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대표 서민음식 '라멘' 고물가에 파산 급증…팬데믹 때보다 어렵다

"매달 오르는 식재료 값에 운영 지속 힘들 정도…가격 인상 검토"
라멘 점포 파산, 2020년 팬데믹 당시 54건 웃돌 전망…日 생활비 위기 반영

22일 일본 도쿄의 라멘 식당인 '멘야 타이세이'에서 종업원이 손님에게 주문한 라멘을 건네주고 있다. 2024.10.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라멘은 더 이상 대중을 위한 저렴한 음식이 아니에요"

지난해 일본 도쿄에 라멘 가게를 연 점주 다이세이 히카게(26)는 1년 반 동안 세 번이나 가격을 올렸다며 이같이 푸념했다. 그는 끊임없이 오르는 연료비와 재룟값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가게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메뉴는 1250엔(약 1만1300원)짜리 '스페셜 라멘'이다. 개점 당시 대비 47% 인상된 값에 팔리고 있다.

각종 수상 경력에 빛나는 다이세이의 가게는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일 긴 줄이 늘어서지만, 모든 라멘집이 그런 것은 아니다.

미야자키시(市)에서 라멘 가게를 운영하는 나카노 씨는 TBS에 "매달 매달 정말로, 여러 가지 식재료 값이 올라서…우리 가게도 어떻게든 애썼지만 (운영을) 지속하기 힘들 정도가 돼서 가격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일본 도쿄의 라멘 식당인 '멘야 타이세이'에서 시민들이 라멘을 먹고 있다. 2024.10.22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일본에서는 34년 만에 엔화 가치가 최저치로 떨어지자 수입 비용이 상승했고, 이는 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촉발된 에너지·곡물 가격 상승과 인건비 인상도 가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울 따름이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에 따르면 올해 1~7월 사이 1000만 엔(약 9100만 원) 상당의 빚을 지고 파산한 라멘 가게 점주는 49명으로 집계됐다. 1년 치 파산 건수는 팬데믹 기간에 해당하는 2020년의 54건을 웃돌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은 일본의 라멘 업체가 직면한 문제는 오는 27일 열리는 중의원 선거의 최대 쟁점이 된 '생활비 위기'를 반영하며, 인플레이션 시대에 적응 하지 못한 기업이 도산하는 더 큰 추세를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올해 3월부터 9월까지 반년간 일본 전국에서 파산한 기업은 499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6%나 증가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판 파산 건수로는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나가하마 도시히로 다이이치생명 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라멘 가게처럼 수요가 많은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비용을 상품 가격에 전가해 매출 성장을 보고 있다"면서도 "높은 비용을 전가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기업들은 도태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선거철에 정치인들이 선심성 지원책을 내놓는 경향이 장기적 관점에서는 비생산적일 수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생산성이나 임금을 올릴 수 없는 '좀비' 기업이 너무 많이 살아남으면 일본 경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