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자민·공명 연립 여당 과반 실패…이시바 한달만에 위기(종합2보)

중의원 288석→215석으로 73석 잃어
비자금 스캔들 심판…日 정계 소용돌이

27일 일본 도쿄의 한 학교에 설치된 투표소에 기모노를 입은 한 여성이 투표를 하고 있다. 2024.10.27/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일본에서 27일 제50회 중의원 선거 투표가 치러진 가운데 자민당이 2012년부터 4회 연속으로 지켜 온 '단독 과반 의석' 확보 신화가 깨졌다.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에 대한 심판 여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교도통신에 따르면 총 1344명이 입후보해 소선거구 289석·비례대표 176석으로 구성된 465개 의석을 두고 대결한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 191석(65석 감소), 공명당 24석(8석 감소)을 확보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 148석(50석 증가), 일본유신회 38석(5석 감소), 일본공산당 8석(2석 감소), 국민민주당 28석(21석 증가), 레이와신선조 9석(6석 증가), 사민당 1석(동일) 등으로, 참정당은 중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의석 획득에 성공하며 3석을 얻었다.

26일 일본 도쿄에서 자민당을 이끄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마이크에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한 표정으로 길거리 연설을 하고 있다. 2024.10.2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이에 따라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215석을 확보하며 과반 의석(233석)을 얻는 데 실패했다.

자민·공명 연립 여당은 기존 288석에서 약 70석을 잃게 됐다. NHK는 여당이 과반 의석수 확보에 실패한 건 2009년(119석) 이후 처음이라고 부연했다.

자민당을 이끄는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아직 사퇴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그는 전날 후지테레비와의 인터뷰에서 "홋카이도에서 규슈까지, 정치와 돈 문제(불법 비자금 사건)에 대해 전혀 이해받지 못한 것이 가장 컸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세이와정책연구회)를 비롯한 주요 파벌에서 불법 정치 비자금 의혹이 터지면서 자민당 지지율은 크게 떨어졌다.

아베파 등은 정치자금 모금회에서 각 의원에게 약 18만 원인 '파티권'을 수십~수백 장씩 할당량 이상 판매한 의원들에게 초과분 금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뒷돈을 조성한 혐의를 받는다. 이같은 방식으로 기존에 알려진 5억 엔(약 46억 원)이 아닌 최대 10억 엔(약 92억 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추정된다.

마이니치신문은 "자민당 내 파벌의 '정치와 돈'을 둘러싼 문제가 크게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의원 중 낙선이 속출했다"고 평가했다.

TBS뉴스에 따르면 자민당 내 정치자금 스캔들에 연루된 후보자 46명 중 18명이 당선됐고, 28명이 낙선했다.

25일 일본 도쿄 국회의사당에 중의원 의원들이 모여 있다. 이날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중의원을 해산했다. 2024.10.09/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이시바 총리는 이번 선거에 책임을 지고 사퇴할 것인지 묻는 질문에 "그런 것을 입에 올려야 한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모리야마 히로시 자민당 간사장은 이날 오전 1시 30분 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민·공명 양당에서 과반 확보를 목표로 노력해 왔지만, 목표를 달성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며 "매우 어려운 시기인 만큼 국정에 혼란을 주고 싶지 않고, 내년도 예산안 편성을 향해 최선을 다해 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공명당의 야마구치 나쓰오 대표도 "다음 정권을 어떻게 해 나갈지, 일본 정치가 혼란하지 않도록 열심히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런 점에서 여당도 야당도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반면 기존 98석에서 148석으로 크게 세를 불린 제1야당 입헌민주당은 선거 결과를 환영하고 나섰다. 입헌민주당의 노다 요시히코 대표는 이날 오전 1시 30분 당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여당의 과반 균열이 목표였기 때문에 이를 달성한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