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파병으로 루비콘강 건넜다"…'중립' 유럽과도 관계 단절될 듯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 보고서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펄럭이고 있는 러시아와 북한 국기 2019.04.23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루비콘강을 건넌 행위'라는 분석이 나왔다. 중립 세력으로서 서방과의 관문 역할을 했던 유럽과의 관계까지 단절되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일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 강화에 대한 의무감을 느끼게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미국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빅터 차 한국 석좌는 '루비콘강을 건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라는 제하의 23일 자 보고서에서 "북한이 러시아에 보내는 병력이 기술자들인지 전투원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느 쪽이든 북한을 러시아의 유럽 침공에 대한 명백하고 헌신적인 지지자로 만든다"고 지적했다.

차 석좌는 북한의 파병 결정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당한 전쟁 승리에 모든 걸 걸었다(all in)는 뜻이 된다고 해석했다.

그는 북한이 파병 규모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북한의 러시아 파병이 유럽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악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한 입장에서 유럽은 미국 대비 중립적인 세력으로 여겨졌고, 유럽은 북한이 서방과 통하는 관문 역할을 했다. 유럽 내 대부분의 국가에는 북한 외교관이 상주해 있으며, 북한은 한국·미국·일본보다도 유럽과 밀접한 관계를 맺었다.

차 석좌는 "그러나 유럽 각국 정부는 유럽인들을 죽이기 위해 병력을 파견하기로 한 북한의 결정을 쉽게 잊지 않을 것"이라며 "김정은의 이 같은 전략적 행보는 유럽연합(EU)과 북한의 양자 관계에 장기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한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차 석좌는 분석했다.

그는 "재정적·인도주의적 지원이든 직접적인 군사 지원이든,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차 석좌는 "한국은 우크라이나와 나토에 대한 지원에 현 상태를 유지할 여유가 사실상 없다"며 한국이 일본·호주·뉴질랜드와 함께 나토의 파트너인 'IP4'(Indo-Pacific 4)가 된 만큼 △허위 정보 △사이버 △우크라이나 지원 △신흥기술 분야에서 나토와의 협력을 심화할 기회가 있다고 내다봤다.

또 북한의 러시아 파병은 중국에도 불편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러시아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북한의 파병 결정이 동아시아 내 미군 병력이나 무기 배치가 증강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현재 중국은 북한의 이 같은 움직임에 마비와 무력 사이의 어딘가를 헤매고 있다고 차 석좌는 부연했다.

차 석좌는 구체적으로 중국이 탄환 제조에 쓰이는 석유 코크스의 대북 수출을 제한하면서 대북 압박에 나설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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