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도광산 조선인 징용자 기숙사터에 안내판 설치…'강제' 표현 빠져

기숙사터 총 3곳과 관련 시설 위치했던 3곳에 안내판 마련 예정

서울 용산구 용산역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얼굴 위로 빗물이 흐르고 서있다. 2024.9.1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정윤영 기자 = 일본 니가타현(県) 사도시(市)가 일제강점기, 사도광산에 징용된 조선인이 생활하던 독신 기숙사 터에 새로운 안내판을 설치했다고 마이니치신문이 18일 보도했다.

안내판 설치는 일본 정부가 사도광산에 관한 '전체 역사'를 현장에 반영하기로 약속한 데 따른 조처다.

독신기숙사는 현재 아이카와 신고로정(町), 스와정, 지스케정 총 3곳에 위치했다. 이 중 신고로정에 있는 제1 소아이 기숙사는 옛 아이카와 구치소가 있던 곳이다.

시는 지난 8월 30일, 일본어와 영어로 적힌 안내판을 기숙사 터에 신설했다. 안내판에는 "전시 중, 이 기숙사에 조선 반도 출신 노동자가 거주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기록이 남아 있다"는 서술이 담겼다.

하지만 강제 징용 및 가혹한 노동 환경을 짐작게 하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는 현재 안내판은 가설물이고, 올해 안으로 녹슬기 어려운 소재를 사용한 정식 안내판을 설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또 조선인 징용자의 △가족 기숙사 '야마노카미 사택'(아이카와 야마노카미정) △식사를 만들던 공동 취사장(다이쿠정) △연수시설 '금강숙'(스와정) 터 3곳에도 올해 안으로 안내판을 마련할 예정이다.

시는 "정식 안내판에는 각 (기숙사) 터의 위치를 알 수 있는 지도를 넣어 돌아보기 쉽게 하고자 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시 16세기 말에서 19세기 중반으로 시대를 한정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에 한국 정부는 조선인에 대한 '강제 징용'이 이뤄졌음을 지적하며 제2차 세계대전 시기를 포함한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일본 측은 "국제법상 전시에 이뤄진 징용은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으나 "전체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시설·설비 등을 갖추라"는 세계유산위원회의 권고를 이행하기로 했다. 한국도 이 같은 권고 이행에 대한 약속을 담보로 유네스코 등재를 양해했다.

이에 따라 일본은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조선인 징용자의 가혹한 노동 환경을 보여주는 자료를 전시했다. 단 '강제 징용'에 따른 노역이 이뤄진 역사적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가혹한 환경' 등 우회적인 표현으로 노역의 배경과 환경을 '순화'시켰다는 비판은 피하지 못했다.

한편 일본은 매년 현지에서 사도광산에서 희생된 조선인 징용자를 추도하는 의식을 실시하기로 했다. 첫 번째 추도식은 올가을이 가기 전 여는 방향으로 조율 중이다.

realk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