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지에 후보자 이름 직접 쓰라고?"…일본의 독특한 선거 방식
받아쓰기 챌린지 같은 자필 투표부터 '좀비' 중복 공천까지 日총선 A to Z
-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권진영 기자 = 2024 일본 중의원 선거(총선)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다. 판세와 규칙에 대한 기사가 연일 쏟아지는 가운데, '중복 공천' '추가 공인' 등 생소한 용어와 규칙들이 빈번히 언급된다. 한국에는 없는 일본 총선만의 특징을 찬찬히 쉬운 말로 뜯어보자.
◆자필 투표(공직선거법 제46조)
한국은 투표 용지에 도장을 찍지만, 일본은 후보자 이름을 적는다. 일본 공직선거법 제46조에 따르면 투표자는 투표용지에 해당 선거의 공직자 후보자 1명의 이름을 자필로 써서 내야 한다. 이름을 정확히 기억하고 적어야 하며, "힘내라" 등 문구를 적으면 무효표로 처리된다. "님" 또는 "씨" 등 호칭을 붙여서도 안 된다.
중의원 선거에서는 △소선거구 △비례대표 △대법원 재판관의 국민심사 등 총 3종류의 투표용지를 적게 된다. 비례대표 투표에는 정당명을 기재해야 하는데, 지정된 약칭을 쓸 수 있다는 예외 조항이 있다.
2022년 실시된 참의원 선거에서는 이 예외 조항 때문에 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이 동일하게 '민주당'을 약칭으로 지정해 복수표가 대량 발생한 것이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아이치현에서 약 16만 명, 기후현에서 약 5만 명의 유권자가 '민주당'이라고 표기해 비판이 쇄도했다.
◆중복 공천일본 중의원 선거는 지역구에 출마한 입후보자를 당의 비례대표 후보자로도 올릴 수 있는 '중복 공천' 제도가 있다.
정식 명칭은 '소선거구 비례대표 병립제'로, 지역구 선거에서 지더라도 비례대표 선거에서 당선권에 들면 국회 진출이 가능하다. 단 이경우에는 '좀비 의원'이라는 야유 섞인 꼬리표가 붙는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당내 불법 비자금 사건에 연루된 의원 34명을 중복 공천하지 않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추가 공인
우선 일본 정치에서 '공인(公認)'이란 정당이 당의 후보자로서 책임지고 선거에 내보낸다는 뜻이다. 공인을 얻은 후보는 당으로부터 활동비 등을 지원받는다. 한국의 공천과 같은 개념으로, 국내 언론에서는 '공천'이라 번역된다.
그렇다면 '추가 공인'은 후보를 예정에 없던 후보자를 몇 명 더 공천한다는 뜻일까? 엄밀히 따지면 "비공천으로 무소속 출마한 후보자가 당선된 경우, 뒤늦게 기존 정당의 공식 후보로 인정받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에 속했던 정당으로 복당하는 것이다.
이시바 시게루 총리는 지난 9일, 정치자금 문제로 공천받지 못한 의원이 무소속으로 당선하면 추가로 공인할 것인지 묻는 말에 "가설이지만 모든 국민의 대표자로서 적합하다고 주권자인 국민이 판단한 경우, 공인할 수 있다"고 답했다.
현재 자민당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소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는 총 10명이다.
◆10증 10감(10増10減)
선거구 획정에 따른 변화를 나타낸 표현이다. 지역마다 인구 분포가 상이한 점을 반영한 결과로, 2022년 기준 5개 도(都)와 현(県)에서 총 10개 선거구가 늘어나고, 10개 현에서는 하나씩 줄어 '10증 10감'이라 한다. 이번 선거는 개편된 선거구가 적용되는 첫 총선이기도 하다.
선거구를 개편한 이유는 '1표의 격차'를 수정하기 위해서다. 요컨대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에서는 13만 표를 얻고도 낙선하지만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타지역에서는 6만표로 당선되기도 한다. 즉 인구가 적은 선거구에서 '한 표'가 갖는 가치가 더 높다는 뜻이다.
총무성 발표에 따르면 이번 중의원 선거 소선거구에서 발생한 1표의 격차는 최대 2.06배였다. 격차가 2배 이상으로 벌어진 것은 2021년 중의원 선거에 이어 두 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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