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 이상 기류설…주북 중국대사,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 헌화 (종합)

(베이징=뉴스1) 정은지 특파원 = 북중 간 이상 기류설이 잇따르는 가운데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평양에서 한국전쟁 참전 기념일을 맞아 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추모했다.

25일 주북 중국대사관 공식 SNS 계정에 따르면 왕야쥔 대사는 이날 오전 중국 외교관, 중국 기업·매체 관계자, 북한 내 화교·유학생 대표 등 60여명과 함께 평양에 있는 중조우의탑에 헌화하고 한국전쟁에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추모했다.

왕 대사는 헌화를 마친 뒤 우의탑 탑실에서 중국 지원군의 전쟁 및 전후 북한 재건 참여 사진·그림 등 자료를 둘러보고 북한 측 직원의 소개를 들었다

중국군이 항미원조 전쟁이라 칭하는 6·25 전쟁 참여는 1950년 10월 19일 압록강을 건너며 시작됐으나, 중국은 첫 승리를 거둔 10월 25일을 항미원조 기념일로 삼고 있다.

왕야쥔 대사는 "올해는 신중국 성립 75주년이자 중조(중북) 수교 75주년으로, 중국과 중조 관계에 중요한 의의를 갖는 해"라며 "74년 전 중국인민지원군은 '보위 평화·침략 저항'의 정의로운 기치를 높이 들고 항미원조 작전에 나섰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지원군 선열이 한 거대한 희생을 기억해야 할 뿐 아니라 희생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감히 투쟁한 위대한 정신을 전승해 중조 사회주의 사업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며 "선혈(鮮血)이 응결된 중조의 전통적 우호를 함께 수호·공고화하고 발전시키면서 양국과 양국 인민을 더 행복하게 해야 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인민해방군 공식 SNS 계정인 '중국군호'는 "74년 전 중국인민지원군이 평화를 수호하고 침략에 반대하는 정의의 기치를 높이 들어 조선인민군과 함께 피 흘리며 싸워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했다"고 밝혔다.

중국군호는 "전쟁터 환경이 험난하고 적과 아군의 역량이 현격히 차이 났고 무기와 장비가 낙후됐음에도 지원군의 신념을 꺾을 수 없었다"라고도 덧붙였다.

동부전구와 중부전구도 SNS 계정을 통해 '항미원조 74주년'을 기념하는 포스터를 게재했다.

동부전구는 포스터와 함께 올린 메시지에서 "75주년 오늘 인민지원군이 입북 후 첫 전투를 치르며 항미원조 전쟁의 막이 올랐다"며 "33개월에 걸쳐 290만명 이상의 중국 인민 지원군이 참전했고, 항미원조 전쟁에서 위대한 승리를 거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오늘 이 역사를 다시 새기고 지원군 영웅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중부전구도 '항미원조로 국가를 방위한다'라는 문구가 담긴 포스터를 게재해 이날을 기념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SNS 계정에 197653이 쓰인 포스터를 올리고 "74년 전 중국인민지원군이 항미원조 전쟁에 참전했다"며 "이 전쟁에서 산과 강은 무사했고 가족과 나라는 평화로웠다"고 말했다. 197653은 당시 전쟁에서 사망한 중국군의 숫자다.

이 외에 중국 CCTV 국방채널, 법치일보를 비롯해 주요 지방정부 선전기관 등도 유사 포스터를 잇달아 게재하고 있다.

다만 이날 기념일은 다소 차분하게 지나가는 분위기다. 중국이 통상 정주년(끝이 5나 0으로 끝나는 해) 행사를 대대적으로 개최해온 것과도 관련이 있겠으나 최근 북중 간 기상 기류가 나타나고 있는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시진핑 주석은 지난 항미원조 70주년을 맞이한 지난 2020년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연설하고 "항미원조 전쟁의 위대한 승리는 중화민족의 역사책에 영원히 새겨질 것"이라며 "중국군이 위대한 애국정신으로 북한인민, 군과 손잡아 2년 9개월간 목숨을 걸고 싸워 위대한 승리를 이뤘다"고 연설한 바 있다.

중국 대표 SNS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와 최대 포털 바이두의 검색어 상위권에는 항미원조 작전 74주년과 관련된 키워드를 찾아볼 수 없었다. 그동안 중국에서 주요 역사적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관련 키워드가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애국주의를 고취하는 것과 대조적인 것을 감안하면 최근 양국 관계를 반영해 중국 당국이 수위 조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jjung@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