화 지지자들을 감옥에 가뒀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홍콩에 투자를 늘릴 것이 아니라 이번 재판 및 기소와 관련된 판사, 경찰, 검사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페니 웡 호주 외무장관은 "호주 정부는 호주 국적의 고든 응과 다른 NSL 47(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기소된 47명) 구성원에 대해 내려진 판결에 매우 우려한다"며 "호주는 중국과 홍콩 당국이 호주 시민을 포함해 국가보안법의 광범위한 적용을 계속하는 것에 대해 강한 반대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웡 장관은 이어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 폐지를 포함하는 유엔 인권이사회의 특별절차 권고에 따라 표현과 집회, 언론, 시민사회의 자유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대만 총통부 대변인도 이번 판결에 대해 "홍콩 시민의 자유와 민주주의 추구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일국양제의 비현실성을 더욱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민주주의와 자유는 보편적 가치"라며 "대만은 계속 홍콩과 연대하겠다"고 밝히면서 국제 민주 진영이 홍콩 상황에 주의할 것을 촉구했다.

인권단체도 비판에 가세했다. 국제 인권단체인 앰네스티 인터내셔널의 사라 브룩스 중국 담당 국장은 "건강한 시민 토론, 공적 담론의 공간, 시민 사회와 정부 간의 정상적인 상호작용과 때때로 있는 마찰이 더 이상 (홍콩에서) 용납되지 않는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한탄했다.

gw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