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은 했지만"…2차 이시바 내각, 커진 야당 몸집에 정권 기반 취약[딥포커스]
상임위 17개 중 야당이 7개 탈환…노른자 '예산위장'은 입헌민주당에
국민민주당과 부분 연합으로 정권 유지에 총력…지지율 상승이 급선무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굳은 얼굴로 두 번째 임기를 맞았다. 자민당 1강 체제가 이어져 온 일본 정치에서 총리 지명선거가 결선까지 진행된 것은 30년 만의 일이다. 소수여당 정권으로서 야당과 타협이 불가피해진 가운데, 야당의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11일 오후 중의원은 본회의 결선투표에서 221표를 얻은 이시바 총리를 재선출했다. 연임이 결정되는 순간이었지만 이시바 총리는 굳은 표정으로 네 차례 고개를 숙였다.
그는 "민주주의에 있어 (소수여당이) 바람직할지도 모른다. 보다 논의가 치밀해질 것이다"라는 모범적 답변을 내놓긴 했지만 소수여당이 이어지는 한 자민·공명 연립여당은 전처럼 독주할 수 없다. 그간 자민·공명 연립은 제2차 아베 정권부터 야당의 비판을 개의치 않고 법안 표결을 강행하는가 하면,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회의록조차 공개하지 않고 밀실 심사로 결정하는 등 국회 심의를 '하청화'했다.
하지만 정권 기반이 취약해진 지금은 예산 및 법안 성립에 야당 협치가 필수적이다. 이시바 총리가 당수 회담 후 "야당 의견을 성실하게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저자세를 보인 까닭이다.
현재 제1 야당인 입헌민주당은 중의원 상임·특별위원장 중 각종 논의를 이끌 수 있는 예산위원장과 법무위원장 자리를 가져갔고, 일본유신회는 안전보장위원장을 차지했다. 자민당이 독식하다시피 한 17개 상임위 중 7개가 야당 측에 넘어갔다.
국회 내 야당의 입김이 세진 마당에 여·야간 의견대립이 장기화하면 정책 수행이 정체될 우려가 있다. 가장 비슷한 사례는 1994년 하타 내각이다. 소수여당 상태를 타개하지 못하고 64일 만에 퇴진했다.
요미우리는 사설을 통해 "이렇게 권력 기반이 취약한 정권하에 국민에게 (세) 부담을 요구하는 정책을 추진시키는 것이 가능하겠느냐"며 "정치를 안정시키기 위해 자민당은 공명당에 더해 국민민주당과 정식 연립(정권을) 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단 국민민주당은 이미 연립여당 구성을 거절한 상황이어서 자민·공명당은 정책별로 협의하는 '부분 연합'을 구성할 방침이다. 대가로는 국민민주당이 강하게 밀고 있는 특정부양 공제 확대 정책(103만엔의 벽)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런 부분 연합도 정부와 여당이 미리 정책을 조율하는 사전심사에 국민민주당이 추가로 끼는 것에 불과하다는 회의적인 평가가 나온다. 숙의민주주의가 아닌 법안 성립용 머릿수 채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마이니치는 눈앞의 수싸움에 치중한다면 국회 심사는 유명무실해지고 "자민당 정치의 구태가 부활할 공산이 크다"고 꼬집었다.
가까스로 살아난 이시바 내각의 최대 과제는 내각 지지율 회복이다. 특히, 내년 여름 열리는 참의원 선거 전에 이시바 총리가 사퇴해야 한다는 의견도 불거지는 가운데, 부진한 지지율 반등시킬 수 있을지가 정권 유지의 관건이다.
이달 초 실시된 JNN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시바 내각의 지지율은 38.9%다. 전달 대비 12.7%포인트(p)나 떨어진 수치였지만 동시에 이시바 총리가 "사임할 필요가 없다"고 답한 이는 71%에 달했다. 이시바 총리가 취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점, 정국 혼란이 길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유권자의 심리가 반영된 것이라고 산케이신문은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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