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퇴 없다'는 이시바, 국민민주당과 손잡고 연정 확대 모색

"엄숙히 심판 받아들이겠다…자민당 중심의 정권은 유지할 것"
국민민주 대표 "협력 고려 안한다"면서도 "정책 실현이 중요" 여지

27일 일본 도쿄 자민당 당사에서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중의원 선거에서 대패한 후 고개를 숙이며 현장을 떠나고 있다. 2024.10.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제50회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15년 만에 자민·공명 연립 여당의 과반 의석이 붕괴했다. 야당에 크게 의석을 내주게 된 자민당의 총재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겸허히, 엄숙히 (심판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연정 확대를 통해 정권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정권 구성을 둘러싸고 여·야당의 공방이 시작돼 정국이 유동적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있다고 28일 보도했다. 38석을 확보한 일본 유신회와 28석을 차지한 국민민주당이 누구와 손을 잡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일본에서 27일 제50회 중의원 선거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자민당이 2012년부터 4회 연속으로 지켜 온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신화가 깨졌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 1344명이 입후보해 소선거구 289석·비례대표 176석으로 구성된 465개 의석을 두고 대결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191석(65석 감소), 공명당 24석(8석 감소)을 확보했다.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이시바 총리는 전날 NHK와의 인터뷰에서 "매우 엄중한 심판을 받은 것으로 인식한다. 겸허하고 엄숙히 받아들인다"고 했다.

당초 이시바 총리는 여권이 과반 의석의 기준이 되는 233석 이상 확보하는 것이 선거의 승패 기준이 될 것이라고 한 바 있다. 이 목표조차 당내에서는 "너무 낮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불법 비자금 사건의 역풍은 예상 이상이었다고 아사히신문은 보도했다.

여기에 이시바 총리가 지난 9월 총재선거 때부터 강조해 온 "규칙을 지키는 자민당"이라는 슬로건의 진정성이 흔들린 것도 결과에 영향을 줬다. 선거전 내내 "깊은 반성"을 표하면서도 "뒷돈"이라는 표현은 극구 피했으며, 사건에 연루돼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 출마한 후보자들에게는 당지부를 통해 우회적으로 선거를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대패' '참패'라는 말이 언론에 오르내리며 '선거의 얼굴'이었던 총리의 책임론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시바 총리는 일단 정권 유지에 온 힘을 집중하겠다는 태세다.

그는 야당의 협력을 얻어 자민당 중심의 정권을 유지할 생각이라는 뜻을 분명히 했다. 개표가 마무리된 28일 새벽에는 곧바로 자신의 주변에 사퇴하지 않고 정권 유지를 위해 국민민주당에 협력을 구하겠다는 의향을 전했다.

이에 국민민주당의 다마키 유이치로 대표는 자민·공명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부정하면서도 "정책을 실현할 수 있도록,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은 협력하고 싶다"고 여지를 남겼다.

일본유신회 바바 노부유키 대표는 기존 여권과의 협력 가능성에 대해 "전혀 생각하고 있지 않다. '정치와 돈' 문제(자민당 불법 비자금 사건)로 국민의 분노에 불이 붙었다"고 부정했다. 입헌민주당과의 연계 여부에 대해서는 "(입민은) 외교·안전보장, 에너지, 헌법 등 기본적인 정책이 당내에서 정리되지 않았다"고만 답해 소극적 자세를 취했다.

한편 노다 요시히코 입헌민주당 대표는 마이니치신문에 "자민·공명 이외에 말을 걸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주의 깊게 보면서 역으로 이쪽 팀을 어떻게 만들어갈지 애쓰겠다"고 말해 여권의 야권 와해 작전에 경계심을 드러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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